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군의 이란 핵시설 공습 성과에 의문을 제기한 언론을 거듭 비난하는 가운데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이 26일(현지시간) 이란 핵시설이 완전히 파괴됐다고 주장하며 "매우 성공적인 공습"이라고 밝혔다.

이번 공습의 성공 여부를 두고 의문이 이어지자 트럼프 행정부 각료들이 일제히 나서 '반박 공세'에 나선 모습이다.


헤그세스 장관은 이날 오전 개최한 기자회견에서 이란 핵시설 공습이 매우 성공적이었다고 평가하면서 미국 국방정보국(DIA)의 초기 평가 보고서를 "신뢰성이 낮다"고 폄하했다.


헤그세스 장관은 존 랫클리프 미국 중앙정보국(CIA) 국장의 성명 등 각 기관의 평가를 나열하며 이란 핵시설 파괴를 강조했다.

그는 "이란 핵시설에 대한 작전은 계획대로 진행됐고 투하된 폭탄도 설계한 대로 작동해 폭발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러면서 언론들이 이 같은 '역사적 순간'을 인정하지 않는다며 "예비 정보 평가에 근거한 무책임한 보도가 많았기 때문에 기자회견을 열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헤그세스 장관과 함께 기자회견에 나선 댄 케인 미국 합동참모본부 의장은 "이란 공습 작전에 한국·일본에서 파견된 패트리엇 요원들이 중부사령부(CENTCOM)에서 가장 강력한 미사일을 확보하기 위해 배치됐다"고 밝히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이란 핵시설에서 아무것도 반출되지 않았다.

반출하려면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고, 위험하며, 무겁고 옮기기 어렵다!"고 주장하며 헤그세스 장관의 발언을 거듭 확인했다.

다만 주장의 근거는 제시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25일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 정상회의에 참석한 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란 핵시설이 완전히 파괴됐다고 거듭 주장했다.

그는 귀국 중 소셜미디어(SNS)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이란 핵시설 파괴가 제한적이라는 취지로 보도한 CNN 기자 실명을 거론하며 "CNN에서 해고되어야 한다"고 밝힌 뒤 "그녀는 즉각 비난받고 '개처럼' 쫓겨나야 한다"고 썼다.


트럼프 행정부 각료들도 일제히 해당 보도를 반박했다.

털시 개버드 국가정보국(DNI) 국장은 이날 SNS 엑스(X·옛 트위터)에 "이란 핵시설이 파괴됐다는 대통령의 거듭된 언급은 새로운 정보를 통해 확인된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을 거들었다.

존 랫클리프 중앙정보국(CIA) 국장도 X에 게재한 성명에서 "다량의 신뢰할 만한 정보는 이란의 핵프로그램이 최근 정밀 공격에 의해 심각하게 손상됐음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의 다비드 바르니아 국장은 이날 성명을 통해 대이란 군사작전을 평가하면서 CIA에 감사 입장을 밝혔다.

바르니아 국장은 이날 "주요 파트너인 CIA에 성공적으로 이뤄낸 공동의 행동과 작전을 취한 것에 감사한다"고 전했다.

CIA가 이스라엘의 대이란 작전에 관여했음을 드러낸 셈이다.


백악관도 '이란의 핵시설은 괴멸됐다.

그러지 않았다는 주장은 가짜뉴스'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내며 공세에 합류했다.

이런 가운데 이란 핵시설의 추가적인 손상 모습이 담긴 위성사진이 공개됐다.

사진에서는 미국이 공습한 이후 이어진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훼손된 상태가 확인됐다.


영국 BBC방송이 위성기업 막사 테크놀로지가 24일 촬영한 사진을 분석해 내놓은 보도에 따르면 지난 22일 공개됐던 사진에서는 보이지 않았던 구멍과 건물 파손 상황이 포르도에서 추가로 포착됐다.

앞선 사진에서는 미군이 투하한 벙커버스터가 관통한 것으로 추정되는 구멍 6개가 확인됐지만 이스라엘이 23일 공습한 뒤 다음 날 촬영된 사진에서는 북서쪽 터널로 이어지는 진입로에 분화구 모양 구멍이 있었고, 남쪽 터널 입구 인근에서도 최소 2개의 구멍이 발견됐다.

서쪽 진입로에도 이전에 볼 수 없었던 구멍과 그을린 자국이 추가로 찍혔다.


이스파한 핵시설 위성사진에서는 미국 싱크탱크 과학국제안보연구소(ISIS)가 우라늄 전환시설로 지목했던 건물이 대부분 파괴된 모습이 포착됐다.


이스라엘과 이란 간 종전을 끌어낸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헤이그에서 열린 나토 정상회의를 계기로 진행한 기자회견에서 "다음주에 이란과 대화할 것"이라며 "우리가 요구할 유일한 것은 이전에 했던 것이다.

즉 핵에 관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는 이날 영상 메시지에서 미국의 공습이 "어떤 중요한 성과도 이루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비정상적으로 과장되게 설명했다"면서 트럼프 대통령 주장에 반박했다.


[워싱턴 최승진 특파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늘의 이슈픽

포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