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간 상호관세율을 정하는 최종 담판에 들어갔다.

앞서 일본과 유럽연합(EU)이 미국과 상호관세율을 15%에 타결했으므로 한국 국민도 그 정도는 기대할 것이다.

협상 타결 전망에 대해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반반으로 본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과 합의하지 못한 국가는 15~20% 사이에서 관세율이 정해질 것이라 했다.

일본처럼 15%를 얻으면 성공이고 20%에 가까운 쪽이면 큰 형벌이다.

우리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까지 동원해 마지막 노력을 해보고 있다.

지난주 한미의원연맹 소속 나경원, 조정식 의원 등이 미국 측 의원 20여 명을 만나 분위기를 파악한 바에 따르면 "돈을 많이 내놓아라"라는 게 첫 번째였고, "온통 중국 얘기뿐"이더라고 한다.


'중국 얘기'는 무슨 뜻인가. 미국 측 주요 인사들은 "한국이 미국·중국 두 나라 사이에서 양다리 걸치는 건 미국에 대한 모욕"이라는 멘트를 쏟아낸다(브라이언 매스트 미 하원 외교분과위원장). 한국의 안미경중(安美經中) 같은 태도를 못 참는다는 것이다.


그러고 보면 이재명 대통령 당선 축하 메시지에서 "중국이 영향을 미치는 것은 반대한다"는 내용부터 특이했다.

과거 '셰셰 발언'을 겨냥한 것이다.

취임 후 양국 정상 전화통화 지연, G7 회의에서 정상회담 불발 등도 이상기류였다.


사태가 심상치 않다고 생각한 우리 측은 6월 24일 NATO 정상회의 때 한미정상회담 시간을 달라고 통사정했다.

미국 측은 "트럼프가 2시간밖에 머물지 못한다"며 시간을 주지 않아 우리는 불참을 결정했다.

나중에 보니 트럼프는 24시간을 머물렀다.

이 정도면 '코리아 회피'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상황을 그렇게 판단하면 특사를 바로 보내 '친중 오해'를 해결했어야 했다.

우리는 정반대로 조현동 주미대사마저 소환해버렸다.


트럼프가 15% 조건을 사인해주기까지 일본은 8번, EU는 7번 매주 협상 과정을 거쳤다.

이재명 정부가 출범한 6월 4일부터 협상 마감일까지 한국은 8주 정도 시간 여유가 주어졌다.

우리 정부는 "서두르면 손해 본다.

천천히 가자"는 거꾸로 전략이었다.

협상을 전담할 경제장관(구윤철, 김정관)들이 임명된 것은 7월 23일이었다.


트럼프는 초반에 한국의 조선업과 협력하면 미국에 큰 득이 될 것이라고 힌트도 줬다.

그러나 정부는 협상을 서두르지 않고 골든타임을 흘려보냈다.


일본이 15%라는 좋은 조건으로 타결하자 한국은 갑자기 급해졌다.

위성락 안보실장, 김정관 장관 등을 워싱턴에 급파해 협상을 시도했으나 트럼프는 EU, 중국과 협상한다며 유럽으로 떠나 버렸다.

일부러 한미협상을 가로막은 느낌까지 줄 정도였다.

그러고는 8월 1일 상호관세율을 적용하기 딱 하루 전 최종 담판 시간만 준 것이다.

트럼프는 일본, EU와의 협상에서 최종 숫자는 자신의 손으로 직접 다시 썼다.

한국의 카드를 꼼꼼히 볼 것이다.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모든 것을 쏟아붓는 제안을 가져오라"고 했다.

트럼프가 놀랄 정도의 투자 규모, 농산물 시장 개방안을 가져오라는 압박이다.


우리 대통령실은 관세율 최상 15%, 최하 20% 사이에 5% 차이밖에 안 나는데 그거 얻자고 쌀, 쇠고기 시장을 더 개방할 뜻이 없다는 입장이다.

농축산업자는 끝까지 챙기는 걸 '국익 우선'으로 포장했다.

한국은 2년 연속 미국 투자 1위국, 3년 연속 쇠고기 수입 1위국임이 반영되면 다행이다.


최후로 기대해볼 것은 조선 반도체 협력밖에 없는 것 같다.

트럼프의 기질을 감안하면 한국이 어떤 숫자를 받아도 충격받지 않을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할 것 같다.


[김세형 논설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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