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 PLC업계, 높은 공공시장 진입 장벽에 어려움 호소…‘해외기업만 수혜’ 우려도

LS일렉트릭 "글로벌기업 독점 우려…정부 대응책 필요"
PLC조합 "품목 지정 탈락, 산업부·중기부 명확한 설명 없어"


[안양=매일경제TV] 한 중소기업 공업협동조합과 대기업인 LS일렉트릭(옛 LS산전)이 국내 중소기업의 산업용 PLC 공공시장 진출을 놓고 수년째 공방을 벌이고 있습니다.

PLC는 고도의 기술력을 필요로 해 중소기업 진입 장벽이 매우 높은 편으로 해외 업체가 전체 시장의 80%를 점유하고 있으며, 국내 업체 중에선 LS일렉트릭이 독점적 지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각종 자동제어 시스템에 들어가는 프로그래머블로직컨트롤러(PLC) 제조업체 50여개 사가 활동하는 한국PLC제어공업협동조합은 약 30억원 규모 공공조달시장 진출을 준비해왔지만 2018년부터 높은 벽에 부딪혀야 했습니다.

당시 PLC 제품이 중소기업간 경쟁제품으로 지정됐지만 산업용이 아닌 ‘교육 및 실험용’이란 단서조항이 달리면서 중소업체는 제한적인 판로만 확보하게 된 것입니다. 2018년 조달청 기준 교육용 PLC 계약물량은 약 7억 원에 못 미치는 작은 시장입니다.

LS일렉트릭은 이 단서조항을 포함시키는 과정에서 자신들이 거래하던 특약점 47개사를 동원해 중소업체 피해가 우려된다는 명분으로 반대 의견서를 제출했습니다. 각 특약점에는 작성 예시까지 정리해 메일로 발송했는데, 중소벤처기업부가 이 의견을 받아들이면서 중소기업간 경쟁제품 제도가 유명무실해졌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습니다.

PLC조합 측은 중기부에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했고, 지난해부터 LS 측과 수차례 토론회와 공청회를 진행했습니다.

조합은 단서조항을 삭제하는 대신 LS 측이 공공기관과 계약할 수 있도록 공사용자재 직접구매 품목에서 제외하고, LS가 요구한 직접생산 업체 확인에 응했습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지난해 11월 실사를 통해 모든 요건이 충족한다며, 중소기업 경쟁품목 적합 의견을 중기부에 제출했습니다.

그런데 중기부가 중소기업자간 경쟁제도 운영위원회에 안건을 상정하기 전, 관계 부처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에서 산업통상자원부가 낸 반대 의견서에서 석연치 않은 부분이 드러났습니다.

매일경제TV가 입수한 산업부 의견서에는 구자균 LS일렉트릭 회장이 이끌고 있는 한국전기산업진흥회가 반대한다는 명분을 들어 업계 내에서 의견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내용이 포함됐습니다.

또 산업부는 당초 PLC 경쟁제품이 ‘교육용 및 실험용’으로 한정돼있어 산업계에 미칠 영향을 별도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고선, 지난 1월 운영위 안건 반대 사유로 ‘발전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제시하는 등 앞뒤가 맞지 않는 주장을 펼쳤습니다. 전기산업진흥회엔 국내 5대 발전 기업이 모두 가입돼 있습니다.

산업부 담당 사무관은 “기억이 잘 나지 않지만 아는 발전소 몇 군데와 통화했더니 사용하던 제품이 변경되면 혼란을 겪을 수 있다는 의견을 받았다”면서 “LS일렉트릭과 업무적으로는 만난 적 있고, 의견서를 직접 작성한 것은 맞지만 제출되는 과정에서 다른 의견이 추가됐는지는 알 수 없다”는 황당한 답변을 내놨습니다.

LS일렉트릭 측은 국내 PLC 시장에서 글로벌 기업 점유율이 80%에 육박하는 만큼 국내 시장을 지키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주장합니다.

LS일렉트릭 A임원은 “일본 미쓰비시나 독일 지멘스 같은 기업들과 기술 격차를 줄이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국내 PLC 제조업체가 손에 꼽을 정도로 적은 상황에서 해외 업체의 국내 지사들은 매출 규모가 작아 중소기업으로 분류되고, 공공시장에 국내 유일한 대기업인 LS일렉트릭이 참여할 수 없게 되면 해외 업체가 독식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과거 전력량계 시장도 중소기업에 개방했지만 중국산 제품에 밀려 시장이 잠식당했다”며 “국내기업이 그나마 차지한 시장을 지키고 경쟁을 통해 기술력을 키우자는 입장”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면서도 “글로벌 기업과의 기술격차를 따라잡으려면 막대한 연구개발비가 소요되는데 그럴 만한 여력은 되지 않는다”며 “당장은 현재 시장 상태를 유지하면서 정부 차원의 보완 대책이 필요한 입장”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LS일렉트릭은 글로벌 시장보다 국내 시장에 안주한다는 평가를 받아 온데다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국산화 육성 정책 수혜까지 받을 것으로 예상돼 이 같은 기조는 더 견고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옵니다.

한국PLC제어공업협동조합 관계자는 “LS 측에 공사용자재직접구매 품목을 양보하면 공공기관에서 대기업 제품을 계속 사용할 수 있고, 전문가들이 모여 2년 동안 토론회와 공청회도 거쳤는데 계속 반대하는 것은 시간 끌기”라며 “위원회 상정 전부터 탈락돼 중기부에 이의제기를 하고 나서야 서면심의로 넘어갔지만 지난 2월 부결처리 된 상황으로, 산업부와 중기부에 부결 사유를 물었지만 정확한 답변을 준 곳은 없었다”고 토로했습니다.

조합 측은 오는 30일까지로 예정된 중소기업자간 경쟁제품 품목 신청에 나설 예정입니다.

[ 손세준 기자 / mkssejun@mk.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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