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가계대출 증가세 전월에 비해 크게 둔화됐지만
데이터 놓고 금리인하 할 수 있는 여건인지 의견 갈려

서울 중구에 위치한 한국은행 전경 <사진공동취재단>
한국은행이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빅컷’(기준금리 0.5%포인트 인하)으로 금리인하 시기를 10월과 11월 사이에서 저울질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들어 한은이 금리인하와 관련해 가장 눈여겨보고 있는 지표인 가계대출과 관련해 지난 추석과 10월 ‘긴 연휴’가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23일 한은에 따르면 지난 8월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회의 당시 향후 3개월 내 인하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금통위원은 4명으로, 직전 7월 회의에 비해 2명이 더 늘었다.

단순히 생각하면 향후 인하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해석할 수 있지만, 시점이 10월인지 혹은 11월인지는 불분명한 상태다.

당시 기준으로 3개월 이내 오는 10월 금통위뿐만 아니라 11월도 포함되기 때문이다.


물가는 한은의 목표인 2%대로 수렴한 가운데 집값과 가계대출 상승세가 금리인하의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실제 긴 연휴와 금융당국과 은행권의 각종 규제로 가계대출 증가 속도는 둔화됐다.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에 따르면 지난 19일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728조1414억원으로 전월 말(725조3642억원) 대비 2조7772억원 늘어났다.

이 추세대로 가계대출이 늘어나면 9월 한 달간 4조원 안팎으로 증가하는 수준으로 전월 대비 증가 폭은 절반 이하로 나올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9월 셋째 주 서울 아파트 가격은 1주일 사이 0.16% 올랐지만, 상승 폭은 전주(0.23%)보다 축소됐다.


가계대출 증가세가 크게 둔화한 점을 한은이 어떤 시각으로 바라볼 지가 오는 10월 금통위 결정에 주요 변곡점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9월 추석 연휴와 10월 초 국군의날 임시공휴일 지정 등 공휴일이 많은데 금융당국 규제가 아닌 연휴 영향으로 가계대출이 줄었다고 금통위원들이 해석할 수 있는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은행 영업일도 9월과 10월의 영업일은 각각 18일, 20일로, 8월(21일)에 비해 짧았다.


전문가들은 한은 금통위가 가계부채 증가세 둔화를 바로 확인한 뒤 기준금리를 인하할 수 있다는 의견과 아직 좀 더 지켜봐야한다는 입장으로 갈리고 있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한은 입장에선 가계 부채가 조금이라도 줄어드는 신호가 있으면 금리 인하에 대해서는 조금이라도 전향적으로 바뀔 것”이라며 “미국이 만약 큰 폭의 추가 인하를 하고, 한은이 뒤늦게 인하에 나선다면 후행적 인하로 비칠 수 있다는 점이 부담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강 연구원은 “한국은 제조업 수출 국가로 미국 경기에 대한 민감도가 큰 나라인 부분을 고려해야한다”고 말했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은 “긴 연휴와 8월 스트레스 DSR 도입에 대한 효과가 나타난 것”이라며 “(기저효과 등을 고려하면) 가계대출 증가세 둔화가 있을 것은 누구나 알 수 있는 부분으로 지난달 금통위 의사록 등을 10월 금리 인하가 쉽지 않아 보인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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