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통화가치 동반추락
이란 공습 이어 이스라엘 반격 검토에
중동발 지정학 리스크 커지고
美 고금리 장기화 우려에 강달러 지속

중동에서 이스라엘·이란 간 확전 가능성이 점차 사그라드는 것과 달리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연내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후퇴하면서 ‘고금리 장기화’ 공포에 아시아 금융시장이 새파랗게 질렸다.


16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당 원화값은 장중 한때 1400원선을 벗어나며 17개월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과거 달러당 원화값이 1400원선을 넘어선 건 1997~1998년 외환위기, 2008~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2022년 10~11월 팬데믹 이후 금리 급등기 정도다.


이날 도쿄 외환시장에서 달러당 엔화값도 154.45엔까지 밀리면서 1990년 6월 이후 34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엔화 약세의 핵심 요인은 미국과 일본의 금리 차이”라며 “일본은행은 엔화 가치를 부양하기 위해 외환시장에 개입해 2022년에만 600억달러 이상을 지출했다”고 지적했다.


이날 퀀틴 피츠시몬스 T로우 프라이스 글로벌 채권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현재 일본 경제에서 엔화가 더 강해지는 건 이익이 되지 않는다”며 “일본은행은 금리 인상을 시도했지만 정부부채 부담으로 인해 너무 많이 인상하고 싶지 않을 것”이라며 달러당 엔화값이 1980년대 ‘플라자 합의’ 이후로 볼 수 없던 수준인 170엔까지 추가로 10% 더 가격이 하락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JP모건과 뱅크오브아메리카(BoA)도 달러당 엔화값이 160엔까지 하락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날 아시아 신흥국 주요 통화 가치도 ‘강달러’ 앞에 일제히 약세를 보였다.

16일 선진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장중 106.39까지 오르면서 5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대만 외환시장에선 달러당 대만달러 가격이 32.55대만달러까지 내리면서 2016년 이후 최저치를 나타냈고, 달러당 인도네시아 루피아값도 2020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인 1만6000루피아 안팎에서 거래됐다.


이날 한국 코스피 지수는 전일 대비 -2% 중반, 일본 닛케이225 지수는 1%대 중반의 하락률을 보였고, 호주 S&P/ASX 200지수(-1.7%), 홍콩 항셍지수(-1.7%)도 모두 약세를 나타내는 등 아태지역 증시 전반에서 1~2%대 낙폭을 보였다.


앞서 15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이날 뉴욕 채권시장에서 미국채 10년물 금리는 장중 한때 4.663%까지 치솟다가 하루새 7.4베이시스포인트(bp)나 급등한 4.61%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지난해 11월 13일(4.638%) 이후 최고치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금리 선물시장에선 올해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횟수를 종전 25bp씩 3회 인하에서 9월과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각각 25bp씩 총 2회 인하할 것으로 시장 기대치가 바뀌었다.

아울러 올해 12월까지도 금리인하가 단 한 번도 없을 확률도 11.4%로 지난 12일(8.91%)이나 1주 전인 4월 9일(2.06%) 보다 크게 올랐다.


같은날 발표된 미국의 3월 소매판매 지표가 예상 보다 강하게 나온 점도 ‘고금리 장기화’ 공포심을 부추켰다.

15일 발표된 미국 3월 소매판매는 전월 대비 0.7% 늘어나며 예상치(0.4%)를 대폭 상회했다.

특히 온라인 쇼핑에서 명목 소매판매가 전월 대비 2.7%나 급등하며 전체 소매판매 상승분의 약 3분의 2를 기여했다.


이날 메리 데일리 샌프란시스코연은 총재의 발언도 ‘고금리 장기화’ 우려를 키웠다.

데일리 총재는 15일 스탠포드경제정책연구소에서 개최한 행사에서 “노동시장은 흔들리고 있다는 징후를 전혀 보여주지 않고 있고, 인플레이션은 여전히 목표치(2%)를 초과하고 있다”며 “연준이 저지를 수 있는 최악의 일은 시급하지 않은 일을 시급하게 처리하는 것이다”고 말하며 기준금리 인하가 시급하지 않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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