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간 뭐 했나 … 압수수색 해놓고 김건희 통화내역은 안 본 검찰

중앙지검, HTS 거래만 확인
서울고검 재수사팀은 한 달 만에 증거 확보

윤석열 전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 여사가 제21대 대통령 선거일인 3일 서울 서초구 원명초등학교에 마련된 서초4동제3투표소에서 투표하기 위해 줄을 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과 관련해 김건희 여사가 범행을 사전에 인지한 정황이 담긴 녹취 파일 수백 건이 새롭게 확보됐다.

해당 파일은 서울고검 재수사팀이 지난 5월 말 미래에셋증권 서버를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반면 이 사건을 2020년부터 4년 넘게 맡았던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같은 증권사를 압수수색하면서도 해당 통화 녹음을 확보하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았던 걸로 파악돼 ‘부실수사’ 논란이 일고 있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2020년부터 이 사건을 수사해 온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는 김 여사 명의의 미래에셋증권 계좌에서 주식 거래 내역 등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증권사 서버에 저장돼 있던 통화 녹음파일은 확보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 이유에 대해 수사팀은 김 여사 미래에셋 계좌에선 2010년 11월 3일~12월 3일 사이 주가조작이 의심되는 거래가 발생했는데, 전화 주문을 한 게 아니라 홈트레이딩시스템(HTS)으로 이뤄진 거래여서 김 여사가 증권사 직원과 통화한 내용은 수사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당시 수사팀은 전화 주문 방식으로 거래된 다른 증권사 5곳(신한·DS·DB금융·한화·대신)에서는 김 여사가 통화한 녹음 파일을 모두 확보해 분석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올해 4월 재수사에 착수한 서울고검 형사부(부장 차순길)는 지난 5월 말 김 여사 명의 미래에셋증권 계좌와 서버에 대해 압수수색에 다시 돌입했고, 김 여사와 증권사 직원이 2009년부터 약 3년 동안 통화한 녹음파일 수백 개를 새로 확보했다.


해당 녹음 파일에는 ‘블랙펄에 계좌를 맡기고 40% 수익을 주기로 했다’는 취지의 발언, ‘그쪽에서 주가를 관리하고 있다’, ‘계좌 관리인 측이 수익금 배분을 과도하게 요구한다’는 등 김 여사 혐의를 뒷받침하는 내용이 다수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주식용 와이브로 에그가 있다더라’는 김 여사 육성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에그’는 휴대용 무선공유기인데, 접속할 때마다 인터넷 접속주소(IP)가 바뀌어 2010년대 초반 주가조작 과정에서 활용됐다.

이를 두고 김 여사가 주가조작을 인지한 것을 넘어 가담한 정황을 보여주는 증거가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이같이 서울고검 재수사 착수 불과 한 달 만에 유력 증거가 속속 나오면서 검찰 부실수사 논란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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