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전쟁 장기화에 국제유가 상승 부담
원자재가격지수, 올해 11% 올라 美증시 추월

100여대가 넘는 이란의 드론 및 미사일 공격을 요격한 이스라엘의 아이언돔 미사일 방어 시스템으로 14일 새벽 예루살렘 상공에서 불꽃이 목격되고 있다.

[사진 = 알자지라 홈페이지]

14일(현지시간) 이란이 이스라엘에 대한 전면적인 보복 공격을 가하면서 국제유가 상승이 물가 상승을 부추길 것으로 보이자 연내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계획했던 기준금리 인하 시점이 더 미뤄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날 CNBC는 “올해 인플레이션의 주된 원인이었던 에너지 가격은 이란의 이스라엘 공격으로 지정학적 위험이 추가되면서 상승세를 보였다”고 지적했다.


이란 공격 전날인 12일 이미 금융시장에선 이란의 공격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제기되면서, 런던ICE선물거래소에서 6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 가격은 장중 한때 배럴당 92.18달러까지 올라 작년 10월 말 이후 5개월 여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같은 날 뉴욕상품거래소에서 5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가격도 장중 배럴당 87.67달러까지 오르면서 올해 들어 최고치를 경신했다.


전문가들은 지난해 10월 시작된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주요 산유국인 이란으로 확산한다면 국제유가를 비롯해 전 세계 물가 상승에 직접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연초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올해 1분기 이란 원유생산량을 일일 310만배럴로 세계 9위 수준으로 평가했다.

아울러 IEA는 올해 들어 이란의 원유 생산량이 최근 5년간 최고 수준에 도달해 작년부터 감산 기조를 이어오는 사우디아라비아 등 다른 OPEC 회원국의 생산량 감소를 일부 상쇄한 것으로 관측했다.


이란이 이스라엘을 향해 보복 공격을 실제로 가하면서 중동 긴장감 고조에 따른 국제유가 상승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14일 서울의 한 주유소에서 한 시민이 주유를 하고 있다.

[김호영 기자]

조지 부시 행정부 당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특별보좌관을 역임한 밥 맥날리 래피던 에너지 대표는 CNBC에 “이란이 이스라엘을 직접 공격할 경우 브렌트유 선물 가격은 배럴당 100달러선까지 급등할 수 있다”며 “이번 사태로 석유의 주요 운송로인 호르무즈 해협의 물류가 교란될 경우 유가는 배럴당 120~130달러까지도 급등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래피던 에너지에 따르면 호르무즈 해협에서 실제로 원유 수송에 차질이 발생할 가능성을 30%로 제시했다.


호르무즈 해협은 이란뿐 아니라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아랍에미리트(UAE), 이라크 등 중동의 주요 산유국이 수출 통로로 활용하는 곳으로 전 세계 석유의 6분의 1, 천연가스(LNG)의 3분의 1이 이곳을 지난다.

한국에 수입되는 중동산 두바이유도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들어온다.


이에 따라 올해 들어 국제유가를 중심으로 한 원자재값의 급등은 전 세계 인플레이션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석유를 포함한 금, 구리, 농산물 등 다양한 원자재값을 포괄하는 S&P 골드만삭스상품가격지수(GSCI)는 연초 530.49포인트에서 지난 12일 598.32까지 올해 들어 11.7% 오르면서 같은 기간 9% 오른 S&P500 지수보다 더 많이 올랐다.


앞서 지난해 10월 국제통화기금(IMF)은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발발 초기부터 확전 가능성을 우려하며 중동 지역의 전쟁으로 국제유가가 10% 상승하게 되면 글로벌 생산량이 0.15%포인트 줄고, 인플레이션은 0.4%포인트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따라 금융시장에선 이란의 공격이 중동 내 확전으로 번지면 인플레이션 상승과 함께 올해 9월로 미뤄진 연준의 첫 금리인하 시점도 더 미뤄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14일 연방기금금리 선물시장은 연말까지 기준금리 2회 인하를 예상하고 있고, 연말까지 기준금리가 인하 없이 동결될 확률도 8.9%에 달할 것으로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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