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고구마’ 같은 퍽퍽한 소식이다.

택배 차량의 단지 내 도로 진입을 막아 잡음이 일었던 서울의 한 아파트에서 이번엔 ‘출장 세차’ 영업을 금지한 사실이 알려져 ‘갑질’ 논란이 또 다시 불거졌다.

해당 아파트 입주자 대표회의는 이달부터 택배차량을 통제하면서 동시에 출장 세차업체의 지하주차장 출입도 금했다. 이 아파트 주차장은 대부분 지하에 위치해 사실상 세차영업이 전면 차단된 셈이다.

관리사무소측은 주차장 청결과 주차 무질서 문제 등을 이유로 이 같은 조치를 취했다고 주민들에게 알렸다.

세차업체는 즉각 반발했고, 입주민들 사이에서도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일부 주민들은 “(세차업자들이) 주차장을 더럽히기는커녕 오히려 주변까지 청소할 정도로 성실히 일했다”, “집 앞까지 와서 세차를 깔끔하게 도와주시던 분들인데 해를 끼치는 사람처럼 내쫓는 건 잘못”이라며 세차업자 출입 허용을 요구하고 나섰다.

잊을 만하면 터져 나오는 갑질 행태에 그저 가슴이 답답하다.

이번엔 가슴 짠하면서도 ‘사이다’ 같은 청량한 미담이다.

경기 고양시의 한 대안학교에서 7년 동안 일했던 미화원이 최근 암 4기 판정을 받아 일을 관두게 됐다. 이 미화원의 남편마저 뇌출혈로 병석에 누운 상황이어서 주위의 안타까움을 사고 있다.

이 같은 소식을 전해들은 대안학교 학생들이 치료비 모금에 나섰다. 학생들은 모금을 독려하는 포스터까지 만들어 교내 곳곳에 부착하는 등 성심을 다해 모금활동을 펼쳤다. 이렇게 해서 390여명의 아이들이 십시일반 모은 성금은 나흘 만에 2000만원이 훌쩍 넘었다.

이에 더해 학생들은 정성스럽게 쓴 전교생의 손 편지를 성금과 함께 전달하며, 자신들이 ‘집사님’이라 부르는 미화원 아주머니의 쾌유를 빌었다.

“학교에서 다시 뵙길 바란다”는 학생들의 간절한 바람과 따뜻한 응원을 받은 이 미화원은 생각지도 못한 학생들의 선물에 놀라움을 금치 못하며 연신 고마움을 표시했다.

모처럼, ‘팍팍한 뉴스’의 틈바구니에서 봄볕만큼이나 훈훈한 소식이 가슴을 따스하게 해주는 느낌이다. 천진난만한 아이들의 기운을 받아 일터로 복귀해 학생들과 밝은 표정으로 마주하는 미화원의 모습을 상상해본다.

사람은 다른 사람의 죽음보다 자기 자신의 손톱 밑 가시를 더 고통스럽게 느낀다. 그만큼 자신을 희생하면서 공익적인 행동을 하는 것이 어렵다는 얘기다.

경제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애덤 스미스가 그의 역작 ‘도덕감정론’에서 인간의 천성인 ‘공감’을 설파한 이유이기도 하다.

“우리는 타인이 느끼는 것을 직접적으로 경험하지 못하므로 그들이 어떻게 느끼는지를 알 수는 없다. 다만 그들과 같은 상황에 처했다면 우리 자신은 어떻게 느꼈을까를 상상해 볼 뿐이다.”

코로나19로 힘겨운 삶을 이어가고 있는 이들이 많다. 어려울수록, 나보다 더 어려운 이웃들을 살피는 우리네 ‘천성’이 봄의 새순처럼 다시 돋아나길 기대해본다.

동감(sympathy)과 공감(empathy)의 의미를 되새길 수 있게 해준 우리 아이들의 ‘향기로운 선행’이 너무나도 기특하고도 대견하다. 얘들아, 정말 고맙다.

[이경재 기자 / mklkj@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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