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하면 1~2시간 안에 빠르게 물건을 배송하는 퀵커머스 시장이 국내 오프라인 유통업계의 새 돌파구로 떠올랐다.


최악의 소비 침체와 온라인 커머스 득세로 악화 일로를 걸어왔던 오프라인 유통사들이 퀵커머스의 편리성을 앞세워 재도약을 꿈꾸고 있다.

이마트와 홈플러스 등 종합마트는 물론 올리브영·다이소까지 퀵커머스 강화에 팔을 걷어붙였다.

이에 따라 국내에서 퀵커머스를 통해 물건을 파는 규모가 올해 5조원대로 확대될 전망이다.


8일 이마트는 이날부터 서울 은평·월계·하월곡점 3개 점포에서 퀵커머스 서비스를 신규로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마트 점포가 배달의민족 B마트에 입점해 소비자들이 배민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이마트 상품을 주문하는 방식이다.


이마트는 사업성 확인을 거쳐 퀵커머스의 전국 단위 확대를 검토할 예정이다.

이마트는 지난 3월 열린 정기 주주총회 당시 '빠른 배송'을 핵심 유통전략으로 선언하며 퀵커머스 강화를 천명했다.

지난해 11월 서울 구로·왕십리점 두 곳에서 퀵커머스를 시범 운영한 이마트는 지난달 서울 목동·역삼점과 부산 문현점·대구 푸드마켓 수성점 등 지방까지 4개 점포를 추가했다.

이날 기준 총 9개 점포에서 퀵커머스를 운영 중이다.


이마트 퀵커머스 1호점인 왕십리점에서는 3000~5000개 품목이 배송 가능하다.

당초 예상치보다 20~30%를 웃도는 주문량이 접수돼 배송체계를 강화하고 있다.

이마트 관계자는 "내수 절벽으로 유통업황이 어려운데, 퀵커머스가 고속 성장하면서 희망으로 떠올랐다"며 "조만간 전국 매장 확대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마트는 2022년 '쓱고우'로 퀵커머스에 도전했지만 수익이 나지 않아 1년 만에 철수한 바 있다.

쓱고우가 이마트 매장이 없는 도심에 자체 물류센터(MFC)를 구축하는 형태였다면 이번 퀵커머스는 배민에 입점해 효율을 높이고 마트 방문율이 낮은 1인 가구 등 신규 고객을 유치하는 효과도 클 것으로 판단된다.

이마트는 퀵커머스 확대를 발판 삼아 2027년까지 매출액 34조원, 영업이익 1조원을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홈플러스 역시 대형마트 110곳과 익스프레스 240곳 등 전체의 80% 이상을 퀵커머스 거점으로 활용하고 있다.

롯데마트는 "시장 추이를 살펴 퀵커머스 사업 여부를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올리브영도 자체 퀵커머스 '오늘드림'을 빠르게 키우고 있다.

올리브영의 '오늘드림' 배송 건수는 2022년 600만건에서 지난해 1504만건으로 매년 30% 이상 성장했다.

같은 시기 전체 배송 중 오늘드림 비중은 34%에서 47%로 확대됐다.

올리브영은 오후 8시 이전 주문한 건에 대해 3시간 이내 상품을 배송하는 '빠름', 밤 10~12시 사이에 맞춰 배송하는 '미드나잇', 오후 1시 전에 주문하면 오후 3~4시 배송하는 '쓰리포(3!4!)' 등 퀵커머스를 세 가지로 세분화해 운영 중이다.

3시간 이내 배송을 표방하지만 '빠름'의 지난해 평균 배송 시간은 55분으로 1시간이 채 걸리지 않는다.

올리브영 관계자는 "편리한 서비스를 기반으로 소비자 만족도를 높여 충성고객으로 잡아두는 '록인(Lock-in) 전략'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업계가 발 빠르게 퀵커머스를 도입하는 건 시장의 폭발력이 크다는 판단에서다.

2020년 3500억원 수준이던 국내 퀵커머스 시장은 올해 14배 이상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박홍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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