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들이 본격적인 긴축 경영에 돌입했다.
고정비 지출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경영 전략을 재편하면서, 사무실 임대료, 차량 유지비, 세무 비용 등 ‘고정적 지출 구조’를 재정비하려는 시도가 확산되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5년 경영계획 방향을 ‘긴축’으로 응답한 기업 비중은 49.7%에 달했다.
2019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며, 300인 이상 기업으로 한정하면 무려 61%가 긴축 경영에 나설 계획이다.
실제 법인카드 발급도 줄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1월 기준 신규 법인카드 발급 건수는 7년 만에 처음으로 감소세를 보였다.
기업 대출 연체율도 최근 3개월 연속 증가하며 유동성 압박이 가시화되고 있다.
1분기 GDP 성장률은 -0.25%로, G20 주요국 중 최하위를 기록했다.
내수 부진과 글로벌 경기 둔화가 겹치며 기업들의 불확실성이 높아진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법인 차량 대신 카셰어링을 이용하거나, 전통 오피스 대신 공유오피스를 도입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세무 영역에서도 AI 기반의 온라인 플랫폼 활용이 늘어나며 비용 절감 트렌드에 불을 지피고 있다.
차량은 ‘소유’보다 ‘이용’ 중심… 법인용 카셰어링 주목
전통적으로 차량을 리스 또는 구매 방식으로 확보하던 기업들이 최근에는 필요할 때만 사용하는 ‘카셰어링’ 방식으로 전환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대표적으로
쏘카의 법인용 카셰어링 서비스 이용 기업 수는 약 3만6000곳에 이른다.
기업들은 주로 출장이나 외근 등 단기적 이동 수요에 맞춰 차량을 유연하게 활용하고 있다.
정액 구독제를 도입해 차량 이용 시 최대 60%까지 할인받는 구조다.
특히 장거리 출장이 잦은 제조·연구기업을 중심으로 KTX와 차량을 결합한 ‘
하이브리드 출장’ 패턴이 확산 중이다.
쏘카 측에 따르면 전체 법인 예약 중 약 30%는 KTX역 인근에서 차량을 대여한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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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스트파이브 이용자수 증가. 패스트파이브 |
사무공간도 변화의 흐름이 뚜렷하다.
임대료와 인테리어, 관리비 등 고정비 지출을 줄이기 위해 공유오피스를 활용하는 기업이 급증하고 있다.
공유오피스 기업 패스트파이브는 올해 상반기에만 5개 지점을 추가 개설하며 전국 56개 지점을 운영 중이다.
강남, 을지로, 삼성 등 주요 업무지구에 밀집해 있으며, 국내 100대 기업 중 34%가 입주해 있다.
인근 오피스 대비 보증금 부담은 약 80% 낮고, 별도의 인테리어 비용 없이 바로 입주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업 규모와 관계없이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다.
패스트파이브 관계자는 “최근에는 대기업뿐 아니라 1인 사업자, 프리랜서 등 유연한 업무 환경을 선호하는 층의 수요가 급격히 늘고 있다”며 “경제 불확실성이 공유오피스 시장 성장의 촉매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세무도 자동화… 영세 사업자 중심으로 AI 기반 서비스 확대
세무 관리 영역에서도 변화가 감지된다.
프리랜서, 자영업자, 소규모 법인 사업자들은 세무대리인 대신 AI 기반 온라인 세무 플랫폼을 선택하고 있다.
삼쩜삼은 개인사업자 전용 서비스를 통해 2023년 기준 누적 가입자 수 200만명을 돌파했다.
이용자 중 60% 이상이 연 매출 4000만원 이하 영세사업자다.
최근에는 1220만 건 이상의 환급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AI 개인화 세무분석’ 서비스를 선보이며, 종합소득세 신고 기간을 겨냥한 맞춤형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불황 국면이 장기화되면서, 기업들이 단순히 비용을 줄이는 수준을 넘어 운영비 구조 자체를 유연하게 바꾸는 방향으로 경영전략을 전환하고 있다고 진단한다.
최한수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지금까지는 고정비로 여겨졌던 비용 항목들이 플랫폼 기반 서비스를 통해 ‘변동비’로 전환되고 있다”며 “특히 스타트업뿐 아니라 대기업까지 이런 구조 전환에 적극 나서고 있는 점이 특징”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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