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령계좌 '급증'에도 증권업계, 계좌 개설 이벤트 '봇물'…"이벤트성 마케팅 지양해야"

【 앵커멘트 】
사실상 거래가 거의 없는 이른바 '유령 증권계좌'가 대폭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증권업계는 신규 계좌 개설 이벤트를 속속 내놓으며, 고객 유치에 힘쓰고 있는데요.
일각에서는 이러한 이벤트성 마케팅을 지양해야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조문경 기자의 보도입니다.


【 기자 】
최근 주요 증권사들의 휴면계좌 이른바 '유령계좌'가 증가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지난 5년 동안 두 배 가까이 증가한 것.

휴면성 증권계좌는 지난해 5천600만개를 넘어섰는데,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꾸준히 증가했습니다.

휴면계좌란 최근 6개월간 매매거래나 입출금·입출고 등이 발생하지 않은 예탁자산 평가액 10만 원 이하인 계좌 등을 말합니다.

신규 계좌 개설을 위한 증권사들의 과도한 경쟁이 휴면계좌 증가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됩니다.

▶ 인터뷰(☎) : 최승재 / 국민의힘 의원
- "마이데이터 사업을 앞두고 데이터 확보를 위해서 증권사들의 과도한 경쟁으로 이벤트성 계좌 개설이 이어졌어요. 그래서 휴면 계좌도 늘어난 것 같고요.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해 휴면 계좌 해지와 활성화 노력이 더 필요해 보입니다."

주목할 점은 휴면계좌가 증가세를 보이는 데도 아직까지 증권사들의 신규 계좌 개설 이벤트는 끊이질 않고 있다는 겁니다.

한 증권사는 오는 31일까지 신규 계좌를 개설하는 고객에게 해외 상품권을 지급하는 이벤트를 진행하는가 하면,

또 다른 증권사는 지난 3월부터 신규 고객을 대상으로 미국주식 매수 수수료 할인 이벤트를 선보이고 있습니다.

이밖에도 최근 미성년 자녀의 비대면 계좌 개설이 가능해지면서, 수많은 증권사들이 미성년 신규 고객을 대상으로 한 계좌 개설 이벤트를 줄줄이 내놓는 상황입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러한 증권사들의 이벤트성 계좌 개설 마케팅을 지양해야한다는 의견이 나옵니다.

휴면계좌가 늘어날수록 범죄에 악용될 가능성이 있고, 휴면계좌를 관리하기 위한 전산 비용 등 불필요한 지출도 많기 때문입니다.

이에 전문가들은 신규 계좌 개설을 위한 마케팅보다는 휴면계좌를 활성화하는 데 비용을 투입해야한다고 조언합니다.

▶ 인터뷰(☎) : 서지용 / 상명대 경영대학 교수
- "증권사가 적극적으로 금융 소비자 대상으로 휴면 계좌 안에 있는 잔고들을 소비자한테 적극적으로 알리고 활용할 수 있게끔 공개를 할 필요가 있고요. 휴면계좌가 다시 정상적으로 거래가 될 수 있도록…."

증권사들이 너도나도 신규 계좌 개설을 위해 힘쓰고 있는 가운데, 쉬고 있는 유령계좌 수는 계속해서 늘고 있습니다.

매일경제TV 조문경입니다. [sally3923@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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