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환경공단 “맨홀사고 원인은 사전 승인없는 하도급…용역 중지”

인천시청서 용역 발주 내용·자체 조사 결과 공개
“용역 계약업체, 하도급 금지 등 수행 지침 미이행”
공단에도 안전 불감증 도만...직원을 안전 관리 감독관으로
지정하고도 사고 전까지 하도급 계약·지하 시설 탐사 몰라

김성훈 인천환경공단 이사장이 8일 인천시청 브리핑룸에서 계양구 차집관로 GIS(지리정보시스템) 구축용역 맨홀 사고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인천시>

인천 맨홀 사고로 2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가운데 해당 용역 발주처인 인천환경공단이 계약 업체에 용역 중지를 통보했다.

중부고용노동청 조사 후 계약 위반에 따른 계약 해지 등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김성훈 인천환경공단 이사장은 사고 이틀째인 8일 오후 인천시청 브리핑룸에서 사고 피해자에게 사과한 뒤 “사고 수습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공단에 따르면 ‘차집관로 지리정보시스템(GIS) DB 구축 용역’은 지난 4월 14일부터 12월 9일까지 H
사가 맡아 진행했다.

용역 금액은 2억7980만원이다.

GIS DB 구축용역은 공단이 관리하는 차집관로 중 GIS가 없는 일부 관로 데이터를 데이터 베이스(DB)로 만들어 관리 효율을 높이는 작업이다.


공단은 과업 수행 지침에 발주처 동의 없는 하도급 금지, 과업 내용 변경 시 발주처와 협의 후 수행하도록 했다.

또한 지하 시설물 탐사·출입 등 필요한 경우 사전 협의·승인 후 실시하고, 안전관리 책임자 지정 및 작업 규정에 의거 용역 수행을 적시했다.


그러나 과업 수행 지침은 이행되지 않았다.

H사는 공단 동의 없이 자체적으로 하도급을 체결했고, 지하 시설물 탐사 때 지하 시설물 관리부서(시·군·구)의 사전 승인도 받지 않았다.


밀폐공간 작업 시 근로자 안전 관련 계획서를 만들어 적정 여부에 대한 승인을 받은 뒤 과업을 수행하도록 한 수칙도 지켜지지 않았다.


공단은 “계약 업체에게 용역 중지를 통보했고, 중부고용노동청에서 곧 작업 중지 명령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조사 후 계약위반에 따른 계약 해지 등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공단은 “중대재해 처벌법 등 조사에 적극 협조하고, 유가족·환자 가족을 적극 지원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용역 발주처인 공단의 안전 불감증도 도마 위에 올랐다.


공단 직원들을 안전 관리 담당 감독관과 보조 감독관으로 지정하고도 사고 전까지 용역업체의 재하도급이나 안전 규정 위반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


인천환경공단 관계자는 “하도급은 계약 제제·파기에 수년간 공공기관 계약 자체를 못하게 되는 중대한 사안이라 업체들도 서로 말을 맞추고 (환경공단을) 속인 것으로 보인다”면서 “환경공단이 이런 상황에서 하도급 사실을 사전에 적발하는 데는 어려움이 있다”고 언론에 밝혔다.


이 관계자는 “용역업체가 지상 작업만 진행한 것으로 알았고 맨홀에 들어가는 작업을 한다는 사실도 전혀 알 수 없었다”면서 “작업 진행 과정에서 발주처와는 아무런 협의도 없었다”고 했다.


한편 인천 맨홀 사고로 실종됐다 숨진 채 발견된 50대 일용직 근로자를 부검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가스중독에 의한 사망으로 추정된다는 1차 의견을 냈다.


인천경찰청에 따르면 이날 A씨(52) 시신을 부검한 국과수는 “가스 중독으로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1차 구두 소견을 경찰에 전달했다.


국과수는 “구체적으로 어떤 가스에 중독된 것인지는 확인되지 않아 추가 감정이 필요하다”면서 “사망 원인과 연결될 만한 외상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A씨는 지난 6일 오전 9시 22분께 인천시 계양구 병방동 도로의 맨홀 안 오수관로에서 실종됐다가 하루 뒤 900m 떨어진 하수처리장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당시 그는 오수관로 현황을 조사하려고 맨홀 안으로 들어갔다가 쓰러진 뒤 오수관로 물살에 휩쓸린 것으로 조사됐다.


A씨를 구하러 맨홀 안으로 들어간 오수관로 조사 업체 대표 B씨(48)도 쓰러져 심정지 상태로 구조됐으나 아직 의식을 찾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A씨가 가슴 장화 외에 산소 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고 작업한 것으로 보고 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늘의 이슈픽

포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