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4월 잠시 반등을 시도했던 중국 증시가 미·중 무역분쟁 이슈로 다시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미국 대선과 관련된 불확실성으로 위험자산 회피심리가 고개를 들고 신흥국 자금 유출까지 가속화됐다.

이미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연초보다 더 떨어졌고 홍콩 증시 역시 올해 4월 수준으로 복귀했다.

30일 항셍지수는 전일 대비 1.37% 떨어진 1만7002로 거래를 마감했다.

BYD, 샤오미 등 대표 기술주가 2%대 후반의 하락세를 보였다.

상하이종합지수는 2022년 이후 제대로 된 반등 없이 약세장을 지속하고 있다.


부동산 경기 침체로 시작된 중국 경제의 취약성이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대선 가도에 따라 미·중 무역분쟁 가능성이 다시 높아지자 중국 증시의 부진이 이어진 것이다.


인민은행은 2022년부터 계속 금리를 인하해 경기 부양 의지를 적극적으로 표명하고 있지만 시장에 유의미한 효과를 주지 못하고 있다.

올해 2분기 중국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4.7% 상승하는 데 그친 성장 둔화 속에서 대출 수요 감소까지 동반됐기 때문이다.

오히려 통화량 지표인 M2 증가량은 6월에 6.2%로 낮아지며 역사적 저점을 기록했다.

M1 증가율은 지난달 -5%를 기록하며 3개월 연속 역성장했다.

부동산 대출 축소(디레버리징) 속에서 주택가격 하락이 계속되고 있는 점도 부담이다.


무엇보다 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트럼프와 카멀라 해리스 모두 중국에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어 투자심리가 더욱 악화되고 있다.


관세 정책에다 반도체·전기차 등 첨단 제조 부문에 대한 견제까지 더해져 중국 증시를 이끌어온 대형주들의 실적이 흔들릴 가능성도 나온다.


글로벌 증시 랠리와 상반된 흐름을 나타낸 중국 증시 때문에 중국 펀드도 저조한 성과를 내고 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중국 펀드는 0.4%로 부진한 수익률을 기록했다.


반면 인도 펀드는 23.82%, 북미 펀드는 19.87%다.

같은 아시아권인 베트남은 12.07%, 일본 펀드는 11.89%의 수익률을 거둔 것과 대조적이다.

이 때문에 올 들어 중국 펀드에서 설정액 2700억원이 빠져나갔는데 이는 국가별 펀드 중 가장 큰 유출 규모다.


상하이종합지수가 석 달간 10% 이상 빠졌지만 여전히 바닥을 확인하지 못했다는 관측이 많다.


전종규 삼성증권 연구원은 "중국 경기의 펀더멘털 약화는 구조적인 부동산 공급 과잉과 연계돼 있어 적극적인 정부의 통화 완화와 재정 확대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 정부의 위험관리 정책이 경기와 금융시장에서 효과를 낼 수 있는지 확인한 뒤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상하이종합지수가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의 10.3배인 2800선까지 조정될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관건은 중국 정부 부양책의 강도다.

상반기 중국 정부의 경기 지원 정책의 강도는 약했고 구체적으로는 내수 소비 촉진을 위한 재정 정책이 미진해 증시 반등 기간은 한 달에 그쳤다는 평가도 있다.

2분기 경기지표 둔화를 감안할 때 인민은행이 3분기에 추가적인 지준율 인하와 정책금리 인하를 단행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재정 정책은 3분기 이후 지방정부의 인프라 투자가 소폭 확대될 것이고 설비 교체와 이구환신(낡은 제품을 새 제품으로 교체) 소비 유발 효과도 일정 부분 성과를 보일 수 있다.


백은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금리 인하와 더불어 정부의 정책 지원 강도가 강화됐다는 점에서 단기적으로 내구재 교체 수요가 나타날 것"이라며 "가전과 자동차는 수혜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김제림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늘의 이슈픽

포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