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와 관세를 포함한 무역 협상에 실패할 경우 950억유로(약 150조원) 이상 미국 제품에 맞불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EU집행위원회는 8일(현지시간) 미국과 협상이 결렬될 경우에 대비해 미국산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 비행기 및 기타 제품을 보복 대상으로 삼을 수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집행위원회가 이날 공개한 미국산 보복 상품 목록에는 항공기와 자동차, 자동차 부품, 화학제품, 전기·전자 및 기계류가 망라됐다.

미국과 관세 갈등 때마다 보복 상품 목록으로 오르는 미국산 위스키 등 주류도 다시 보복 목록에 이름을 올렸다.

집행위는 회원국과 산업계 의견을 청취해 이 목록을 최종 확정한다는 방침이다.


EU의 이 같은 움직임은 트럼프발 관세 전쟁으로 이미 글로벌 산업계에 충격이 현실화하는 가운데 나왔다.

위원회는 "이번 조치는 트럼프 행정부의 전면적 관세와 자동차 및 자동차 부품에 대한 부문별 관세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국에서는 145%에 달하는 대중 상호관세에 반발한 샤먼항공이 최근 미 보잉사로부터 인도 받은 737 맥스 기종을 보잉 본사가 있는 시애틀로 다시 돌려보냈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달부터 수입 자동차에 대해 25%의 신규 품목 관세를 적용한 데 이어 이달부터 수입 자동차 부품에도 25% 신규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이 관세율이 재조정되지 않을 경우 미국 시장 점유율이 급락할 것이라는 게 유럽 완성차 업체들의 호소다.

집행위원회 관계자는 "EU는 협상과 병행해 미국으로부터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지 못할 경우에 대비해 역내 소비자와 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잠재적 대응책을 계속 준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EU는 트럼프 행정부의 상호관세에 대응해 미국산 대두와 땅콩버터, 소고기 등 미 공화당 우세 지역 농축산물을 표적으로 한 대규모 보복 관세를 검토했다가 트럼프 행정부가 상호관세를 7월까지 90일간 유예하기로 결정하자 이를 보류했다.


[이재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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