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서울 송파구 롯데칠성음료 본사에 마련된 수제맥주 오디션 `수제맥주 캔이 되다`의 소비자 시음 평가회장에서 직원들이 시음하고 있다.

[사진 제공 = 롯데칠성음료]

식음료 업계에서 제품 기획 단계부터 소비자 요구를 받아들여 실제로 상품으로 만드는 사례가 늘고 있다.

소비자가 단순히 상품 구매자가 아니라 상품기획자(MD)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이다.

소비자는 제품화 과정에 참여하는 재미를 느낄 수 있고, 기업은 제품이 상향 평준화된 시장에서 소비자 선택을 받기 위한 '플러스 알파'를 더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28일 롯데푸드에 따르면, 다음달 아이스크림 돼지바를 변형시킨 '그릭복숭아 돼지바'와 '돝-짝대기'를 출시한다.

지난 7월부터 한 달간 소비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돼지바 공모전'에서 최종 우승한 아이디어가 실제 제품으로 나오는 것이다.


공모가 이뤄졌을 당시 응모작이 565건에 달할 정도로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수고를 마다하지 않고 자발적으로 참여한 인원이 예상보다 많아 회사 측도 놀랐다고 한다.


소비자가 제안한 아이디어도 기발했다.

'그릭복숭아 돼지바'는 아이스크림 겉면에 그래놀라와 시리얼을 묻히고 속엔 복숭아잼을 넣었고, 제주도 방언으로 돼지바를 뜻하는 '돝-짝대기'는 우도 땅콩 크런치를 입히고 안쪽에 백년초잼을 넣은 제품이다.

돝-짝대기를 제안한 26세 금융사 직원 A씨는 "대구 사과, 보성 녹차처럼 돼지바도 도시를 대표하는 맛으로 브랜딩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 제주도 특산물을 이용해 만들어 봤다"고 말했다.

롯데푸드는 "MZ세대에 놀이터를 만들어주니 재밌는 아이디어가 폭발적으로 모였다"며 "애초 1개 아이디어만 제품화할 계획이었으나 아이디어가 좋아 2개로 늘렸다"고 말했다.


롯데칠성음료는 '수제맥주 대국민 오디션'을 펼치고 있다.

중소형 수제맥주 브루어리 30곳의 73개 브랜드 중 소비자 온라인 투표로 10개 업체를 추리고, 소비자와 전문가의 블라인드 시음 테스트를 거쳐 1위 맥주를 뽑는 행사다.

1위 맥주는 롯데칠성의 생산과 마케팅 지원을 받는다.

롯데칠성은 전체 평가 과정에서 소비자와 전문가의 점수 비중을 50대50으로 두고 최우수작을 선정한다.

롯데칠성음료 관계자는 "100명을 뽑는 소비자 시음단 신청자가 1153명에 이를 정도로 반응이 뜨거웠다"며 "소비자가 경험하고 싶은 수제맥주를 직접 투표하고 그 결과로 생산까지 이뤄진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농심이 지난 7일 출시한 신제품 '카구리 큰사발면'은 PC방 손님들이 개발했다.

코로나19 사태가 덮친 지난해 3월 방역수칙에 따라 PC방 내 음식 섭취가 금지되자 PC방에서 게임하며 먹던 '카구리'가 그립다는 반응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 퍼졌다.

농심은 자사 라면 '너구리'에 카레를 넣는 레시피가 PC방에서 유행이라는 것을 포착하고 올해 초 '카구리' 개발을 시작해 시장에 내놨다.

농심 관계자는 "PC방 이용객 사이에서 먼저 '붐'이 일어난 레시피를 다른 소비자들도 경험해볼 수 있도록 하자는 의견에 따라 만들었다"고 말했다.


SNS에서 소비자 이목이 쏠린 레시피를 발 빠르게 제품화하는 사례도 많다.

밀키트 업체 프레시지는 유튜버 박막례 할머니가 만든 비빔국수가 유튜브 채널에서 누적 합산 약 1500만 조회 수를 기록하자 이를 밀키트 제품으로 만들었다.

분식 프랜차이즈 스쿨푸드는 한 예능 방송에서 들기름 국수 레시피가 소개된 후 관심이 커지자 '어간장 들기름 막국수'를 선보였다.


식품 업계에서 소비자 목소리가 힘을 얻는 것은 경쟁 과열에서 빚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식품 업계 관계자는 "소비자 요구가 제품이 된다는 것 자체가 이슈가 되기 때문에 출시 후 바로 반응이 나온다"고 말했다.


[진영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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