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계사만 믿고 보험 갈아탔더니…‘월 100만원 더’ 보험료 덤태기 수천여건 적발

보험대리점 부당 승환계약
금융감독원 2678건 적발
설계사 1인당 평균 1738만원
고액 스카우트 비용 지급하고
보험계약 ‘갈아타기’ 유도 기승
금융당국 상시검사 강화 예고

대형 법인보험대리점(GA) 소속 설계사 A씨는 부당 승환(갈아타기)계약을 유도했다가 금융당국에 덜미가 잡혔다.

A씨는 2022년부터 올해 3월까지 16건의 기존 종신보험 계약을 새로운 계약으로 갈아타도록 유도하면서 가입자에게 기존 계약과 신계약의 중요 사항을 비교해 알리지 않았다.

보험 가입자들은 유사한 보장 상품을 가입했음에도 부담해야 할 보험료가 월 36만2785원에서 139만7000원으로 100만원 이상 늘었다.


보험계약
23일 금융감독원은 지난해부터 올해 8월까지 대형 GA 5개사를 대상으로 검사를 실시한 결과 351명의 설계사가 2687건의 신계약을 부당하게 모집한 사실을 확인했다.

이들은 신계약 모집 과정에서 가입자들에게 6개월 이내 소멸된 기존계약과 신계약의 중요사항을 비교해 알리지 않았다.

금감원은 이를 통해 3502건의 기존계약이 부당하게 소멸된 것으로 확인했다.


GA가 설계사에게 지급하는 ‘스카우트 비용(정착지원금)’은 이같은 부당 승환계약을 유발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통상 GA는 설계사가 보유한 인적 네트워크를 자사 고객으로 끌어오기 위해 고액의 지원금을 주고 스카우트한다.

이 과정에서 고액의 정착지원금을 받은 설계사들은 보험 가입자들이 기존 계약을 신계약으로 갈아타게 할 유인이 커진다.


금감원에 따르면 2022년부터 지난해까지 대형 GA 39개사는 경력설계사 1만4901명에게 총 2590억원의 스카우트 비용을 지불한 것으로 나타났다.

1인당 1738만원에 이르는 금액이다.

1인 기준으로 가장 많이 지급한 회사의 경우 1인당 4433만원을 지급한 것으로 확인됐다.


문제는 GA가 설계사에게 지급하는 스카우트 비용에 대한 내부통제가 부실하게 이뤄진다는 점에 있다.

일부 GA는 본사의 통제와 관리 없이 스카우트 비용을 지급하거나 지급대상 설계사에 대한 선정 기준이 없고, 지급 상한액도 설정하지 않았다.


금융당국은 GA업계와 건전한 설계사 스카우트 문화 정착을 지속적으로 유도한다는 계획이다.

우선 지난 3일부터 GA업계는 ‘정착지원금 운영 모범규준’을 마련하고, 설계사 수 100인 이상 GA를 대상으로 모범규준 시행에 돌입했다.


여기에는 수수료 지급 규정 외에 별도로 GA 자체적인 정착지원금 운영 규정을 마련하고, 계약유지율, 불완전판매율, 민원발생률 등을 정착지원금 환수 기준으로 활용하도록 규정하는 내용이 담겼다.

아울러 분기별로 정착지원금 지급 총액, 선지급율, 미환수율뿐만 아니라 정착지원금을 수령한 설계사의 13월차 정착률을 보험GA협회 홈페이지에 공시하도록 규정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설계사 스카우트 관련 상시감시와 검사를 강화하고, GA의 정착지원금 관련 내부통제 강화를 지속 유도하겠다”며 “아울러 보험개혁회의 논의 등을 통해 GA의 불건전 영업행위 근절을 위한 보험영업제도 개선을 지속 추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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