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폭락 주도한 범인 따로 있다고?…시장서 지목한 의외의 용의자는

일각선 알고리즘 매매 지목
자동매도 쏟아져 낙폭 키워

[매경DB]
1987년 10월 19일 월요일.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가 하루만에 22.6%(508포인트)나 떨어졌다.

‘블랙먼데이’로 기억하는 사건이다.

붕괴의 원인은 여러가지 있었겠지만, 직접적으로는 컴퓨터 프로그램을 통한 거래가 도입된 것이 꼽혔다.

미리 입력해둔 조건을 충족하면 매도주문을 내도록 해놨기 때문에 동시다발적으로 매도가 쏟아졌고, 증시 낙폭을 키웠다는 해석이다.


이 일로 서킷브레이커와 사이드카라는 일시적 거래 규제가 생겼다.

변동성이 커졌을 때 투자자는 상황을 평가할 시간을 주고, 프로그램의 자동화된 매도를 일시적으로 정지하기 위함이다.


지난 5일 아시아 증시 대폭락 현상에 대해 여러가지 해석이 나오는 가운데 6일 증권가에선 1987년 폭락과 유사하다는 해석이 제기되고 있다.

이렇게까지 과도하게 폭락을 할 뚜렷한 원인을 찾지 못하면서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주가가 왜 이렇게 빠져야 하는지에 대해 하루 종일 질문을 받았지만, 이해가 되지 않는 폭락”이라고 표현했다.

1987년 폭락장도 주가 그 자체의 고평가, 금리 상승 등 여러 원인에 대한 논의가 있었지만, 결국은 과도한 낙폭의 원인은 프로그램 매도로 확인된 경우다.


이번에도 프로그램 매도가 집중될 수 있었던 조건이 형성되면서 낙폭을 키웠다는 해석도 나온다.

5일 아시아증시 폭락도 글로벌 차원에서 움직이는 펀드에서 동시에 매도주문이 쏟아지면서 발생한 사건이라는 얘기다.


이선엽 신한투자증권 이사는 “미국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가 알고리즘에 반영되면서 동시에 투매가 일어난 현상”이라고 해석했다.

경기침체가 예상될 때 주식을 팔도록 설정해두면 예상보다 크게 부진한 고용지표가 매도세를 촉발했을 수 있다는 얘기다.

자연스럽게 미국의 금리 인하 폭이 예상보다 커지면 미국과 일본의 금리차가 줄어들고, 결국은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이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을 키웠을 것이라는 게 이 이사의 해석이다.

결국 프로그램 매도가 더 쏟아질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줬다는 얘기다.


이선엽 이사는 그 증거로 환율 변화가 없었다는 점과 미 국채 금리의 안정세를 꼽았다.

캐리 트레이드의 청산 그 자체가 문제였다면, 미 국채 시장에서 청산이 일어나면서 국채금리가 급등하고 엔화 강세도 더 강하게 나타났어야 하는데 그러지 않았다고 했다.


반면 김일혁 KB증권 연구원은 “일본은행의 금리 인상과 반도체주에 대한 의구심 확산으로 엔 캐리 트레이드가 청산되면서 이번에 낙폭을 확대하는 데 역할을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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