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국정감사가 끝났다.

'헛방'이라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새로 드러난 의혹도, 확실히 입증된 의혹도 없다.

의혹의 껍질을 벗기려던 국민의힘 판정패로 보인다.

그렇다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압승한 것도 아니다.

불거진 의혹 중에 속 시원히 해결된 것이 딱히 없다.

뇌리에 남은 건 이재명 후보 특유의 발언뿐이다.


초과이익 환수 건의를 왜 거절했느냐는 김은혜 의원 추궁에 이 후보는 "재벌 회장에게 계열사 대리가 보고하는 것 있나"라는 말로 반박했다.

'설계자가 범인'이라는 박성민 의원 주장에는 "비행기 설계했다고 9·11 테러 설계가 될 수 없는 것"이라고 받았다.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구속됐을 때도 이 후보는 "한전 직원이 뇌물 받으면 대통령이 사퇴하느냐"고 했다.

첫날 국감을 마친 후에는 "태산명동 서일필, 이제 쥐를 잡을 때"라고 했다.


이 후보의 화법은 독특하다.

복잡한 사안을 극도로 단순화시킨 다음 친숙한 비유로 바꿔 되묻는다.

단순화된 비유는 귀에 착 감긴다.

누군가를 끊임없이 설득해야 하는 변호사의 화법과 다양한 사람들에게 쉽게 설명해야 하는 자치단체장의 화법이 섞였다.

질문을 질문으로 받는 화법은 상대를 움찔하게 하는 효과가 있다.


이런 화법이 일단 먹혔다.

시간 제약이 있는 국정감사에서 효과를 발휘했다.

지지자들을 결집하는 측면에서도 유효했다.

하지만 지금부터는 본선이다.


귀에 감겼던 이 후보의 말은 시간이 흐를수록 어색함이 짙어진다.

실체적 진실이 이 후보의 말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수차례 논리적 비약이 끼어들었기 때문이다.

대장동의 복잡한 사슬구조를 단순화하는 과정에서 논리적 비약이 있었고, 친숙한 사례에 빗대는 과정에 또 한 번 비약이 생겼다.

그래서 이 후보의 말이 언뜻 수긍이 가고 지지자들에게는 무릎을 탁 치는 '사이다' 발언으로 통하다가도, 시간이 지나고 지지하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뜬금없다' '황당하다'는 반응을 유발했다.

민주당이 선방했다는 국감 이후에도 '이재명 후보와 대장동 사태에 연관성이 있다'는 응답이 45.9%에 달하는 여론조사 결과가 이를 방증한다.

'유동규는 측근이라는데 대통령과 한전 직원이 측근이냐' '대장동이 어떻게 비행기냐, 테러지'라는 의문이 쏟아졌다.

'대장동을 의심하는 사람은 모두 쥐란 말인가'라는 말도 나왔다.


본선에서는 중도를 끌어안아야 한다.

대장동 의혹과 이 후보가 연결돼 있을 거라고 의심하는 사람들에게 해명해야 한다.

이 후보가 대장동 의혹의 몸통이라고 믿고 싶어하는 사람까지도 설득해야 한다.

이 대목에서 이 후보의 화법은 유효하지 않다.

차라리 한두 개 팩트가 나오면 그것에 대해 해명하고 사과하면 될 터인데, 똑 부러지는 팩트가 없으니 바로잡을 도리가 없다.

비약과 비유가 뒤섞인 화법으로는 이 후보를 의심하는 중도층 마음을 돌려세우기 어렵다.


이 후보가 혹시 대장동 사태를 14년 전 대선 정국을 강타했던 BBK 사태쯤으로 여긴다면 오산이다.

당시 BBK 사태는 요란하기만 했지 선거에 영향은 미미했다.

사안이 복잡하고 등장인물이 많아서 국민이 본질을 쉽게 이해하기 어렵다는 공통점은 있다.

하지만 대장동 사태는 전 국민을 분노케 한 부동산 문제라는 점, BBK는 실패한 사업이지만 대장동은 대박 난 투자라는 점에서 결정적으로 다르다.

또 BBK는 이명박 당시 후보가 30억원을 투자한 것으로 '그들만의 리그'라는 느낌이 강했지만, 대장동 프로젝트는 평범해 보이는 사람들이 수천만 원을 투자해 수십, 수백 억원을 챙긴 사건이라 국민의 감정선을 직접 자극한다.


국감은 끝났지만 대장동 의혹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대권을 향한 이 후보가 국회가 아닌 국민으로부터 받는 진짜 검증은 이제부터다.


[이진명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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