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팔면 손해, 차라리 위약금을”...매물 거둬들이는 집주인들

서초 원베일리·압구정 현대 등
이달 들어서 잇달아 계약 불발

토허제 풍선효과로 집값 오른
성동·강동구에서도 계약 파기

27일 서울 송파구의 한 공인중개사무소 앞에 아파트 거래 금액이 붙어 있다.

2025.6.27 [김호영기자]

서울 주요 아파트 단지에서 올해 들어 처음으로 매매 계약을 취소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6월 들어 서울 아파트값이 빠르게 오르면서 막대한 배상금을 감수하고서라도 집주인들이 매물을 거둬들이는 것으로 보인다.


27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압구정 현대1·2차 전용면적 160㎡(15층)는 지난 3월 27일 80억원에 거래됐지만 이달 13일 거래가 취소됐다.

압구정 현대 6·7차 전용 157㎡(5층), 압구정 미성 전용 118㎡(7층)도 각각 3월과 4월에 거래됐지만 이달 매매 계약이 취소됐다.

모두 올 들어 처음 계약 취소가 발생한 사례다.


토지거래허가구역 풍선 효과로 집값이 급등하는 강동구에서도 올 들어 처음으로 거래 취소가 발생한 단지들이 나왔다.

이달 들어서만 강동구 상일동 고덕 아르테온에서는 전용 84㎡를 18억5000만원, 19억5000만원에 매수한 거래 2건이 취소됐다.

강동구 암사동 강동롯데캐슬퍼스트 전용 111㎡(15층)도 17억원에 거래됐지만 5일 뒤 취소됐다.


서대문구 남가좌동의 4300가구 대단지 아파트인 DMC파크뷰자이에서도 올해 첫 매매 취소가 발생했다.

4월 23일 전용 59㎡(2층)가 11억3500만원에 거래됐지만 지난 24일 취소됐다.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원베일리, 송파구 잠실동 레이크팰리스와 문정동 올림픽훼밀리타운 등에서는 올해 취소 거래 2건 중 1건이 이달 중 발생했다.


이는 동일 평수·층을 같은 금액으로 거래했고, 중개거래 지역까지 같은 경우를 제외한 통계다.

계약 과정에서 오기 등 사소한 문제로 재계약한 것이 아닌 정말 계약이 파기된 건수만 집계했다.

집주인은 가계약금이나 계약금을 받고도 계약을 파기하려면 매수자에게 계약금을 돌려주고 받았던 계약금만큼 배상금을 더해 돌려주는 배액배상을 해야 한다.

그럼에도 이 같은 결심이 6월에 몰린 것이다.


27일 서울 송파구의 한 공인중개사무소 앞에 아파트 거래 금액이 붙어 있다.

2025.6.27 [김호영기자]

현장에서는 꼭 계약 취소 단계까지 가지 않더라도 계약 단계에서 호가를 올리고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가계약을 해약하는 일이 숱하게 발생하고 있는 분위기다.

성동구 옥수동 공인중개사 A씨는 “25평 아파트 계약이 예정돼 있는데 당일 오전 6시 집주인이 계약을 해약하자고 한다”며 “3000만원을 올려주지 않으면 계약을 못하겠다고 통보한다.

약속된 계약을 깨뜨리는 사태가 빈번한 상황”이라고 했다.


영등포구 여의도동 공인중개사 B씨는 “호가가 올라도 10명 중 1명은 산다.

그렇게 ‘신고가’가 나오면 집주인들이 매물을 내리고 호가를 5억원 올려서 다시 내놓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며 “다들 ‘간땡이’가 부었나 보다.

규제가 나오는 게 정상”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현상의 원인으로는 최근 정권 교체 후 급등한 집값이 꼽힌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의 주간 아파트값 상승률은 6월 들어 첫째 주 0.19%, 둘째 주 0.26%, 셋째 주 0.36%, 넷째 주 0.43%를 기록하며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특히 이번주 기준 토허제 규제를 피할 수 있는 성동(0.99%), 마포(0.98%)는 서울에서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들 지역에서 온 갈아타기 수요가 강남권에 몰리며 서초(0.77%), 강남(0.84%), 송파(0.88%)도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강동구 대단지 아파트인 올림픽파크포레온을 중개하는 공인중개사 C씨는 “토허제 풍선 효과도 한참 된 이슈다.

원인은 선거”라며 “정권이 바뀌면 집값이 오른다는 ‘학습 효과’가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사람들이 갑자기 많이 찾는다”고 말했다.

실제로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서울 30평형 아파트의 평균 가격은 문재인 정부(6억8000만원) 때 가장 많이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명박 정부에서는 오히려 5000만원 하락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진보 정권에서는 통화량이 많이 풀려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로 집값이 오른다는 인식이 널리 퍼져 있다”며 “시장 참여자들이 이 도식을 그대로 믿어버리면 실제로 비이성적 과열이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명박 정부 때는 강남권에 저렴한 가격으로 보금자리 주택을 대규모로 공급하겠다고 발표했고, 수요자들 사이에서 굳이 기존 아파트를 비싸게 살 필요가 없다는 인식이 형성되며 시장 안정에 기여했다”면서 “불안 심리를 해소하기 위해 서둘러 공급 대책을 발표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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