중국 경제성장률이 18개월 만에 최저치로 떨어지면서 '바오우(경제성장률 5%대 유지)' 사수에도 비상이 걸렸다.
중국 경제의 핵심인 부동산시장이 장기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데다 소비 둔화 등 내수 부진까지 겹친 영향이 컸다.
최근에는 중국 경제의 한 축을 담당하는 수출마저 흔들리고 있어 추가 부양책 없이는 올해 성장률 목표치인 '5% 안팎'을 달성하기 어렵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중국 경제 회복의 가장 큰 걸림돌은 부동산이다.
부동산과 관련한 건설·시멘트·철강산업 등은 중국 연간 국내총생산(GDP)의 약 3분의 1을 차지하고 있다.
부동산시장이 장기 침체에 빠지면서 관련 산업 역시 크게 위축돼 있는 상태다.
무엇보다 부동산시장 침체는 소비 등 내수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중국 가계 자산의 65% 이상이 부동산이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중국 정부는 연초부터 부동산시장 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정책을 내놓고 있다.
주택 구매자의 매수 계약금 비율을 낮추는 등 주택 구입 촉진 방안을 발표하는가 하면 호적 전입 규제를 전면 폐지하는 등 주택 수요 확대 조치를 시행해왔다.
그럼에도 부동산시장 회복은 더딘 상태다.
실제 중국 주택가격 상승률도 올해 들어 점차 악화하고 있다.
지난 1월에는 1년 전보다 0.7% 하락하는 데 그쳤지만 지난 9월에는 하락 폭이 5.8%까지 커졌다.
그러자 중국 정부는 지난달 말 은행 지급준비율을 5%포인트 인하하면서 시중은행에 주택대출 금리를 일괄적으로 낮추도록 했다.
또 지난 17일에는 화이트리스트 프로젝트에 연내 1조7700억위안(약 340조원)을 추가로 대출해준다고 발표했다.
올해 도입된 화이트리스트 프로젝트는 자금난을 겪고 있는 부동산 개발업체에 자금을 대출해주는 조치다.
정부의 재정 지원 없이는 부동산 개발업체들이 줄도산할 위험이 크다는 판단 때문이다.
소비를 비롯한 내수도 부진을 이어가고 있다.
올해 들어 중국 소매판매는 연휴기간에만 '반짝' 좋아지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월간 소매판매 추이를 보면 춘제(중국 설) 연휴가 끼어 있는 1~2월에는 1년 전보다 5.5% 증가했지만 3월(3.1%)과 4월(2.3%)에는 그 폭이 크게 둔화됐다.
노동절 연휴가 있는 5월에도 3.7% 올랐다가 다시 6월(2.0%) 7월(2.7%) 8월(2.1%)에는 낮아졌다.
중추절 연휴가 있던 9월에는 3.2%로 소폭 반등했다.
올해 1~2월 7.0%나 올랐던 산업생산도 4월(6.7%) 이후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지난 8월에는 무려 4.5%까지 떨어졌다.
다만 9월에는 시장 예상치(4.6%)를 웃도는 5.4%를 기록했다.
게다가 중국 경제의 한 축을 담당하는 수출마저 최근 나빠지고 있다.
중국 해관총서에 따르면 지난 9월 수출 증가율은 2.4%에 그쳤다.
시장 예상치(6.0%)를 크게 밑도는 수치다.
지난 5월(7.6%) 이후 8월까지 매달 7~8%의 증가율을 유지해온 점을 감안하면 급격한 둔화다.
문제는 미국과 유럽연합(EU) 등이 중국을 상대로 잇달아 고율 관세를 부과하고 있어 수출 전망이 갈수록 어두워지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 경제가 부동산·내수·수출 '삼중고'에 시달리면서 추가 부양책이 불가피하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판궁성 중국 인민은행장은 이날 '2024 금융가포럼'에서 "오는 21일 공표될 대출우대금리(LPR)가 0.2~0.25%포인트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는 사실상 금리 인하를 예고한 셈이다.
즈웨이 장 핀포인트자산운용 연구원은 블룸버그에 "경제성장률이 지난 2분기보다 소폭 낮아졌지만 이 같은 추세가 연말까지 지속되면 성장률 목표치(5% 안팎)를 달성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중국 정부가 본격적으로 성장을 촉진하고 나서게 된 이유"라고 분석했다.
중국 정부는 이날 3분기 성장률을 공개하면서 국가 경제가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성라이윈 국가통계국 부국장은 브리핑에서 "올해 2분기와 3분기 성장률에 약간의 변화가 있었으나 누적 기준으로 보면 국가 경제의 안정적 기조는 변하지 않았다"며 "최근에는 대부분 지표가 소폭 개선돼 경제가 회복하는 추세를 보였다"고 자평했다.
중국 증시는 인민은행의 유동성 공급정책에 힘입어 상승했다.
상하이종합지수와 선전종합지수는 이날 각각 2.91%, 4.09% 올랐다.
상하이·선전증시 시가총액 상위 300개 종목으로 구성된
CSI300지수도 3.62% 상승했다.
인민은행의 유동성 공급정책 시행 소식이 전해진 뒤 증시가 반등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신화통신은 인민은행이 증시에 유동성을 공급하기 위한 '증권·펀드·보험회사 스왑기구(SFISF)'를 이날 출범시켰다면서 첫 번째 신청 규모가 2000억위안(약 38조5000억원)을 넘었다고 전했다.
이 프로그램은 비(非)은행권 금융기관들이
CSI300 편입 주식과 기타자산을 담보로 제공해 인민은행의 국채·어음 등 우량 유동성 자산과 교환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인민은행은 별도로 시중은행이 상장기업이나 대주주에게 자사주 매입과 지분 확대를 위한 대출을 제공하도록 안내하는 '특별 재대출 프로그램'도 이날 시작했다.
[베이징 송광섭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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