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대디서 밥 해주는 구단주로…韓골프 발전에 진심인 이 남자의 이중생활 [임정우의 스리 퍼트]

속초아이 골프단 구단주 정연석
2023년부터 남자 선수들 후원해
골프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지원
“한 단계 성장 돕는 마중물 역할
많은 선수 돕지 못해 미안한 마음”
두 아이 선수로 키워낸 골프 대디
다음 목표는 주니어 선수들 육성
세계 1위 만드는 장기 계획 세워

속초아이 골프단을 운영하는 정연석 회장과 소속 선수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쥬간도그룹

2023년 3월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선수들로 구성된 골프단을 창단한다는 소식이 알려졌을 때 주변에서 “미쳤다”는 이야기를 수도 없이 많이 들은 한 기업 회장이 있다.

쥬간도그룹을 이끌며 속초아이 골프단을 창단한 정연석 회장이다.


소속 선수들에게는 구단주로 불리는 정 회장. 속초아이 골프단 전지훈련 기간에는 그가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변신한다.

하루에 12시간 넘게 훈련하는 선수들을 위해 직접 앞치마를 두르고 매일 요리를 하는 것이다.

재료 선정부터 요리까지 모든 것을 책임지는 그는 “타지에서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피나는 노력을 하는 선수들을 조금이나마 돕고 싶어 훈련지를 찾을 때마다 식사를 만들어 대접하고 있다”고 웃으며 말했다.


정 회장이 소속 선수들에게 남다른 애정을 갖고 있고 골프단까지 창단한 이유는 자신의 두 아들을 프로 골퍼로 키워낸 골프 대디 출신이기 때문이다.

첫째 아들인 정의현은 2023년 투어 프로가 돼 현재 KPGA 투어의 2부 투어인 챌린지투어에서 활약하고 있다.


그는 “두 아이를 골프 선수로 성장시키면서 아마추어 시절 얼마나 어렵게 성장하는지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프로가 된 뒤에도 마찬가지다.

몇몇 선수들을 제외하고는 획득한 상금으로 생활하기 어려운 만큼 고민 끝에 골프단을 창단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큰 기업이 아니기 때문에 많은 선수들을 후원하지 못하는 것에 미안한 마음을 갖고 있다.

그래도 골프 대디 출신인 만큼 프로 골퍼들이 필요로 하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소속 선수들이 골프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다하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정 회장이 바라는 속초아이 골프단의 역할은 마중물이다.

그는 “실력은 있지만 주변의 도움을 받지 못해 성장이 정체된 선수들이 정말 많다.

그들에게 자신감을 불어 넣고 다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힘을 보태는 게 속초아이 골프단의 탄생 이유다.

이곳에서 실력을 향상시킨 뒤 더 좋은 스폰서를 구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2023년 속초아이 골프단 창단 멤버로 함께 했던 이정환은 정 회장이 생각하는 가장 이상적인 사례다.

2021년 전역 후 성적이 좋지 않았던 이정환은 2023년 속초아이와 메인 스폰서 계약을 체결한 뒤 화려하게 부활했다.

톱10에 9번 이름을 올리는 등 맹활약을 펼친 그는 지난해 우리금융그룹 골프단에 합류했다.


정 회장은 “우리보다 더 좋은 조건으로 메인 스폰서 제안을 받은 선수들과는 곧바로 기존 계약을 해지한다.

계약 기간이 얼마 남아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이정환 선수처럼 자신의 능력을 인정받아 큰 기업에 후원을 받는 선수들이 많아지면 좋겠다”고 말했다.


제2, 제3의 김백준을 만들어내겠다는 또 하나의 목표도 공개했다.

올해 개막전 DB손해보험 프로미 오픈 우승을 포함해 톱10에 다섯번 이름을 올린 그는 KPGA 투어 최고의 선수 중 한 명으로 거듭났다.

그러나 2023년까지만 해도 김백준은 챌린지투어에서 활약하는 기대주에 불과했다.

당시 정 구단주는 김백준의 잠재력을 보고 후원을 결정했고 지금까지 특별한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정 회장은 “아직도 김백준을 처음 만난 날을 잊지 못한다.

미래에 대한 확실한 목표와 반드시 해내겠다는 의지가 남달랐던 선수가 김백준”이라며 “2부 투어 선수들을 후원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1부 투어에서 시작하지 않더라도 충분히 성공할 수 있는 만큼 하부 투어 선수들에게도 투자를 계속해서 늘려가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김백준과 김준성 등 속초아이 골프단 소속 선수들은 아낌 없는 지원에 감사한 마음을 드러냈다.

이들은 “성적이 잘 나오지 않을 때 후원을 결정해준 정 회장님 등 속초아이 골프단 관계자분들께 정말 감사하다.

후원 계약금 외에도 다방면으로 도와주신 덕분에 골프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

2025시즌 상반기가 끝났는데 하반기에는 더욱 더 좋은 성적으로 보답하겠다”고 입을 모아 말했다.


프로 골퍼들만 돕고 있는 건 아니다.

2020년부터 작년까지는 속초시 골프협회 회장으로 학생 선수들에게도 많은 비용을 투자했다.

정 회장은 “속초시와 강원도에서 태어나고 자란 프로 골퍼들이 정말 많다.

김시우와 김경태, 박일환, 김효주 등이 대표적인 선수”라며 “실력 있는 선수들을 키워내기 위해서는 성장하기 좋은 환경을 마련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 지난 4년간 다방면으로 노력했다.

현직에서 물러나 있지만 도움이 필요로 하는 학생들을 언제나 도울 준비가 돼 있다”고 설명했다.


프로 골프단을 성공적으로 안착시킨 정 구단주는 내년부터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한다.

그가 명명한 프로젝트의 이름은 ‘한국인 남자 세계랭킹 1위 만들기’다.

정 회장은 “PGA 투어 진출을 목표로 하는 프로 골퍼들과 주니어 골퍼들을 선발해 10년간 후원하는 장기 계획을 세웠다.

두 아이에게 골프를 시켰을 때부터 한국인 남자 골프 세계랭킹 1위가 어떻게 하면 나올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정말 많이 했었다.

최경주와 임성재, 김시우, 김주형 등 PGA 투어에서 맹활약을 펼친 선수들을 보면 불가능한 결과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조금 더 세밀한 지원으로 한국인 최초의 세계랭킹 1위를 배출해보겠다”고 강조했다.


주니어 선수들의 경우 한국이 아닌 태국에서 학업과 골프를 병행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했다.

정 회장 “한국에서는 그린 주변 어프로치와 트러블 샷 능력을 향상시키는 게 어렵다고 판단해 태국으로 골프 유학을 보내려고 한다.

국제 학교와 레슨 등 모든 비용을 지원할 예정”이라며 “이번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준비하기 위해 지난 1년 중 6개월 가까이를 태국에서 지냈다.

10년 뒤에는 한 명 이상의 PGA 투어 챔피언이 나오면 더할 나위 없을 기쁠 것 같다”고 말했다.


정 회장이 이끌고 있는 쥬간도그룹은 속초아이 대관람차와 소원 테마파크 앙젤루스, 얼라이브 하트, 런닝맹 체험관 등을 운영하는 관광레저업체다.

강원도에서 태어나고 자란 정 회장은 매년 2500만명이 넘는 관광객들이 방문하는 속초의 인기를 더욱 높이기 위해 속초아이 대관람차를 만드는 등 관광 컨텐츠 개발에도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 국내 유일의 골프 선수 출신 기자인 임정우 기자는 ‘임정우의 스리 퍼트’를 통해 선수들이 필드 안팎에서 겪는 이야기들을 생생하게 전해드립니다.



속초아이 골프단을 운영하는 정연석 회장이 김백준과 함께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쥬간도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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