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남부도시 띠엔장에 위치한 메콩강 항구. 이곳에서 모터보트를 타고 30분간 바다로 나아가자 수평선 한가운데 500m 간격으로 설치된 거대한 풍력발전기 36기가 한눈에 들어왔다.

SK이노베이션 E&S 탄푸동(TPD) 해상풍력발전 단지 현장이다.

이 중 풍력발전 2호기에 보트를 접안한 뒤 사다리를 타고 풍력발전기 기저부에 올라서자 길이 75m에 달하는 블레이드가 150m 지름의 큰 원을 만들어내며 쉼 없이 돌아가고 있었다.

이렇게 만들어진 전기는 해저 케이블을 통해 육상 변전소로 옮겨진 후 베트남 국영전력공사로 공급된다.


TPD 단지는 SK이노베이션 E&S가 국내외에서 개발하고 있는 해상풍력 단지 중에 가장 먼저 사업 가동을 시작했다.

풍력 터빈 1기당 4.2㎿로, 50㎿와 100㎿ 단지 2개로 나뉘어 있으며 총 150㎿의 발전용량을 나타내고 있다.


이곳에서의 지난해 발전량은 총 443GWh다.

이는 베트남 현지 기준으로 약 20만가구가 1년 동안 사용할 수 있는 규모다.

연간 매출은 500억원에 달한다.


TPD 단지는 연안 10㎞ 이내에 설치된 '니어쇼어(near shore)' 단지라 시공비를 절약할 수 있었다.

바람이 풍부해 근해에 설치해도 먼 바다와 비슷한 발전효율을 낼 수 있는 덕분이다.

권기혁 SKI E&S 호찌민 대표사무소장은 "터빈은 시속 6~8m로 돌게 되며, 최대 시속 10m에 이를 수도 있다"며 "이는 원해에 설치된 우리나라 풍력 단지에서의 바람 세기와 맞먹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SKI E&S는 일찍이 이 같은 천혜의 환경을 고려해 베트남을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확장하기 위한 교두보로 삼았다.

베트남의 대기업 그룹 계열사 GEC가 개발하던 TPD 해상풍력 프로젝트에 2022년 45%에 달하는 지분 투자를 하면서 베트남 해상풍력 사업에 뛰어들었다.

현재 20년간 베트남 전력 국영기업 EVN과 고정계약을 맺어 수익 사업으로 낙점했다.


현지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 지원 역시 베트남에 진출한 이유 중 하나다.

지난 4월 베트남 정부는 2050년까지 재생에너지 비중을 75%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을 발표하는 등 재생에너지 사업을 적극 육성하려 하고 있다.


SKI E&S는 베트남에서 탄소배출권 확보도 기대하고 있다.

탄소배출권으로 국내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 조건 충족에 사용한다는 구상이다.

실제로 TPD 풍력 단지를 통해 발생할 탄소배출권 전량(26만t 예상)이 15년간 SK E&S에 귀속되도록 계약을 맺은 상태다.

글로벌 탄소 시장이 열리면 탄소배출권으로 직접적인 수익 창출도 가능하다.


여기에 더해 SKI E&S는 새로운 'D.PPA(직접전력거래 계약)' 사업 모델도 구상 중이다.

D.PPA는 전기 사용자가 국영 전력기업을 거치지 않고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로부터 직접 전력을 구매하는 계약이다.

전력 수요자는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으로 고정해 전력을 구매할 수 있다.


권 사무소장은 "D.PPA 체결 시 발전사업자 역시 장기적인 수익을 확보해 안정적으로 사업을 운영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며 "SK E&S도 이미 현지 기업들 다수와 D.PPA 계약 체결을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SKI E&S는 베트남에서 쌓은 경험과 역량을 토대로 동남아 및 동유럽, 북미 등으로 무대를 넓히며 글로벌 재생에너지 사업 확장을 본격화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보유한 약 1GW 규모의 글로벌 파이프라인을 2030년까지 최소 2배 이상으로 키운다는 목표다.


[띠엔장 한재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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