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과 이란 간 중동 전쟁이 마무리 수순에 들어간 가운데 중동산 원유 의존도가 절대적으로 높은 국내 정유업계와 석유화학업계의 공급망 다변화 전략을 서둘러 수립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급한 불은 껐지만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 발생 빈도가 잦아지고 있는 만큼 불확실성에 미리 대응하지 못할 경우 피해가 더 확산될 수 있기 때문이다.


24일 국내 정유업계와 한국석유공사 등에 따르면 지난 5월 국내 총원유 수입량 9554만배럴 중 중동산 원유는 5923만배럴로 62%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어 미국·멕시코·브라질 등 아메리카(2414만배럴), 아시아(769만배럴), 아프리카(393만배럴), 유럽(56만배럴) 순이었다.


특히 SK에너지, GS칼텍스, 에쓰오일, HD현대오일뱅크 등 국내 정유 4사의 중동산 원유 수입 비율은 66.4%로 전체 평균을 웃돈다.

정유 4사 중 중동산 원유 수입량이 가장 많았던 기업은 에쓰오일로 총수입량(2015만배럴) 중 90.1%인 1815만배럴이 중동산이다.

대다수의 수입량을 중동산에 의존하고 있는 셈이다.

이는 에쓰오일의 대주주인 사우디아라비아 아람코와 장기 공급 약정을 체결한 계약 구조 때문이다.

문제는 중동 갈등이 빈번해질 경우 수급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다.

에쓰오일은 내부적으로 수급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내부 점검과 대응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이어 SK에너지는 2076만배럴 중 1317만배럴(63.4%), GS칼텍스는 2406만배럴 중 1573만배럴(65.4%)을 중동에서 들여와 역시 높은 비율을 기록했다.

반면 HD현대오일뱅크는 전체 1489만배럴 중 599만배럴만이 중동산으로 비율이 40.3%로 가장 적었다.

오히려 아메리카 지역에서 834만배럴을, 유럽에서 56만배럴을 수입하며 지역별 수입처를 다변화했다.


석유화학업계의 중동 의존도는 더 낮았다.

SK인천석유화학은 412만배럴 중 104만배럴(25.2%), 한화토탈에너지스는 719만배럴 중 242만배럴(33.6%), HD현대케미칼은 311만배럴 중 148만배럴(47.4%)이 중동산으로 집계됐다.

전체 수입량도 정유사 대비 낮아 지정학적 리스크에 따른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중동 전쟁이 종전 양상으로 흘러가면서 국제유가 역시 급락하고 있지만 국제사회에서는 여전히 원유의 주요 해상 운송로인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리스크를 주목하고 있다.


정부와 국내 정유업계 역시 중동 전쟁이 확전 양상으로 흘러가자 비상회의를 개최하고 수급 전략을 수립하는 등 즉각 대응에 나선 바 있다.

전문가들은 중동 의존도를 낮추는 방향의 전략 전환이 단기적인 비용 부담보다 장기적인 공급 안정성과 수익성 확보에 유리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추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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