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파주에 있는 30평형대 대단지 아파트가 경매에 나왔다.
대형 근린공원과 초중고가 가까워 거주환경이 우수한 편이다.
감정가는 3억9000만여 원. 두 차례 유찰되며 최저 매각가격은 1억9000만원대까지 떨어졌다.
이전 낙찰자가 잔금을 내지 않아 약 1900만원의 입찰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했지만 감정가 대비 절반 수준으로 낮아진 가격과 우수한 입지 조건으로 인해 많은 투자자로부터 관심을 받고 있다.
해당 아파트에는 임차인이 거주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 임차인은 대항력과 확정일자를 갖췄을 뿐 아니라 임차권 등기명령에 따른 임차권 등기도 마친 상태다.
따라서 경매 절차에서 보증금 전액을 변제받을 가능성이 크지만 이전 낙찰자가 왜 입찰보증금을 포기하면서까지 잠금을 미납했는지 그 원인을 분석해 보겠다.
우선 등기부등본에 나타난 임차권 등기명령에 대해 알아둘 필요가 있다.
이 제도는 임대차 계약이 종료됐음에도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임차인이 자신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신청하는 안전장치다.
예를 들어 임대차 계약이 끝났음에도 보증금을 반환받지 못한 임차인이 다른 곳으로 이사하거나 주민등록을 이전하면 기존에 취득했던 권리를 상실하게 된다.
즉 제3자에게 임대차 계약의 효력을 주장할 수 있는 대항력, 다른 채권자보다 먼저 배당받을 수 있는 우선변제권, 소액임차인의 최우선변제권 등이 사라져 보증금 회수에 큰 지장을 받게 된다.
따라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마련된 제도가 임차권 등기명령이다.
이는 임대인의 동의 없이 단독으로 신청할 수 있는데 임차권을 등기하면 등기부등본에 전입일자와 확정일자 등이 기재돼 거주지를 옮기더라도 대항력과 우선변제권 등을 유지할 수 있다.
주의해야 할 점은 임차권 등기를 신청한 후 곧바로 거주지를 옮기면 안 되고 임차권이 실제로 등기된 후에 전출해야 기존 권리가 유지된다는 것이다.
만약 등기 완료 전에 전출할 경우에는 임차권이 등기되는 시점에 새로운 대항력이 발생한다는 것이 판례 입장이어서 주의하길 바란다.
이렇게 임차권 등기를 한 임차인은 경매 절차에서 배당 요구를 하지 않더라도 당연히 배당에 참여할 수 있다.
임차권 등기명령을 신청한 자체가 보증금 반환을 요구하는 의사 표시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입찰자가 권리 분석 시 주의해야 할 부분은 바로 임차권이 등기된 시점이다.
경매 개시 결정등기 전에 임차권 등기가 이뤄진 경우에는 임차인이 자동으로 배당에 참여할 수 있다.
반면 경매 개시 결정등기 이후에 임차권이 등기된 경우에는 임차인이 반드시 배당 요구를 해야만 배당에 참여할 수 있다.
이는 경매 개시 결정등기 이후에 새롭게 등기되는 권리까지 법원에서 모두 파악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따라서 입찰자는 임차권 등기일과 경매 개시 결정등기일을 정확히 비교해 임차인의 배당 참여 여부와 보증금 배당 가능성을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
위 사례를 분석한 결과 등기부등본에 기재된 임차권 등기는 경매 개시 결정등기 이후에 이뤄졌고 매각물건 명세서상 임차인의 배당요구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결국 대항력 있는 임차인은 배당에 참여할 수 없고 그에 따라 보증금 전액을 낙찰자가 인수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러한 사실을 뒤늦게 인지한 낙찰자는 결국 잔금 납부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이주현 지지옥션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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