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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공기업 점령한 '정치권 낙하산'
기사입력 2021-03-28 2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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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융 공공기관 낙하산 ◆
금융 공공기관의 감사와 비상임이사 10명 중 4명이 정치권이나 시민단체 출신 '낙하산'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4년 전 문재인 대통령 취임 당시보다 더 늘어난 수치다.

문 대통령의 공공기관 낙하산 금지 공약이 임기 1년을 남겨놓고 '공염불'이 된 셈이다.


28일 매일경제가 올해 3월 기준 금융 공공기관 9곳의 상임감사(9명)와 비상임이사(44명) 총 53명을 전수조사한 결과 이 가운데 40%에 해당하는 21명이 대통령선거 캠프나 정당 혹은 시민단체 출신인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는 9명 중 5명(56%), 비상임이사는 44명 중 16명(36%)이 해당됐다.

9개 금융 공공기관은 KDB산업은행 한국수출입은행 IBK기업은행 한국주택금융공사 예금보험공사 신용보증기금 한국자산관리공사 서민금융진흥원 한국예탁결제원 등이다.


2017년 5월 문 대통령 취임 당시 9개 금융 공공기관의 낙하산 감사는 9명 중 4명, 비상임이사는 44명 중 13명으로 총 53명 중 17명(32%)이 캠프와 정당 출신이었다.


현직 낙하산 감사와 비상임이사들은 금융 공공기관에 걸맞은 전문가라고 보기 어렵다.

문재인 캠프에서 법률 자문을 했던 김종철 변호사는 수출입은행 감사, 같은 캠프에서 부산선거대책위원회 대외협력단장을 지낸 이동윤 전 부산시의회 의원은 주택금융공사 감사를 맡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 인수위원회 전문위원을 지낸 조성두 전 흥사단 투명사회운동본부 공동대표도 서민금융진흥원 감사 자리에 있다.


재무제표 못읽는데…연봉만 수억 금융공기업에 文캠프 낙하산 득세

공염불 된 '낙하산 방지법'

산은·신보 사외이사 60%
與 총선후보 등 친문 인사

전문성 필요한 금융공기업
비금융보다 낙하산 더 많아

수은·서민금융진흥원 감사
前정권에서 現정권 인사로
KDB산업은행의 비상임이사 5명 중 3명이 낙하산 인사로 알려진 가운데 28일 한 시민이 서울 산업은행 본점 앞을 지나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 임기 1년을 남겨두고 정당과 시민단체 경력을 가진 인사들이 금융 공공기관 감사나 비상임이사직을 꿰차는 경우가 늘고 있다.

[한주형 기자]

정재호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8일 IBK기업은행 상임감사로 3년 임기를 시작했다.

20대 국회의원으로 국회 정무위원회 간사를 지냈던 그는 공천을 받지 못해 21대 총선 출마가 좌절됐다.

하지만 1년도 채 지나지 않아 연봉 1억5000만원이 넘는 국책은행 감사 자리를 꿰찼다.


문재인 대통령 임기가 약 1년을 남겨둔 가운데 정당과 시민단체 경력을 가진 인사들이 금융 공공기관의 감사나 사기업 사외이사에 해당하는 비상임이사 자리를 속속 채우는 것으로 나타났다.

28일 매일경제가 공공기관 알리오 공시자료를 기준으로 9개 금융 공공기관 감사·비상임이사를 분석한 결과 약 40%가 '낙하산' 의혹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재인정부가 취임 일성으로 공공기관 낙하산 인사를 하지 않겠다고 공언했지만 오히려 비중이 늘었다.


수출입은행 감사는 박근혜정부 인사가 문재인정부 인사로 바뀐 대표적인 케이스다.

문 대통령 취임 당시인 2017년 5월 수출입은행 감사는 박근혜 대선캠프 자문기구인 힘찬경제추진단에서 일했던 공명재 계명대 교수였다.

4년이 지난 현재 수출입은행 감사는 문재인 대선캠프에서 법률 자문을 한 김종철 변호사다.

서민금융진흥원 감사도 4년 전 한나라당 안성시 당원협의회 운영위원장을 역임한 안상정 씨에서 조성두 전 노무현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전문위원으로 바뀌었다.

조 감사는 흥사단 투명사회운동본부 공동대표를 역임하기도 했다.


금융 공공기관 중 낙하산 인사의 비중이 가장 높은 곳은 산업은행이었다.

비상임이사 5명 중 3명(60%)이 낙하산 인사로 분류된다.

지난해 새로 선임된 육동한 강원연구원 원장은 21대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 총선 후보로 나왔지만 당선에 실패한 뒤 8월부터 비상임이사가 됐다.

대통령 직속 자문기구인 정책기획위원회 인사도 비상임이사를 지내고 있다.


신용보증기금도 낙하산 인사 비율이 절반을 넘어섰다.

지난달에는 박미혜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경남지부장 등이 비상임이사로 선임됐다.

자산관리공사에서는 민주당 당직을 지낸 박영미 전 여성단체연합 공동대표와 박상현 영산대 교수 등이 자리를 차지했다.


특히 지난해 3월 공공기관 감사의 자격 요건을 명시한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올해 1월 시행됐지만 임원의 요건에 정당과 시민단체 출신을 우대하는 규정을 끼워 넣어 낙하산 인사를 방조했다는 지적이다.

공운법 30조에서는 임원 후보자 추천 기준에 공인회계사나 변호사 등 자격을 가진 사람으로 경력 3년 이상 등의 조건을 내걸었다.

하지만 시행령에서 전문성을 갖춘 요건 중 하나로 비영리민간단체(시민단체)나 정당에서 1년 이상 감사·예산·회계 등 업무를 담당하고, 5년 이상 공공기관 업무 관련 분야에 근무해야 한다고 정했다.

특히 매일경제 취재 결과 금융 공공기관에서 비상임이사의 낙하산 인사 비율(39%)은 비금융 공기업의 비율(25%)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규제 산업에 속하는 금융산업 특성상 권력의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하기 더 용이하다는 설명이다.


김태윤 한양대 행정학과 교수는 "일반 공기업보다 금융공기업에 낙하산 인사가 선임되는 것이 더 심각한 문제"라며 "업무 성격상 요구되는 전문성이 상당한데 낙하산 인사가 재무제표를 읽고 해석하는 기본 능력조차 갖추지 못하면 잘못된 정책 집행을 견제하지 못해 경제 전체에 리스크를 키울 수 있다"고 말했다.

이창민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는 "공기업도 중앙부처의 늘어난 '팔'에 해당하는 만큼 정권과 연이 있는 사람이 공공기관 임원에 임명되는 것을 완전히 차단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한편 기획재정부는 공운법이 감사 자격 요건으로 정당과 시민단체에서 감사 관련 업무 1년 이상과 동시에 해당 공공기관 업무 분야 5년 이상 경력을 갖춘 자를 규정했기 때문에 정당과 시민단체에만 유리한 제도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윤원섭 기자 / 김유신 기자 / 한상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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