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이유로 갑자기 상가 퇴거 요구? 임대차 계약 당시 고지 안했다면 무효


임차인 A씨는 작년 10월 권리금을 지급하고 가게를 인수했다.

그런데 불과 1년도 채 지나지 않아 건물이 팔리며 새 임대인은 건물 철거 뒤 재건축을 하겠다고 통보해왔다.

새 임대인은 당장 3개월 안으로 가게를 비울 것을 요구하고 있어 A씨는 바로 나가야 하는지 고민에 빠졌다.


A씨와 같이 불안정한 상가 임차인 지위를 보호하기 위한 법이 바로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상가임대차법)이다.

임차인은 상가임대차법 제10조에 따라 임대차 기간이 만료되기 6개월 전부터 1개월 전까지 계약갱신요구권을 행사해 최대 10년간 임대인 의사와 무관하게 영업할 수 있다.


그러나 예외적으로 임대인이 임차인의 계약갱신 요구를 거절할 수 있는 사유가 있다.

대표적으로 첫째, 임차인이 3개월에 해당하는 임대료 금액을 연체한 사실이 있을 때다.

이는 횟수나 연속해서 연체하는 것과 무관하게 연체 금액이 통틀어 3개월분에 이르는 것을 뜻한다.

이 경우 임대인이 임대차계약을 일방적으로 해지할 수 있기 때문에 유의해야 한다.


둘째, A씨 사례와 같이 건물의 전부 또는 대부분을 철거하거나 재건축하기 위한 경우 등이 있다.

이때는 항상 가능한 것은 아니고, 임대인이 임대차계약 체결 당시 임차인에게 구체적 공사 시기와 소요기간 등을 포함한 철거나 재건축 계획을 고지하고 그 계획에 따르는 경우 등에만 제한적으로 임차인의 계약갱신요구를 거부할 수 있다.

따라서 이번 사례의 새 임대인의 명도 요구는 일방적인 주장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에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임차인은 계약갱신요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


종종 '재건축할 경우 3개월 이내 조건 없이 나간다' '건물이 매매되면 임차인은 조건 없이 명도한다' 등의 특약을 계약서에 기재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이 특약은 무효다.

상가임대차법에 위반되는 약정으로 임차인에게 불리한 것은 효력이 없기 때문이다.

또 법령상 사유가 아니기 때문에 임대인이 직접 운영하거나 상가를 리모델링하겠다는 사유로는 계약갱신을 거절할 수 없다.

다만 '임대료를 주변 시세보다 상당히 저렴하게 약정하고 3년 후에 나간다'는 합의와 같이 임차인에게 특별히 불리하지 않다면 그 합의는 유효할 수 있다.


앞서 설명한 상가임대차법은 사업자등록 대상이 되는 상가건물을 임차해 영리 목적으로 사용하는 임대차계약에 적용된다.

예를 들어 공장·창고처럼 영업용으로 사용하지 않거나 교회·어린이집 등 비영리 목적 임차의 경우 10년의 계약갱신요구권 등을 적용받을 수 없다.


상가임대차법은 임차인뿐만 아니라 임대인에게도 중요한 고려 사항이다.

건물 수익률과 직결되기도 하며 계획에 따라 건물을 이용하기 어려워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분쟁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다음 사항을 고려해야 한다.


첫째, 임차인의 최초 계약 일자가 언제인지 파악해야 한다.

임차인의 계약갱신요구권은 최초 임차 시점을 기산일로 잡아 그 날로부터 10년간 보호되기 때문이다.


둘째, 만일 임대차계약 시 특약 사항이 있다면 상가임대차법에 반하는 임차인에게 불리한 특약인지 확인해야 한다.

만일 임차인에게 불리한 특약이라면 해당 특약은 무효이고, 임대인은 법적 분쟁 시 이를 근거로 계약갱신요구를 거절할 수 없기 때문이다.

계약갱신요구권에 관한 분쟁은 자주 발생한다.

가급적 원만하게 합의를 도출하는 것이 서로를 위해 좋다.

하지만 원만한 합의가 어렵다면 미리 자신이 처한 상황을 법적으로 꼼꼼하게 분석해 부당한 피해를 입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여승현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팀장(감정평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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