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학개미들이 최근 지수 하락에 베팅하는 인버스 상품을 매집하면서 미국 주식 보유액이 900억달러 수준까지 회복했다.
9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전후로 국내투자자들은 반도체 등 기술주를 역으로 따르는 레버리지 ETF(상장지수펀드)를 쓸어 담으며 마이너스 성적표를 받아 든 상황이다.
24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16일부터 23일까지 국내투자자들은 디렉시온 데일리 세미컨덕터 베어 3배 ETF(SOXS)를 이 기간 해외 증시에서 가장 큰 규모인 5646만달러(약 750억원)어치 순매수했다.
SOXS는 ICE 반도체지수의 하루 수익률을 역으로 3배 추종하는 인버스 상품이다.
국내투자자들이 글로벌 증시에서 두 번째로 많이 사들인 상품은 프로셰어즈 울트라프로 숏 QQQ ETF(SQQQ)였다.
서학개미들은 나스닥100지수의 하루 수익률을 반대로 3배 따르는 이 상품을 1731만달러(약 230억원)어치 순매수했다.
나스닥 100 지수는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시장에 상장된 우량주 100곳으로 꾸려진 지수다.
국내투자자 보유액 1위로 미국 증시의 국민주로 꼽히는 테슬라의 인버스 상품에도 매수세가 몰렸다.
같은 기간 국내투자자는 테슬라의 주가 하락을 2배로 쫓는 티렉스 2배 인버스 테슬라 데일리 타겟 ETF(TSLZ)를 924만달러(약 120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서학개미의 판단과는 반대로 나스닥을 비롯한 기술주가 오르면서 인버스 상품의 수익률은 주저앉았다.
지난 16일부터 SOXS와 SQQQ는 각각 6.91%와 6.39% 떨어졌고, TSLZ는 테슬라의 호조로 -19.77%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서학개미들이 인버스 상품에 몰리면서 국내투자자의 미국 주식 보유액은 두 달 만에 900억 달러대로 치솟았다.
예탁결제원의 미국 주식 보관금액은 지난 19일 901억달러를 기록했고, 이튿날인 20일에는 893억달러로 집계됐다.
국내투자자는 미국 증시가 고공행진하던 지난 7월 950억달러어치의 미국 주식을 보유하기도 했으나, 글로벌 증시가 급락했던 지난 8월 이후로 미국 주식 보유액은 700억달러에서 800억달러 사이를 맴돌았다.
증권가에서는 국내투자자들이 미국의 기준 금리 인하를 향한 시장 반응을 부정적으로 판단하면서 인버스 매집세로 몰린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최근 대두된 반도체 업황과 9월의 계절적 약세에 대한 우려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안석훈
키움증권 WM부문 투자컨텐츠팀 부장은 “금리 인하 결정 직후 증시가 하락하기도 했고 나스닥이 고점을 향해 달려가다 보니 하락 베팅이 많이 나온 것”이라며 “게다가 9월에 증시가 안 좋다는 인식이 있기에 서둘러 인버스 상품을 매수한 것으로 바라보고 있다”고 말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