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kg 기준 쌀 가격 연초이후 5% 올라
관광객 쌀 소비량 1년만에 2.7배 급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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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매장에 진열된 쌀. 연합뉴스 |
요즘 일본 슈퍼마켓 쌀 진열대는 텅 비어 있는 경우가 많다.
일부 매장에서는 1인당 쌀 1포대만 살 수 있도록 제한하고 있고, 쌀이 부족해지자 최근에는 사재기를 하는 소비자도 늘고 있다.
지난해 이맘때만 해도 매대에 가득 차 있었던 쌀이 품귀현상을 빚는 건 ‘관광객’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24일(현지시간) 미국 경제전문매체 CNBC는 쌀 생산과잉을 걱정하던 일본에서 수십 년 만에 쌀 부족 사태가 발생했다고 보도했다.
일본 농림수산성의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 6월 일본의 민간 쌀 재고는 156만톤으로 수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미국 농무부는 지난주 발표한 보고서에서 “일본에서는 지난 3년간 쌀 수요가 생산량을 앞질러 쌀 재고가 20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내려갔다”라며 “2024년 여름 내내 쌀이 부족해 슈퍼마켓이 텅 비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8월 일본 쌀 60kg 기준 가격은 1만6133엔(약 15만원)으로 전월 대비 3%, 연초 이후 5% 올랐다.
쌀 가격 상승은 올해 일본을 방문하는 관광객을 급증하면서 스시 등 쌀로 만든 요리에 대한 수요가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일본 공영방송 NHK는 분석했다.
농림수산성도 쌀 수요 증가는 관광객 유입에 다른 외식 수요 증가 때문이라고 밝혔다.
글로벌 식품·농업은행 라보뱅크의 수석 분석가인 오스카 차크라는 2022년 7월부터 2023년 6월까지 일본 관광객의 쌀 소비량이 1만9000톤이었던 반면, 2023년 7월부터 2024년 6월까지 소비량은 5만1000톤으로 약 2.7배 증가했다고 추정했다.
올해 상반기 일본을 방문한 관광객은 1780만명으로 코로나19 팬데믹 이전 수준을 뛰어넘었다.
일본 관광 통계에 따르면 7월에도 330만명의 관광객이 방문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악천후 등 기후변화도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일본 니가타현 등 주요 산지에서 기록적인 폭염과 가뭄으로 품질 저하와 흉작이 발생해 쌀 생산량이 크게 줄었다.
지난해 쌀 생산량은 661만톤으로, 농림수산성이 예측한 적정 생산량 669만톤에 미치지 못했다.
일본 정부가 쌀 농가를 보호하기 위해 쌀 수입을 하지 않고 있는 것도 쌀 공급 감소의 주요 요인이라고 국제식품정책연구소의 수석 연구원인 조셉 글라우버는 설명했다.
글라우버 연구원은 “일본 쌀 경제는 여전히 세계 시장과 크게 고립돼 있다”고 밝혔다.
일본은 수입 쌀에 778%의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고 CNBC는 전했다.
일본은 세계무역기구(WTO)에 연간 최소 약 68만2000톤의 쌀을 수입하기로 약속했지만, 수입된 쌀은 대부분 가축 사료와 가공용으로 사용되고 있다.
라보뱅크는 일본의 쌀 수출도 2014년부터 2022년까지 6배 증가해 3만톤에 육박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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