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금자보호한도를 현행 5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올리는 법안들이 계속 국회에서 발의되고 있는 가운데 금융당국이 법 개정에 신중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한도 상향에 따른 혜택이 일부 자산가에게만 돌아갈 수 있고 예기치 못한 자금 쏠림 현상도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4일 국회 정무위원회가 엄태영 국민의힘 의원과 신영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각각 제출한 예금자보호법 개정안에 대해 작성한 검토보고서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해당 개정안에 대해 신중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냈다.

예금보험공사는 금융회사로부터 예금보험료를 받아 예금보험기금을 적립하고 금융회사가 파산 등으로 고객 예금을 지급하지 못할 때 이를 대신 지급한다.


이 제도는 2001년부터 금융회사별 예금자 1인당 원금과 이자를 합해 5000만원 한도로 운영 중이다.

상향을 주장하는 쪽은 2001년과 비교했을 때 1인당 국내총생산(GDP)과 예금 등 규모가 각각 2.9배(작년 말 기준 4334만원), 5.3배(작년 말 기준 2947조원)까지 늘어난 점을 근거로 든다.


반면 금융위는 "현재도 예금자의 90~95%를 보호하도록 한 국제예금보험기구(IADI)의 권고 수준을 충족해 대부분의 예금자를 보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위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전 금융권 예금자 3억8333만명(중복 포함) 중 5000만원 이하 예금자 수가 98%(3억7550만명) 비중을 차지한다.

한도 상향 혜택이 금융자산이 많은 일부 계층에 한정될 수 있다는 취지다.

또 '금융시장에서의 자금 이동 영향'도 신중론의 배경이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26일 정무위 전체회의에서 "(한도를) 올리면 자금이 은행에 몰릴 수도 있고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으로 갈 수도 있다"며 "어느 쪽으로든 자금이 쏠리면 불안 요인이 있다"고 말했다.

보호한도를 높이면 시중은행 예금이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저축은행 등으로 이동하면서 금융 불안을 키울 수 있다는 취지다.

금융사뿐만 아니라 결과적으로 금융소비자 부담이 늘어난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예금보험료를 납부하는 금융업권의 부담이 커지면 결국 금리 인상 경로 등을 거쳐 전체 금융소비자에게 그 부담이 전가될 수 있다는 점을 의미한다.


[채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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