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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형 칼럼] 김명수대법원 뒤집은 1심판결
기사입력 2021-06-17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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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왼쪽)과 스가 총리. /사진출처=연합뉴스
[김세형 칼럼] 영국 런던에서 열린 G7회의에 특별 초청된 문재인 대통령은 일본 스가 요시히데 총리와의 정상회담이 기대됐으나 무산됐다.


문 대통령이 스가를 두 번이나 찾아가 회담 접점을 모색했으나 스가 측은 "실례가 되지 않게 인사(만) 했다"며 정중히 거절한 것으로 나온다.


그 이유는 "국가와 국가 간의 약속이 지켜지지 않은 때문"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일본은 한일청구권협정에서 강제징용 배상 문제를 완전히 해결했다는 게 입장이고 우리 대법원은 "일본기업이 배상하라"는 판결을 했고 문 대통령은 사법부 판결을 중시한다는 입장이다.


스가 총리 측은 위안부, 강제징용 문제에 대한 해법을 한국이 알아서 하라며 이번 한일정상회담 기회를 외면한 것인데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한일 간 평행선은 오래갈 것 같다.


바로 이런 상황은 한국 법정에서 똑같이 벌어졌다.


지난 7일 서울지법 1심 판결에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을 정면으로 뒤엎은 사건이 그것이다.


원고들은 1심에 불복해 고등법원 대법원으로 올라갈 것인데 그러면 똑같은 대법원은 또 1심을 뒤집는 도돌이 판결을 할 것이다.


해법은 좀체 보이지 않는다.

이 문제를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자.
대법원은 2년7개월 전 미쓰비시, 신일철 등 일본기업들이 피해근로자에게 1억원씩을 지불하라고 판결했는데 지난주 중앙지법 김양호 판사가 "한국 개인은 일본기업에 돈을 달라는 소송은 불가능하다"고 불과 1분 만에 각하 판결을 해버렸다.

핵심은 개인청구권 소멸 여부였다.


여기서 주목할 부분은 대법원 판결 시(2018년 10월 30일)에도 권순일, 조재연 대법관은 개인청구권은 소멸됐다는 소수 의견을 냈었다.


그리고 이번 김 판사의 판결은 당시 두 대법관의 소수 의견을 그대로 따른 것이다.


청와대 청원 게시판은 즉각 "김양호 판사를 탄핵하라"는 서명에 50만명 이상이 동참했고 황병하 광주고등법원장은 "식민지배를 국제법상으로 불법인지 따지는 건 난센스"라고 김 판사의 판결에 이의를 제기했다.


동일 사안에 대해 대법원과 1심 판결이 180도 다르니 국민은 도대체 누구를 신뢰해야 하는가. 과거 서슬 퍼런 박정희, 전두환 정권 때도 사법부 재판만큼은 권위가 있었는데 이제 땅바닥으로 추락해버렸다.


위안부 판결도 징용 판결처럼 손바닥 뒤집듯 법원 판결이 정반대인 것은 마찬가지다.


올 초 위안부 12명에게 일본 정부가 배상하라는 판결(1월 8일 김정곤 중앙지법 판사)로 국가의 '주권면제'를 위반해 국제사회에 물의를 일으켰다.


그러더니 지난 4월 21일 민성철 판사는 이용수 할머니 등 20명이 일본 정부를 대상으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주권면제를 이유로 각하시켜버렸다.


똑같은 서울중앙지법에서 민사합의부 차이에 따라 정반대의 판결을 낸 것이다.


사법부 혼돈의 시대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이자 여성인권운동가 이용수 할머니가 지난 4월 14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 ICJ 회부 추진위원회 회원들과 함께 스가 총리 서한 전달과 활동보고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매경DB

언론들은 대법원 판결 자체가 선거용 반일(反日)몰이가 빚은 사법 혼란의 참극이라고 비판했다.


사안의 핵심은 1965년 청구권협정에 따라 일본이 제공한 무상 3억달러, 유상 2억달러 합계 5억달러 내에 개인의 모든 청구권을 망라해서 한국이 받아들인 것인지의 해석으로 모아진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청구권협정은 민간의 재산상 피해 등만 다룬 것이므로 일제의 불법 식민지배에 따른 개인청구권은 소멸되지 않았으며, 개인들은 피해 위자료를 받을 자격이 있다고 판시했다.

미쓰비시, 신일철 등은 피고 4명에게 1억원씩을 지불하라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 김 판사의 판결은 식민지배가 불법이라는 국제법은 없으며, 한일 양국 간 맺은 협정은 한 국가의 개별 사정에 의해 파기될 수 없다는 비엔나협정 27조의 금반언의 원칙에 의거해 개인이 일본(기업)을 대상으로 피해 배상을 구하는 소송은 성립하지 않는다고 각하 논리를 전개했다.


1965년 6월 22일 체결된 한일청구권협정을 보면 1조에 5억달러 배상금, 2조 양국 국민(법인 포함)의 재산권, 청구권 문제가 완전히 그리고 최종적으로 해결된 것으로 써 있다.


3조 협정의 해석 및 분쟁은 외교상의 경로를 통해 해결하고, 안 될 경우 제3국 중재로 한다고 명시돼 있다.


청구권협정을 맺을 당시 일본은 샌프란시스코협약(1951년 9월 8일) 4조에 의거, 한국 측과 재정적, 민간의 채권·채무만 따지고 식민지배의 불법성은 논외로 하여 처음부터 불씨를 남긴 것은 사실이다.


한일청구권협정과 한일 국교 정상화의 배경엔 한·미·일이 손잡고 공산화를 억제하기 위한 미국의 독촉과 경제 발전을 빨리하고 싶은 박정희 대통령의 열망이 동시에 작용했다.


그 직전 해인 1964년 중국은 원자폭탄 개발에 성공했다.


박정희 대통령은 군사 쿠데타에 의한 집권으로 미국의 요구를 물리치기 어려운 한계가 있었다.


일본이 제공한 무상 3억달러, 유상 2억달러는 현금이 아닌 일본의 생산물자나 용역이었고 단번에 준 게 아니라 10년으로 나눠주고 1년에 얼마를 넘지 못하게 한도까지 뒀다.


따라서 당시에도 한일협상에 나선 김종필(당시 중앙정보부장)을 매국노라고 하는 등 6·3항쟁 등 엄청난 시위와 저항이 있었다.


그러나 한일수교로 한국은 국제경제 질서에 편입됐고 청구권 자금으로 포항제철, 경부고속도로를 건설하여 경제 발전의 토대를 이룬 것은 사실이다.


서울대 로스쿨 A교수에 따르면 "한일수교를 이룬 1965년 7월에 나온 해설서를 보면 개인청구권은 소멸된 것으로 쓰여 있다"고 말한다.


1945년 패전과 더불어 갑자기 쫓겨간 일본인들은 총량적으로 50억달러 이상 국가 및 개인 재산을 한국(조선)에 두고 왔다고 주장하면서 일본 정부도"(일본인의) 개별청구권은 불허한다"는 원칙을 정립시켰다.


한일 모두 개인의 돈 문제를 끝냈다는 논리다.


2005년 노무현정권 때 구성된 민관공동위(위원장 이해찬 총리, 정부위원 문재인 경제수석 등)도 강제동원 피해 보상은 무상 3억달러에 포괄됐다고 해석했다.


그러면서 일본식민지배 피해자를 재조사해 2007년 7만2631명에게 6334억원을 지급했다(1975년 사망자 8552명에게 30만원씩 91.8억원을 지급).
그동안 강제징용 피해자들은 일본, 한국에서 숱한 소송을 제기해왔다.

그러나 한일청구권 2조의 "완전하고도 최종적인 해결"이라는 전가 보도의 조문으로 번번이 패소했다.


그러다가 2012년 퇴임 후 잠시 구멍가게를 열어 참신하다는 세평이 돌았던 김능환 전 대법관이 "건국하는 심정으로 판결문을 썼다"며 개척한 법 논리가 "일본의 한국 식민지배는 불법"이라는 '청구권 2조의 우회'였다.

판사가 판결문은 법리에 충실해서 쓰면 되는 것이지 독립운동의 심정이 독배가 된 측면이 있다.


이 판결로 파기환송된 재판이 5년3개월을 끌어 문재인정부 들어 대법원 합의체로 2018년 10월 30일 확정된 것이다.


박근혜정부 시절 위안부 합의까지 어렵게 한 마당에 한일청구권협정을 정면으로 뒤집는 대법원 판결이 확정되면 한일관계가 파열될 것을 우려해 당시 양승태 대법원장이 '사법자제의 원칙', 즉 아미쿠스 쿠리에(amicus curiae)에 따라 재판부가 외교부의 의견을 구한 것을 문재인정부 들어 사법농단으로 처벌을 시도한 사실은 알려진 대로다.


김양호 판사는 다시 사법자제의 원칙을 들고나온 것이다.


대법원 판결 후 일본 측은 "개인배상은 청구권협정에 완전 포함됐다"고 당시 아베 총리가 선언했고 이번 스가 총리도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았다.


일본 측은 문정부 들어 대법원 판사 13명 가운데 10명이 바뀌면서 편향된 판결이 나온 거라고 폄하했다.


당시 아베 총리는 대법원 판결에 불만을 품고 한국에 대한 반도체 소재 수출금지(2019년 8월 2일)로 보복했으며 문 대통령도 즉각 "다시는 일본에 지지 않겠다.

일본을 뛰어넘겠다"며 정면으로 맞서는 수석회의 결의를 했다(8월 6일).
당시 민정수석 조국은 페이스북에 동학란, 죽창가를 부르며 일본제품 불매운동을 선동하고 2020년 4월 총선 때 "반일 프레임으로 가는 게 유리하다(양정철)" 선거전략이 보도된 적이 있다.

여당은 21대 총선에서 '보수세력=토착왜구'라는 등식과 더불어 전국민재난기금 효과를 보태 180석이라는 압도적 승리를 거머쥐었다.


그런데 올 들어 미국에 바이든 정부가 들어서 연일 중국에 총공세를 펴면서 한일 간 화해를 독촉하고 마침 런던 G7회의장은 중국 성토장이 돼 상황은 상전벽해가 돼버렸다.


문 대통령도 올해 한 연설을 보면 "한일 위안부 합의는 중시한다"고 유화책을 일본에 보내는 것 같다.


일본 측은 (대법원 판결을 뒤집을 만한) 위안부, 징용문제에 대한 해법을 한국이 갖고 오라고 한다.


김양호 판사가 강제징용 피해자의 개인청구권 소멸을 인정한다 해도 일본 개인(기업)을 상대로 소송을 청구할 수 없다는 각하 판결은 고법을 거쳐 다시 대법원으로 올라가면 또 대법원이 자기부정하는 판결을 낼 수 없다는 게 딜레마다.


일본 기업이 배상하라는 2년7개월 전 판결은 국제사법재판소에 가면 패소할 것이다.


그걸 알고 스가 총리는 11개국 정상이 참석한 런던 G7회의에서 배짱을 내민 것이다.


한국 대법원의 판례가 국제사법재판소에 가서 단번에 깨져버린다면 대망신이다.

김명수의 대법원은 앞으로도 자꾸만 그런 판결을 내놓는 것도 참으로 곤혹스러운 일이다.


더욱이 강제징용 피해자들은 또 다른 70여 건의 소송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본으로서도 미쓰비시 등 해당 기업들에 그냥 눈 딱 감고 1억원씩 물어주는 것을 방기할 수도 있겠으나 그 경우 아시아 여러 국가 피해자들이 들고일어나면 수조, 수십조 원이 넘을 수 있어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한다.


 
그럼 무슨 솔로몬의 지혜가 있을까. 전직 고위판사들, 교수들에게 의견을 구하면 두 가지 대안을 제시한다.


1안(案)은 김능환 대법관의 파기환송 후 다시 대법원 최종 판결까지 5년7개월이 걸렸듯, 이번에도 충분한 인터벌을 둬서 이념에 치우친 대법관이 좀 교체돼서 좌우 진영이 비슷한 구성이 된 후 판결하는 방법이다.


2안(案)은 독일의 '기억, 책임, 미래' 같은 재단을 만들어 새로운 입법으로 풀어내 아예 대법원까지 다시 상고할 여지를 봉쇄하는 방식이다.


국제사법재판소 관련 경험이 많은 서울대 교수는 2안을 강력 추천한다.

1안이 성사되도록 세상이 조용하게 기다려주지도 않을 것 같다고 한다.

그 말이 맞겠다.


결론은 2안이다.

한국판 기억재단을 만들어 해당 기업들과 정부가 반반씩 돈을 대는 결론을 내리면 이미 문제가 해결됐으므로 1심 판결에서 종지부를 찍고 대법원에 같은 사안이 또 올라가지 않아도 돼 최종적으로 해결된다는 것이다.

문희상안(案)의 절충이기도 하다.

한국 일본기업 그리고 한국 정부가 얼마간씩 갹출하는 방식이다.


독일은 프랑스 폴란드 등 국경을 맞댄 주요 국가는 협정으로 해결하고 나머지 피해를 본 동유럽 국가 등은 기억책임미래연대가 2000년 8월 설립돼 7년 동안 조사를 거쳐 거의 100개 국가 166만명에게 44억유로(약 5조원)를 강제징용 노동자들에게 배상함으로써 최종 해결을 봤다.


이렇게 최종적인 해결을 해도 한국 사법부를 혼돈에 빠뜨린 김명수 대법원 체제와 문재인정부의 이념파에 의한 사법부 장악은 역사적 흠결로 남을 것이다.


문 대통령은 대법원 판결 2개월 전쯤 어떤 행사에서 "강제동원 민간인 피해 보상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다"고 발언한 기록이 있다.


김명수 등 13명의 대법관 가운데 문 대통령에게 임명장을 받은 10명의 이념파 대법관이 그 의중을 눈치채고 그런 판결을 했다고 믿고 싶진 않다.


그러나 김명수 대법원장은 임성근 판사 탄핵을 유도하면서도 그런 적 없다고 거짓 해명해 거짓말의 명수로 사퇴 압박을 받아왔다.


지난주에는 한진그룹의 법제실에 근무한 며느리 일행에 재판 받으러 왔다가 대법원장 공관에서 만찬 굿판을 벌인 사실이 폭로됐다.


해명을 요구한 기자단에 대법원은 "의견이 없다"고 답변했다.


대법원의 징용공 판결이 국제사법재판소에 가면 패소감이라면 그것을 뒤집은 김양호 재판관의 판결이 용기 있다고 봐줘야 할 것이다.


대법원 판결을 1심이 정반대로 뒤집고, 똑같은 서울중앙지법이 "국가 주권면제를 해도 된다"는 세계 토픽감 판결을 내놓기 무섭게 다른 합의부 판사는 "주권면제를 존중한다"며 각하해버리는 희극이 대한민국 법정에서 툭하면 벌어지고 있다.


그 결과가 일본 총리한테 국제회의장에서 한국 대통령이 딱지맞는 일로 귀결되고 말았다.

이 김명수 대법원 체제를 어찌할꼬.
[김세형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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