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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초엔 조기집행, 연말엔 예산절감…공기업 이중고
기사입력 2021-06-16 0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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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경기 부양을 위해 전체 예산 중 60% 이상을 올해 상반기에 당겨 쓰는 재정 조기 집행을 밀어붙이면서 일선 현장에서 이에 대한 부작용과 역효과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발전 공기업 등 일부 공공기관에서는 하반기에만 공사를 진행할 수 있는데도 관련 예산을 상반기에 무리하게 당겨 써야 하는 상황이라 쓸데없는 용처에 예산을 집행하는 등 국민 혈세가 낭비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5일 산업계에 따르면 한국전력공사의 발전 자회사인 한국동서발전은 계획예방 정비공사가 올 10월로 예정돼 있지만 이미 4월에 발주를 끝내고 선금을 지급했다.

정부가 경기를 살리겠다며 공사 조기 발주와 함께 선금 지급을 늘릴 것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서부발전도 '오버홀'(일부 부품을 신품으로 교체해 원래 상태에 가까운 성능을 내는 수리) 공사가 올 하반기에 예정돼 있지만 상반기 예산 조기 집행 실적을 채우기 위해 물품 구매 등에 관련 예산을 소진했다.

재정 조기 집행은 상반기 지출을 극대화해 경제에 활력을 일찍 불어넣겠다는 취지이지만 부작용도 있다고 업계는 호소한다.

발전사 관계자는 "돈을 미리 주면 시공사가 관련 공사를 대충대충 할 게 뻔하다"며 "실제 공사는 하반기에 하는데 예산은 조기 집행하라니 별 쓸데없는 것을 구매해서라도 실적을 채우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귀띔했다.

또 다른 공사 관계자는 "자금 사정이 괜찮아서 선금이 필요 없다는 시공사에 억지로 선금을 쥐어주려고 감독들이 아쉬운 소리를 해야 하는 촌극이 빚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 공공기관은 조기 집행 목표치를 달성하는 것과 별개로 연말에는 예산 절감 계획을 또 세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초 기획재정부는 중앙 정부부처를 대상으로 집행 부진 사업에 대해 사업 규모를 확 줄이겠다며 고강도 '예산 다이어트'를 예고한 바 있는데, 공공기관 입장에서도 이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업계 관계자는 "시공사와 잘 협상해 예산을 용하게 절감하면 회사가 불용액 사유를 적어 내라 한다"고 전했다.

재정 조기 집행은 2002년 이후 20년째 반복되고 있는 '단골 메뉴'다.

하지만 정작 정책 효과에 대한 분석은 충분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송윤정 나라살림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당초 예산의 적극적 편성 방향에 어긋나거나 실적을 채우기 위해 사업을 무리하게 집행하는 등 다양한 문제점이 드러났다"고 밝혔다.


지방재정 집행 사례를 보면 예산 몰아 쓰기 실태가 잘 드러난다.

전국 지방재정 집행률은 신속 집행 집계 결과가 발표되는 6월과 회계연도 마지막 월인 12월에 크게 증가하는 경향이 있다.

작년 6월 전월 대비 지방재정 집행률 증가폭은 12.3%포인트로 5월보다 2배가량 급증했다가 7월에는 다시 절반 수준으로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양연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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