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산업부 블랙리스트'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는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구속을 피했습니다.

서울동부지법 신용무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지난 15일 백 전 장관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열어 구속의 필요성을 심리한 뒤 밤 9시 40분께 "범죄 혐의에 대한 대체적인 소명은 이루어진 것으로 보이나 일부 혐의는 다툼의 여지가 있다"며 검찰의 영장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신 부장판사는 "피의자가 현재 별건으로 형사재판을 받는 점이나 피의자의 지위, 태도 등에 비춰 도망염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라고도 했습니다.

또 "제반 정황에 비춰 피의자가 다른 피의자나 참고인을 회유해 자신에게 유리한 진술을 하게 할 가능성이 사실상 없고, 수사기관에 상당한 양의 객관적 증거가 확보돼 추가로 증거인멸을 할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러면서 "피의자에 대한 추가 수사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피의자가 구속된다면 방어권 행사에 심대한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기각 사유를 설명했습니다.

백 전 장관은 문재인 정부 집권 초기인 2017∼2018년께 13개 산업부 산하기관장에 대한 사직서를 강요하는 등 직권을 남용해 인사에 개입한 혐의(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를 받습니다.

백 전 장관은 이 과정에서 과거 한명숙 국무총리 시절 총리 비서실 정무수석을 지낸 황창화씨가 한국지역난방공사 후임 사장이 될 수 있게 면접 질문지와 답안지 등을 전달해 부당하게 지원한 혐의도 받습니다.

법원은 백 전 장관의 이 같은 혐의가 대체로 소명됐다고 판단했지만 일부 다툼의 여지가 있는데다 증거 인멸 및 도주 우려가 없는 만큼 불구속 상태에서 수사와 재판을 받게 하라고 판단했습니다.

덕분에 백 전 장관은 대전지검에서 월성 1호기 원전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으로 수사받은 때에 이어 이번에도 구속을 피했습니다.

검찰은 법원이 구체적으로 기각 사유를 밝힌 만큼 백 전 장관에 대한 보강 수사를 한 뒤 그를 불구속 기소할 것으로 보입니다.

백 전 장관의 신병을 확보해 이를 동력 삼아 문재인 정부의 청와대 윗선으로 뻗어가려던 계획엔 다소 차질이 생길 전망입니다.

검찰은 당시 청와대 인사수석실 행정관을 지낸 박상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청와대와 산업부 사이의 연결 고리였을 것으로 보고 그와 참고인 조사 일정을 조율 중이었습니다.

실제 산업부와 그 산하 기관에서 확보한 이메일 등 압수물에서 박 의원이 산하기관장 사퇴 종용에 가담한 정황을 발견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그러나 백 전 장관의 구속 영장 기각으로 박 의원에 대한 조사 일정도 다소 늦춰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 박소민 인턴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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