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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맘에 안든다"…국책硏 보고서 뜯어고친 與
기사입력 2021-04-22 1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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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이재명 경기도지사에게서 맹폭을 받았던 국책연구기관인 한국조세재정연구원(조세연)의 '지역화폐 도입 효과 분석' 결과 보고서가 여당 의원들에게서 거듭 공격받은 후 결국 상당 부분 수정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지사의 공격 후 열린 국정감사에서 여당 의원들이 줄줄이 가세해 연구 결과에 문제를 제기하고 "정치적 의도가 있다"며 수정을 지시한 데 따른 결과다.

국감 과정에서 잘못된 정책에 대한 사후 결과 조치를 묻는 경우는 있지만, 싱크탱크 격인 연구소의 연구 결과 보고서를 뜯어고치는 일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19일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채택된 정무위원회의 '2020년도 국정감사 결과 보고서'에 "'지역화폐 도입이 지역경제에 미친 영향' 보고서와 관련해서 제기된 문제점을 검토하여 보고서 내용을 보완하고, 연구자 보호 및 연구 자율성 확보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는 시정·처리 요구 사항이 담긴 것으로 확인됐다.

국감 결과 보고서가 국회 본회의에서 의결되면 보고서 안에 담긴 내용은 법적 강제성을 갖는다.

해당 기관들은 결과 보고서의 시정·처리 요구 사항을 이행하고, 그 결과를 국회 상임위원회에 다시 보고해야 한다.


이 보고서는 조세연이 지역화폐 도입 효과가 일부 업종에만 집중돼 지역상권 활성화라는 도입 취지에 어긋날 수 있다는 점을 연구해 발간한 것으로, 실제 작년 9월에 발간된 중간 보고서와 12월에 나온 최종 보고서를 비교해 보니 국감에서 여당 의원들이 지적한 표현이나 문구를 비롯해 지역화폐에 대해 부정적으로 언급된 내용이 빠지거나 수정된 것으로 나타났다.


우선 중간 보고서의 '결론 및 시사점'에서 '이와 같은 문제 인식을 기반으로 중앙정부는 지역화폐에 대한 국고 지원을 재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는 문장은 최종 보고서에서 완전히 삭제됐다.

국감에서 직접적으로 지적되지는 않았지만 정부 지원금은 올해도 1조원가량이 투입될 정도로 핵심적인 부분인 데다 정책 연구의 결과로 중요하게 언급돼야 할 내용임에도 최종 보고서에서 삭제된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라 중간 보고서에서 '정치적인 과정을 통해 일정 수준의 화폐 발행 비용과 소비자 후생 손실을 감당할 수도 있다' 등 지역화폐에 대한 정치적 판단이 개입됐을 때의 위험성을 지적하기 위해 기재됐던 문장도 최종 보고서에서 모두 빠졌다.

또한 국감 때 지역화폐를 두고 '현금보다 열등하다'고 표현한 데 대한 여당 의원의 강한 지적이 있었는데, 이는 '현금보다 활용성이 낮다'로 수정됐다.


통상 국책연구기관은 자체적으로 최종 보고서를 발표하기 전 내·외부 전문가들의 심의를 수차례 거치는 자정·교열 과정을 갖는다.

그럼에도 국책연구기관이 연구한 특정 보고서 내용을 강제로 수정하라고 국회가 사실상 직접 지시한 것은 명백한 독립성 침해이자 월권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심지어 정무위 소속 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보고서 수정 전과 후를 비교·정리한 자료 제출을 조세연에 요구했고, 연구를 수행한 연구위원은 결국 자료를 정리해 제출했다고 한다.

여당 의원이 상임위에서 문제가 제기된 내용을 충실히 고쳤는지 사후 검증까지 한 것이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연구개발원(KDI) 출신 유경준 국민의힘 의원은 "여당이 주도한 정책을 비판했다고 보고서 내용을 입맛대로 바꾸겠다는 것은 국책연구기관의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행위"라고 설명했다.


조세연 연구자들은 지난해부터 지역화폐 보고서가 정책적 논의가 아닌 정치적 쟁점화의 대상이 되면서 상당한 피로감을 느끼고 학술대회 참가까지 꺼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한국지방재정학회 춘계 학술대회에서 '지방재정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주제로 지역화폐 도입에 따른 지역경제 영향에 대한 발표와 토론이 진행됐는데, 해당 연구자들은 학회에 보고서만 제공하고 참석은 하지 않았다.


연구기관들이 눈치를 살피고 지역화폐 연구 자체를 꺼리다 보니 활발한 연구와 토론을 통해 발전할 수 있는 지역화폐가 되레 뒷걸음질할 수 있다는 지적마저 나온다.

한 국책연구기관 관계자는 "여당이 보고서와 연구자들에게 정치적 공세를 퍼붓고 보고서 수정까지 강제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번 논란에 대해 조세연 관계자는 "국회의 지적을 참고해 오해의 소지가 있는 표현이나 내용 등을 수정한 것"이라며 "강제적으로 수정한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전경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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