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사 잘했는데도 벌벌 떤다”…내부통제 ‘칼바람’에 은행권 CEO들 초긴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가운데)이 은행장 간담회를 갖고 있다.

[사진 = 금감원]

금융당국이 은행의 지배구조를 평가하는 일을 강화하겠다고 천명하면서 임기만료를 앞둔 주요 5대 은행장들의 거취가 주목받고 있다.


실적 측면에서는 대부분 합격점이라는 평가가 나오지만 최근 배임과 횡령 등 대형 금융사고가 잇따르면서 내부통제 등이 주요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은 이날 정기 이사회를 갖고 올해 말 임기가 끝나는 계열사의 최고경영자(CEO) 선임 절차 착수를 위한 1차 자회사 대표이사 후보 추천위원회(자추위)가 열린다.


1차 자추위에서는 우리은행을 비롯해 임기만료를 앞두고 있는 우리금융 계열사 7곳의 CEO 연임 여부를 논의한다.

계열사 중에선 우리은행이 가장 주목받고 있다.

연이은 금융사고로 홍역을 치른 우리은행은 조병규 행장은 연임에 빨간불이 켜졌다.


지난해 7월 취임한 조 행장의 임기는 1년 6개월에 불과해 통상적인 CEO 임기로만 본다면 연임은 가능한 상황이지만 각종 금융사고가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게 금융권이 시각이다.


지난 6월 직원의 180억원대 횡령 사고에 이어 최근 손태승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 친인척의 350억원대 부당 대출 사건이 불거졌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해 말 사건을 인지했는데도 금융감독당국에 ‘늑장 보고’를 하면서 당국의 강한 질타와 책임론이 떠오른 상황이다.


아울러 각종 사건사고에 거취 문제가 뚜렷하지 않은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이 자추위원장을 맡고 있는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각종 횡령과 금융사고가 잇따른 NH농협은행의 수장 이석용 행장도 연임이 불투명하다.

농협은행은 지난 8월 117억원대 횡령을 비롯해 올해 들어 10억원 이상 금융사고가 4건이나 발생했다.


농협은행장 연임 여부를 결정하는 농협금융 임원후보추천위원회는 이윤석, 김익수, 박흥식, 길재욱, 이종백 이사가 참여한다.

지난 3월 취임한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이 추천한 박흥식 이사 등이 임추위원회에 포함돼 영향력을 행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 = 연합뉴스]
KB금융지주도 이날 이재근 국민은행장 등 계열사 임원 추천위원회를 연다.

이재근 국민은행장은 2022년 1월부터 첫 2년 임기를 시작해 지난해 연임에 성공한 후 ‘2+1년’ 임기가 연내 종료된다.


그는 5대 시중은행장 중 유일하게 3연임에 성공할 수 있을지 관심을 모은다.

이 행장은 연초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사태 때 판매 규모가 가장 컸으나 사태를 조기수습하고 한 분기만에 실적 개선을 이뤄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나금융지주는 이달 중 은행 임원 후보 추천 위원회를 열고 은행장 선임 절차를 시작할 예정이다.

이승열 하나은행장은 연임이 점쳐진다.


이 행장은 하나은행의 첫 외환은행 출신 행장으로 자산관리와 글로벌, 연금사업 분야 경쟁력을 강화하는 등 실적을 크게 개선시켰다.


신한지주는 지난 10일 자회사 최고경영자 후보추천위원회를 소집해 신한은행장을 비롯한 12개 계열사의 대표 승계 준비를 개시했다.


한용구 전 신한은행장이 건강상 이유로 취임 한 달 만에 물러난 뒤 갑작스레 수장을 맡게 된 정상혁 행장은 조직을 안정적으로 이끌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임기 동안 실적 개선은 물론 금융사고 이슈에서 떨어져 있어 내부통제 측면에서도 좋은 점수를 받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당국의 지배구조 모범관행이 올해부터 강화되면서 예년보다 한 달 빨리 인사 레이스 막이 올랐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금융사 CEO 인선과정에 개입하는 모습이 지나치다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며 “당장 오늘 열리는 우리금융과 KB금융 이사회에서 이사진들의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고 말했다.


한편 5대 시중은행의 올해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8조250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9% 늘었다.

상반기 기준으로는 역대 최대치다.

1분기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관련 대규모 손실을 반영하고도 대출관련 이자이익이 큰 폭으로 증가한 영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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