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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출 2.7조 LS일렉트릭, PLC 공공시장 독점 시도에 중소업계 '분통'
기사입력 2021-04-07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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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S일렉트릭 "글로벌기업 독점 우려…산업용 시장 방어 차원"
PLC조합 "품목 지정 탈락, 산업부·중기부 명확한 설명 없어"


[안양=매일경제TV] 한 중소기업 공업협동조합이 대기업인 LS일렉트릭(옛 LS산전)의 '방해'로 수 년째 산업용 공공시장에 진출하지 못하고 있다며 피해를 호소하고 있습니다.

세계 시장을 공략해야 할 매출 2조7000억원 규모 거대 기업이 중소기업 시장까지 찬탈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는 가운데 유관 단체까지 동원해 산업부에 반대 의견을 제출하면서 유착 의혹도 제기됩니다.

각종 자동제어 시스템에 들어가는 프로그래머블로직컨트롤러(PLC) 제조업체 50여개 사가 활동하는 한국PLC제어공업협동조합은 약 30억원 규모 공공조달시장 진출을 준비해왔지만 2018년부터 높은 벽에 부딪혀야 했습니다.

PLC는 고도의 기술력을 필요로 해 중소기업 진입 장벽이 매우 높은 편으로 국내 업체 중에선 LS일렉트릭이 독점적 지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당시 PLC 제품이 중소기업간 경쟁제품으로 지정됐지만 산업용이 아닌 ‘교육 및 실험용’이란 단서조항이 달리면서 중소업체는 제한적인 판로만 확보하게 됐습니다. 2018년 조달청 기준 교육용 PLC 계약물량은 약 7억 원에 못 미치는 작은 시장입니다.

당시 국회 이언주 바른미래당 의원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LS일렉트릭은 이 단서조항을 포함시키는 과정에서 자신들이 거래하던 특약점 47개사를 동원해 중소업체 피해가 우려된다는 명분으로 반대 의견서를 제출했습니다. 각 특약점에는 작성 예시까지 정리해 메일로 발송했는데, 중소벤처기업부가 이 의견을 받아들이면서 중소기업간 경쟁제품 제도가 유명무실해졌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습니다.

PLC조합 측은 중기부에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했고, 지난해부터 LS 측과 수차례 토론회와 공청회를 진행했습니다.

조합은 단서조항을 삭제하는 대신 LS 측이 공공기관과 계약할 수 있도록 공사용자재 직접구매 품목에서 제외하고, LS가 요구한 직접생산 업체 확인에 응했습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지난해 11월 실사를 통해 모든 요건이 충족한다며, 중소기업 경쟁품목 적합 의견을 중기부에 제출했습니다.

그런데 중기부가 중소기업자간 경쟁제도 운영위원회에 안건을 상정하기 전, 관계 부처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에서 산업통상자원부가 낸 반대 의견서에서 석연치 않은 부분이 드러났습니다.

매일경제TV가 입수한 산업부 의견서에는 ‘한국전기산업진흥회(PLC 생산 기업이 소속)’가 반대한다는 명분을 들어 업계 내에서 의견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습니다.

한국전기산업진흥회는 지난해부터 구자균 LS일렉트릭 회장이 이끌고 있습니다. 이 문서에 나온 PLC 생산 기업도 LS일렉트릭입니다. 진흥회는 최근 3년간 이 문제에 대해 한 번도 의견을 밝힌 적이 없는데 최근 경쟁품목 심사를 앞두고 반대 단체로 갑자기 등장한 겁니다.

또 산업부는 당초 PLC 경쟁제품이 ‘교육용 및 실험용’으로 한정돼있어 산업계에 미칠 영향을 별도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고선, 지난 1월 운영위 안건 반대 사유로 ‘발전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제시했습니다.

PLC 제품은 발전 분야 외에도 다양한 자동화기기에 활용되지만 산업부 측은 PLC 조합에는 의견을 묻지도 않았습니다. 공교롭게도 LS일렉트릭이 현재 제품을 공급하는 거래처가 대부분 발전 기업들이고 전기산업진흥회엔 국내 5대 발전기업이 모두 포함돼 있습니다. 산업부가 LS 측 의견을 대변한다는 유착 의혹도 제기됩니다.

산업부 담당 사무관은 “기억이 잘 나지 않지만 아는 발전소 몇 군데와 통화했더니 사용하던 제품이 변경되면 혼란을 겪을 수 있다는 의견을 받았다”면서 “LS일렉트릭과 업무적으로는 만난 적 있고, 의견서를 직접 작성한 것은 맞지만 제출되는 과정에서 다른 의견이 추가됐는지는 알 수 없다”는 황당한 답변을 내놨습니다.

LS일렉트릭 측은 국내 PLC 시장에서 글로벌 기업 점유율이 80%에 육박해 국내 시장을 지키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주장합니다.

LS일렉트릭 A임원은 “일본 미쓰비시나 독일 지멘스 같은 기업들과 기술 격차를 줄이기 어려운 상황에서 현재 확보한 국내 시장을 빼앗기면 외국 기업이 독점하게 된다”며 “과거 전력량계 시장도 중소기업에 개방했지만 중국산 제품에 밀려 시장이 잠식당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도 “글로벌 기업과의 기술격차를 따라잡으려면 막대한 연구개발비가 소요되는데 그럴 만한 여력은 되지 않는다”며 “중소기업의 경쟁력 문제를 직접 말하긴 어렵지만 지금의 시장 상태를 유지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LS일렉트릭이 2014년 중소기업 수십 개사와 전력량계 가격을 담합했다 적발된 전력을 감안할 때 안정적인 국내 시장을 지키려는 기조는 과거와 달라진 게 없는 것으로 보입니다.

LS일렉트릭의 행태는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국산화 육성 정책을 염두에 둔 것으로도 분석됩니다. 공공시장을 기반으로 점유율을 높일 기회가 반대로 중소기업의 시장 진출을 막는다는 점에서 문재인 정부의 정책 기조와도 어긋납니다.

LS 측은 국회의원실과 산업부, 중기부 등을 지속적으로 방문해 국내 산업보호를 명분으로 반대 입장을 설득했고, 통과될 것으로 예상됐던 PLC 관련 안건은 지난 2월 부결됐습니다.

구자균 회장이 지난해 전기산업진흥회 취임사에서 '대·중소기업 상생 협력과 동반성장의 문화를 정착하고 상호 협력 가능한 분야를 적극적으로 발굴해 대중소기업 공존과 상호 번영의 길을 모색하겠다'고 다짐한 것과 대조되는 결과입니다.

한국PLC제어공업협동조합 관계자는 “LS 측에서 하라는 대로 다 양보하고 전문가들이 모여 2년 동안 토론회와 공청회도 거쳤는데, 계속 반대한다는 건 시간끌기밖에 안 된다”며 “위원회 상정 전부터 탈락해 중기부에 이의제기를 했더니 뒤늦게 서면심의로 부결처리 된 상태로 산업부와 중기부에 부결 사유를 물었지만 정확한 답변을 준 곳은 없었다”고 토로했습니다.

조합 측은 오는 30일까지로 예정된 중소기업자간 경쟁제품 품목 신청에 나설 예정입니다.

[ 손세준 기자 / mkssejun@mk.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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