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대선을 앞두고 공약보다는 후보의 과거 흔적, 그에 대한 공세가 이슈를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되고 있다.

대선은 시대정신을 재점검하는 공론의 장으로 통하지만 치열한 정치적 공방 속에 막상 공약은 주목받지 못하고 있다.

'최예빈의 빈 공약' 시리즈는 묻혀버린 대선 주자들의 공약들을 주제별로 파헤친다.

빈(空) 공약일 수도, 어쩌면 빛나는 빈(彬) 공약일 수도 있다.


4.7 재보궐 선거에서 '캐스팅 보터'로 떠오른 청년들의 표심을 잡기 위해 여야 대선 후보들의 경쟁이 뜨겁다.

청년기본소득을 약속한 이재명 경기도지사부터 청년들에게도 부동산 투자의 길을 열어놓은 윤석열 전 검찰총장, 청년 정책을 내놓지 않겠다는 홍준표 의원까지. 그 동안 선거에서 정치의 사각지대에 위치했지만 이젠 존재감이 유례없이 부쩍 커진 청년들을 위한 공약들을 점검한다.



청년기본소득…재원과 효과 의문 제기

이재명 지사는 2023년부터 19~29세 청년들에게 청년기본소득을 연간 100만원을 지급하겠다고 했다.

보편 기본소득과 합산하면 임기 말에는 인당 200만원이다.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이 국회예산정책처에 의뢰한 자료에 따르면 기본소득을 위해 2023년부터 2027년까지 5년간 필요한 추가 재정은 252조5000억원으로 연평균 50조5000억원에 달했다.

이재명표 기본소득 설계자인 강남훈 한신대 교수는 국토보유세로 30조원, 탄소세로 30조원을 부과하고 기존 예산을 절감하면 기본소득 재원 마련이 가능하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실현 가능성에 의문들이 제기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싱크탱크 연구원은 "상상 속 세계에선 30조를 말하든, 1000조를 던지든 상관없지 않겠냐"고 일축했다.

국회예산정책처가 추산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보유세로 국민이 지는 부담은 12조352억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국토보유세를 신설해서 30조원을 더 걷는다는 것은 조세저항과 세부담 전가 충격을 감안할 때 불가능하다고 보면 된다는 설명이다.


효과에 대한 의문도 나온다.

이 지사는 기본소득 개념을 반영한 청년배당 정책을 도입한 바 있다.

지난 2019년 만 24세 청년에게 분기당 25만원씩, 1년간 총 100만원을 지역화폐로 지급한 것이다.

그러나 한국행정학보 가을호에 실린 논문 '경기도 청년기본소득은 도전을 자극하는가'에 따르면 청년기본소득을 받았더라도 수령자의 창업 의향이나 새로운 시도 의향에 통계적으로 유의한 변화가 나타나지 않았다.


현금성 지원보다 청년들의 근본적인 문제를 먼저 해결해달라는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

강민진 청년정의당 대표는 "현금성 지원이 필요하긴 하지만 모든 청년들에게 필요한 만큼 수당을 줄 수 없는 게 현실"이라며 "현재 청년 문제의 근본적 원인을 고치는 사회적 변화와 같이 가야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 지사가 청년 정책으로 함께 제시한 학점비례 등록금제나 자발적 이직에 대한 생애 한 차례 구직급여 지급에 대해선 긍정적 평가가 있다.

이동학 더불어민주당 청년최고위원은 "급변하는 산업구조상 정부가 바뀌어도 자발적으로 장기간 실업상태에 있는 사람들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며 "고용보험을 받으면 자발적 실업상태에서도 새 삶을 설계해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청년원가주택...시행한 적 없는 정책

윤석열 전 총장은 부동산 공약을 발표하면서 5년 이내에 청년 원가주택 30만호을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무주택 청년들에게 85㎡ 이하 규모의 주택을 건설 원가로 분양한다는 계획이다.

5년 이상 거주 후에는 국가에 매각해 애초 구매 원가와 차익의 70%를 더한 금액을 가져갈 수 있도록 했다.

청년들에게도 부동산 투자 길을 열어준 것이다.


그러나 이 정책에는 어디에 어떻게 30만호를 공급하냐는 문제가 제기된다.

윤 전 총장 측은 3기 신도시 등 공공택지에 조성하겠다고 말하지만 구체적 계획은 아직 없다.

부동산업계에 종사하는 전문가들은 한 목소리로 부지 확보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본다.

또 건설 원가로 분양한다면 뛰어들 민간의 참여가 요원해지는 점도 문제다.


일종의 '폭탄 돌리기'라는 지적도 나온다.

유승민 캠프 경제정책본부장을 맡은 유경준 의원은 유 의원은 "30년이 지난 시점에서 주택이 소멸되거나 시장에서의 가치를 상실하게 되면 결국 국가가 정해진 환매금액을 모두 지불해야 한다"며 "30년 뒤 엑싯을 가정할 경우 총 지불 비용은 879조에 달하는데 정책초기에 지불되지 않은 정책비용이 모두 후불로 지불되는 셈"이라고 비판했다.


또 유 의원은 "정책초기 단 한번 로또일 뿐, 그 뒤로는 결코 청년과 무주택자들을 위한 주택일 수 없다"며 "초기분양비용은 원가로 공급한다고 치더라도 그 이후 재판매 되는 가격은 시세의 70%를 반영하기에 최초 공급가 대비 2~3배 오른 가격이 된다.

이 가격이 과연 청년들이 지불 가능한 수준일까"라고 꼬집었다.


이미 과거에 실패한 정책들의 '짬뽕'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김성달 경실련 부동산건설개혁본부 국장은 "과거에 시행한 적이 없는 정책"이라면서도 "주택 소유자가 되팔 때 공공이 소유권을 가져가는 환매조건부 주택과 유사한데 환매조건부 주택은 분양 실패로 사라졌다"고 말했다.



"청년만 특정한 청년정책 없다"

홍준표 캠프측은 초고층 고밀도 개발 분양권을 청년으로 제한하거나 모병제로 전환하는 등 정책 곳곳에 청년을 위한 생각들이 녹아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여명 대변인은 "홍 의원이 청년만 특정한 청년 정책을 내놓지 않는다는 것에 MZ세대가 지지하고 있다"며 "지난 10년 간 여야 할 것 없이 청년 정치 이름으로 선심성 공약이 많이 나왔지만 청년 의 삶이 나아진 게 없다"고 말했다.

여 대변인은 "실제로 홍 의원 페이스북에 어르신 중 한 명이 댓글로 MZ세대 지지율이 높으니 이 기회에 청년 정책을 발표하자고 했는데 청년들이 대댓글로 청년 정책을 발표하면 기성정치인과 똑같다는 것이니까 지지를 철회하겠고 했다"고 설명했다.


대신 최저임금 급격한 상승, 주 52시간 제도 등 기업을 옥죄는 수많은 규제들을 걷어내 경제 발전을 도모하고 일자리 창출하겠다는 계획이다.

여 대변인은 "법체계를 기존의 포지티브에서 네거티브 방식으로 만들어 안 된다는 것만 규정하고 경제 정책을 전향적으로 바꿀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이동수 청년정치크루 대표는 "그 동안의 청년 정책을 보면 공공기관 일자리나 창업 지원 등 일부만 혜택을 볼 수 있어 체감도가 낮았다"며 "청년 정책들이 청년들을 잡기엔 부족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지금 청년들은 개별 정책을 보고 후보를 결정하는 게 아니라 후보의 메시지나 스탠스에 더 큰 영향을 받는다"며 "정책을 시행한다고 한들 일상이 바뀌지 않을 것으로 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예를 들어 "MZ세대 사이에서 홍 의원의 인기는 공정 메시지와 관련된다"며 "문재인 정부의 내로남불, 위선에 염증을 느낀 20대들은 사법고시 존치 문제 등 공정에 대해 꾸준히 말하는 홍 의원에 호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반면 국무조정실 청년정책조정위원회 민간 부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승윤 중앙대 교수는 청년만을 겨냥한 정책이 필요 없다는 견해에 대해서 "디지털 경제로 진입하면서 경제성장이 곧바로 좋은 일자리 양산으로 동조화되는 현상이 나타나지 않고 탈동조화가 일어난 지 20년 정도 됐다"며 "경제 성장이 이뤄지고 기업들이 성장해도 좋은 일자리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게 지표로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경제 성장만으로 일자리가 곧바로 창출되는 건 사업화 시대에 작동했던 방식"이라며 "또 이전에는 일자리를 얻으면 주거라든가 가구 형성 문제가 해결이 됐는데 이제는 그렇지 않다.

청년 세대가 경험하게 되는 경제사회적 현상이 이전과 다르기 때문에 새로운 청년 정책 대안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최예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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