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은 고통인데 필리핀은 꿀 빠네...똑같은 일 하는데 인건비 왜 이래

뉴욕 식당의 필리핀 원격 근로자
고임금·높은 임대료 대응 수단 주목
비디오챗 ‘줌’ 통해 매장 고객 응대
배달 주문받고 온라인 리뷰도 관리

한 뉴욕 식당의 모니터에 필리핀 원격 종업원이 고객 주문을 받고 있다.

[사진 = 인스타그램 캡처]

뉴욕 퀸즈의 롱아일랜드 시티에 있는 한 치킨 가게 주문대에는 점원이 없다.

대신 옆에 있는 모니터에서 핸즈프리 이어폰을 낀 필리핀 계산원이 인사를 건네고 메뉴를 추천해준다.


뉴욕과 필리핀은 12시간이나 시차가 있지만, 최근 일부 뉴욕 레스토랑에서는 필리핀 원격 근로자들이 영상통화 프로그램인 줌(ZOOM)을 통해 매일 고객들을 맞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1일(현지시간) 전했다.


뉴욕에서 점원을 고용하려면 최저임금 16달러를 줘야 하지만, 필리핀 원격 근로자들은 시간당 3달러를 받는다.

매장에 손님이 없을 때에는 음식 배달 주문을 접수하고 예약 문의 전화를 받는다.

식당의 온라인 리뷰 페이지도 관리한다.


원격 근무는 필리핀 근로자들에게도 이득이다.

같은 업무를 필리핀에서 할 경우 시급이 절반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실제 매장 근무만큼은 아니지만, 팁도 일부 받을 수 있다.

한 식당의 경우 하루에 받은 전체 팁의 30%를 제공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 최저임금 대비 20%에도 못 미치는 이같은 시급은 엄연히 합법이다.

뉴욕주 노동부 대변인은 “뉴욕주의 최저임금법은 지리적 한계 내에 물리적으로 존재하는 노동자들에게만 적용된다”라며 “원격 서비스 모델은 합법적”이라고 설명했다.


이 서비스는 이번 달 초부터 소셜미디어(SNS)에 공유되면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원격 비서서비스를 제공하는 ‘해피캐셔’의 설립자인 장치(34)는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문을 닫은 브루클린 다운타운의 한 상하이 식당을 운영하던 자영업자였다.


그는 식당 운영 경험을 바탕으로 고임금·고물가에 높은 임대료로 고통받고 있는 자영업자들이 해외 콜센터보다 더 업그레이드된 가상 비서 서비스를 제공할 경우 매장 효율성을 극대화하면서 가게 영업이익도 늘릴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지난 10월 정식 출시됐고 뉴욕 퀸스와 맨해튼, 저지시티의 레스토랑에서 활용중이다.

장 CEO는 “연말까지 뉴욕주 내 100여 개 식당에 가상 비서를 배치해 빠르게 규모를 확대할 것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맨해튼 이스트 빌리지에 있는 샌산치킨의 매니저인 로지 탕은 “이 서비스는 소기업들이 생존할 수 있는 방법을 제공해준다”라며 “서비스가 제공하는 비용과 공간 절약으로 가게에 작은 커피 노점을 추가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일부 고객들은 모니터로 필리핀 점원의 인사를 받는 것에 거부감을 드러내고 있다.

뉴욕의 한 일본 식당에서 이 같은 서비스를 처음 경험한 사니아 오르티즈 씨(25)는 “매장에 들어서니 카메라와 함께 금색 프레임의 평면 모니터가 놓여 있었다.

나는 절대로 그것을 이해하지 못하겠다”라고 밝혔다.


뉴욕 일자리와 임금이 이같은 가상 호스트로 인해 위협받고 있는 것에 대한 우려도 제기됐다.

뉴욕에서 최저임금 인상을 추진해온 비영리 노동단체 ‘레스토랑 오퍼튜니티 센터 유나이티드’의 테오필로 레예스 사무총장은 “자영업자들이 다른 나라에 일을 아웃소싱할 방법을 찾았다는 사실은 극도로 문제가 된다”라며 “이는 업계의 임금에 극적인 하락 압력을 가할 것이기 때문”이라고 우려했다.


공공정책 싱크탱크 도시미래센터의 조나단 보울스 전무는 “패스트푸드 업체의 노동력은 이미 줄어들고 있으며, 새로운 기술은 산업을 더욱 변화시킬 수도 있다”고 밝혔다.


그는 최근 뉴욕시의 패스트푸드점 직원 수가 2022년 평균 8.5명으로,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인 2019년의 9.23명보다 감소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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