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의 눈' 자폐청년들, 이미지 분석해 쏙쏙 분류 … AI시대의 숨은 인재

◆ 세계지식포럼 ◆


"인공지능(AI) 시대를 맞아 자폐 스펙트럼 장애의 숨은 강점을 잘 살리려 합니다.

"
이스라엘 벤처기업 로임라호크(ROIM-RACHOK)는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청년들을 선발해 군사정보를 데이터화하는 AI 기업을 만들었다.

탈 바르디 최고경영자(CEO)는 자폐 청년들의 뛰어난 시각 정보 집중력에 주목했다.

일반인 대비 이미지를 구별해내는 능력이 뛰어난 만큼 시각정보에 일종의 꼬리표(태깅)를 달아 데이터화하는 데 압도적인 능력을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로임라호크로 이스라엘의 군사정보를 업그레이드하고 나아가 사회에 적응하기 힘든 자폐 청년들의 고용에 앞장서고 있다.


바르디 CEO는 두 가지 핵심 요인이 로임라호크 프로그램의 성공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스라엘에서 군복무는 단순한 의무를 넘어 사회 진입의 상징적 관문 역할을 하지만, 자폐 청년에게 그 문은 닫혀 있었다"며 "군대는 정밀한 시각 정보 분석 인력을 절실히 필요로 하고 있었고, 자폐 청년들이 가진 우수한 시각 정보 처리 능력과 고도의 집중력은 이 요구와 정확히 일치했다"고 강조했다.

바르디 CEO는 "우리는 그 접점을 찾아 프로그램을 만든 것"이라고 덧붙였다.


로임라호크의 프로그램은 선발, 교육, 복무, 전환의 네 단계로 구성된다.

먼저 시각 정보에 뛰어난 자폐 청년을 선발하고 집중교육을 통해 군직무에 필요한 기술을 습득하는 식이다.

바르디 CEO는 "핵심은 자폐를 극복의 대상으로 보는 게 아니라 받아들이는 것이 출발점"이라며 "정체성을 수용해야 성취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교육받은 인원은 이후 군복무를 통해 직접전투가 아닌 위성사진, 영상판독, 데이터 수집·정리, 텍스트·오디오 태깅 등 전문 분야에 투입된다.

고도의 집중력을 장시간 유지하는 작업은 일반인보다 자폐 청년의 특성에 적합했고 보다 뛰어난 성과를 이뤄냈다.


특히 AI의 정확도와 신뢰도를 결정짓는 데이터 태깅 작업은 전 세계적으로 수요가 높은 직무다.

바르디 CEO는 "IDF(이스라엘 방위군)와의 파트너십으로 직업 치료사, 심리 상담가, 언어 전문가 등을 투입해 청년들을 지원하고 돌발 상황에 대비해 24시간 전문가 대응체계도 갖췄다"고 전했다.


그는 "이스라엘은 이 사업모델에 처음부터 협조적이었고 두 차례 시범사업 이후 전면 도입을 결정했다"며 "실제 전장에서도 효력이 입증되고 있다"고 전했다.

수년째 이어지고 있는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분쟁에서도 이들의 시각 정보를 활용해 불필요한 충돌을 최소화하고 민간인 피해를 줄이는 데 기여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효과가 입증되면서 자폐 청년들은 군복무 이후 글로벌 테크기업에 취업하고 있다.

벌써 80여 명이 인텔, 마이크로소프트 등 AI 기업에 취업했고, 이스라엘의 공공기관에서도 이들을 고용하고 있다.

군사협력 프로그램을 넘어 사회적 기여에도 성공한 셈이다.

바르디 CEO는 "군복무 경험은 곧 직무경력"이라며 "AI 시대에 실무형 인재로 재탄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모델은 해외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바르디 CEO는 "이 프로그램은 이스라엘을 넘어 미국, 호주, 인도 등에서 관심을 받고 있다"며 "일부 국가에서는 협력이 시작돼 모델 연구에 들어갔다"고 전했다.

이어 "한국에서도 적용 가능하다"며 "다만 언어와 문화, 한국 군대에 맞게 전략을 수립하는 과정이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로임라호크는 전 세계로 프로그램을 수출할 수 있는 연구소를 설립하고 있다.

바르디 CEO는 "전 세계적으로 자폐 스펙트럼을 가진 청년의 수가 늘어나고 있다"며 "이들의 잠재력을 실현하고, 전 세계 연구기관과 협력할 수 있는 조직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진영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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