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항서가 화낸 진짜 이유? 월드컵 예선 4연패 빠진 베트남 대표팀 [신짜오 베트남]

박항서 베트남 축구대표팀 감독 /사진=연합
[신짜오 베트남-163] 박항서 감독과 함께 수많은 신화를 써내려간 베트남 축구국가대표팀이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

베트남은 13일 오전 1시(한국시간) 오만에서 열린 2022년 카타르월드컵 최종예선 B조 4차전에서 1-3으로 패배하며 4연패 늪에 빠졌습니다.

B조에서 승점 1점도 따내지 못한 것은 베트남이 유일합니다.


베트남은 이전 경기에서 사우디아라비아(1-3)와 호주(0-1), 중국(2-3)에 내리 패배했습니다.

특히 '해볼 만하다'고 여겼던 중국과의 경기에서는 경기 막판 결승골을 얻어맞으며 아쉽게 패배했습니다.


이번 오만과의 경기에서도 아쉬움은 남았습니다.

전반 16분 첫 번째 위기가 찾아왔는데요. 문전에서의 반칙으로 오만에 페널티킥을 내줬습니다.

하지만 오만의 실축으로 첫 번째 위기를 잘 넘긴 베트남은 전반 39분 원정경기에서 선제골을 넣으며 0의 균형을 깨뜨렸습니다.


하지만 전반 추가 시간에 동점골을 내줬고 후반 4분에는 역전골을 허용했습니다.

이때까지만 해도 1대2로 뒤지던 베트남은 동점골을 향해 사력을 다해 뛰었습니다.

그러나 결국 후반 18분 추가 실점을 내주며 1대3으로 뒤처진 탓에 반격의 기회를 잡지 못했습니다.

상대 페널티박스에서 파울을 범해 페널티킥을 내준 것이지요.
박 감독은 오만전 이전 3연패를 당할 때까지 경기 후 인터뷰에서 비교적 냉정한 반응을 유지했습니다.

하지만 이번만은 달랐습니다.

경기 직후 "오만전 주심은 일관성이 없었다.

심판 스스로 자신에 대해 되돌아보길 바란다"라고 쏘아 붙인 것입니다.


이날 베트남이 두 번의 페널티킥을 내줬는데 공교롭게 두 번 다 비디오판독(VAR)에 의한 것이었습니다.

(이 중 첫 번째 페널티킥은 실축해 골로 이어지지는 않았습니다만) 반면 베트남은 에이스 꽝하이가 오만 수비수에 밀려 넘어졌는데, VAR 찬스가 주어지지 않았습니다.

박 감독은 "(베트남) 선수들이 심판에 강한 불만을 품었을 것이다.

그래도 우리에게 많은 경기가 남아 있다"며 애써 분노를 잠재웠지만 표정에서 터져나오는 화의 기운은 숨길 수 없었습니다.


베트남 내에서도 베트남이 쟁쟁한 경쟁국가를 이기고 월드컵 티켓을 따낼 것이라 기대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맥없이 4연패로 무너지는 시나리오 역시 상상하기 힘든 것이긴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렇다면 베트남 안에서는 그동안 신격화됐던 박 감독에 대한 비난 목소리로 넘쳐나고 있을까요. 물론 습관처럼 악성 댓글을 다는 몇몇 문제아들은 시간과 공간을 막론하고 존재하기에 이들은 가볍게 무시하기로 하고, 메이저 언론의 기사를 토대로 추측하면 그렇지는 않은 듯합니다.


오히려 패배를 계기로 베트남 축구 실력을 끌어올리는 동력으로 삼아야 한다는 뼈아픈 지적이 많았습니다.

그중 가장 인상적인 기사가 있어 하나 소개합니다.

베트남 대표매체인 VNEXPRESS의 기사입니다.

'왜 베트남은 그렇게 많은 페널티킥을 허용하는가'를 다룬 기사입니다.


기사에 따르면 베트남은 카타르월드컵 2차 예선을 포함 최근 7경기에서 무려 7번의 페널티킥을 허용했습니다.

그런데 월드컵 최종 예선에 오른 나머지 아시아 11개 팀은(한국 일본 사우디아라비아 오만 호주 레바논 이라크 등) 합산 기준 최근 120경기에서 오직 8번의 페널티킥만 허용했습니다.

베트남이 1게임당 1번의 페널티킥을 허용한 것과는 상황이 완전히 딴판입니다.


그러면서 이 기사는 이 원인을 베트남 축구 문화에서 찾습니다.

박 감독 밑에서 베트남이 허용한 8번의 페널티킥 중 베트남 수비수가 손을 써서 파울을 한 것만 4번에 달했습니다.

지금 베트남 축구 국가대표팀의 절대 다수는 베트남 자국 V리그에서 뛰고 있는데, 리그에서는 습관적으로 손을 이용하는 문화가 있다고 합니다.

이런 습관은 유소년 리그까지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어린시절부터 몸에 익은 잘못된 습관이 월드컵이라는 큰 무대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그래서 이 매체는 V리그에서도 빨리 VAR이 적용되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국제 리그에서의 엄격한 룰을 V리그에 도입을 해야 발전이 있다는 뜻입니다.


사실 박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 축구대표팀의 4연패를 지켜보면서 베트남의 다수 매체들이 박 감독에 대한 날선 비난기사를 쏟아낼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4연패에도 냉정을 유지할 정도로 박 감독에 대한 베트남의 신뢰는 여전한 것 같습니다.


기사 말미에 달린 한 독자의 댓글 역시 인상적이었습니다.

"최종 예선에 진출한 베트남 팀은 훌륭한 성과를 내고 있습니다.

선수와 코칭스태프에게 승리를 압박하지 말고 베트남 팀이 이번 대회에서 더 많은 경험을 쌓는 것은 자연스럽습니다.

"
이런 측면에서 볼 때 박 감독이 보여준 인터뷰에서의 분노는 VAR 상황에 익숙하지 않은 선수를 향한 보호이자, 다음 경기에서의 파이팅을 위한 의도적인 액션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한편 베트남이 오만에 1대3으로 진 영향으로 오만은 B조에서 2승2패로 일본과 승점과 득실차(0) 모두 동률을 이루고 있습니다.

그러나 다득점에서 앞선 오만(5골)이 일본(3골)을 끌어내리고 3위로 올라선 상황입니다.

A조와 B조 1위와 2위는 월드컵에 직행하고 3위는 치열한 플레이오프를 거쳐 진출여부를 확정짓습니다.

4위부터는 더 볼 것 없이 탈락입니다.


4연패를 당한 베트남이 다음 경기부터 각성해 승점을 따내기 시작한다면 B조 예선 판도를 안갯속으로 몰고가는 '흥행 제조기'가 될 수 있습니다.

이런 측면에서 한국 팬들은 향후 다가올 일본과 베트남의 경기, 중국과 베트남의 2차전 경기 등에 많은 관심을 보일 것 같습니다.


[하노이 드리머(홍장원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늘의 이슈픽

포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