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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의 얼굴' 을 가진 1m 퍼팅
기사입력 2021-02-27 0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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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공을 제일 잘 치는 '골프 고수'들만 모여 있는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서 3피트(약 90㎝) 거리 퍼팅 성공률은 99.5% 정도에 이른다.

거의 100%에 가깝다.

2019~2020 시즌에서는 선수 20명이 100% 성공 확률을 보였다.

하지만 거리가 4피트(약 1.2m)로 조금 멀어지면 확률은 92% 내외로 확 줄어든다.


사실 주말골퍼들 사이에서 1m 내외 퍼팅 거리는 흔히 '우정에 금 가는 거리'라고 한다.

친선 경기에서는 충분히 기브(일명 OK)를 줄 수 있는 거리지만 작은 내기라도 걸렸다면 쉽게 "OK"를 외치지 못한다.

국내 일부 골프장 중에는 아예 핀 둘레로 1m 정도 원을 그려놓고 분쟁의 소지를 없앤 곳도 있다.

하지만 그 원은 또 다른 분쟁거리가 되기도 한다.

1m 퍼팅이라도 모두 똑같은 1m 퍼팅이 아니기 때문이다.

가장 쉬운 '직선 오르막' 1m 퍼팅이 있고, 상대적으로 어려운 '직선 내리막' 1m 퍼팅도 있다.

만약 내리막에다 옆 경사까지 겹친다면 정말 1m 거리라도 '심리적인 지옥'을 경험하게 된다.


지난 시즌 조던 스피스(미국)의 4피트 퍼팅 성공 확률은 87.8%에 그쳤다.

90회를 시도해 11번을 실패했다.

순위로는 170위다.

한때 '퍼팅 귀신'으로 불리며 승승장구하던 그가 최근 극도로 부진한 이유를 알 것이다.


필립 몽크리프는 "1m 퍼트는 미스하기에 충분한 거리이고 미스하면 불명예스러운 짧은 거리이기도 하다"는 촌철살인 같은 말을 남겼다.


1m 퍼팅의 난도는 경사와 방향 문제만도 아니다.

처한 상황에 따라 '천의 얼굴'을 가진 게 1m 퍼팅이다.


PGA 투어 대회에서 우승까지 1m의 챔피언 퍼팅을 남겼다면 그건 통상적인 1m 거리가 아닐 것이다.

자주 우승하는 전성기 선수에게는 그다지 크게 다가오지 않을지 몰라도 만약 그게 생애 첫 우승을 앞두고 있거나 극심한 슬럼프를 극복하고 우승하기 전 상황이라면 그 무게는 하늘과 땅 차이일 것이다.


주말골퍼에게도 마찬가지다.

버디 퍼팅인지, 보기 퍼팅인지에 따라 느끼는 감정이 다를 것이고, 내기에 걸린 돈이 어느 정도인지에 따라서도 심리적인 무게가 차이 날 것이다.

그 퍼팅을 남겼을 때 분노의 마음이 있는지, 배려의 마음을 가졌는지에 따라서도 다가오는 긴장 강도가 다르다.


마음이 편안한지, 불편한지에 따라서도 그 거리는 누구에게는 가깝게, 또 다른 누구에게는 멀게 느껴진다.

1m가 10m 같을 수도 있고 10㎝ 같을 수도 있다.

홀이 커 보일 수도 있고 실제보다 훨씬 작아 보일 수도 있다.

1000가지 생각이 나올 수 있는 퍼팅 거리가 1m인 것이다.


결혼해 달라고 구애하는 A·B·C씨와 라운드하게 된 미녀 골퍼. 마지막 홀 1m 퍼팅만 성공하면 생애 베스트 스코어를 내는 상황이다.

그 퍼팅이 성공할 수 있는 길을 제시하는 사람의 구애를 들어주겠다는 미션을 던진다.

먼저 A씨. 온갖 폼을 잡아가며 그린을 꼼꼼히 읽어준다.

B씨도 질 수 없다.

알고 있는 골프 이론을 총동원해가며 그 퍼팅이 성공할 수 있는 방법을 늘어놓는다.

마지막으로 '씩~' 웃는 C씨. "OK 드릴게요. 편안하게 치세요." 미녀 골퍼는 과연 누구의 구애를 받았을까.
[오태식 스포츠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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