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MP “사실이면 J-10C 첫 실전 공대공 격추·라팔 첫 피격”
CNN “양국 전투기 125대 공중전…자국 영공 벗어나진 않아”

파키스탄이 도입한 중국 전투기 J-10C. [웨이보 캡처]
파키스탄이 지난 7일(현지시간) 인도와의 무력충돌 때 공중전이 벌어졌으며 중국산 J-10C 전투기를 활용해 인도군이 운용하는 프랑스산 최신예 라팔 전투기를 격추했다고 주장했다.


8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셰바즈 샤리프 파키스탄 총리는 전날 카슈미르 등 국경 지역 분쟁에서 파키스탄군이 인도군 전투기 5대를 격추했다고 발표했다.


이샤크 다르 파키스탄 외교장관은 의회에서 프랑스산 라팔 전투기 3대 등 인도군 전투기를 격추한 것은 J-10C 전투기들이었다며 “그 전투기들은 모두 중국과 협력(으로 개발)한 것”이라고 했다.


인도군은 이 주장에 관해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미국 CNN은 파키스탄 고위 안보 소식통을 인용, 양국 전투기 125대가 1시간 넘게 대규모 공중전을 벌였으나 양측 모두 자기 영공을 벗어나지 않았으며 160㎞ 이상 거리를 두고 미사일을 주고받기도 했다고 전했다.


이어 CNN은 프랑스 정보당국을 인용, 인도에서 운용하던 라팔 전투기 1대가 파키스탄에 의해 격추됐으며 1대가 더 격추됐는지는 조사 중이라고 전했다.


CNN에 따르면 인도령 카슈미르 지역의 전투기 추락 현장에서 촬영된 사진 속에는 프랑스 제조사 라벨이 붙은 부품 잔해가 있었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 부품이 라팔 전투기에서 나온 것인지는 확인할 수 없다고 했다.

인도군은 프랑스에서 라팔 전투기 36대를 구매해 운용해왔다.


SCMP는 “(파키스탄의) 주장이 확인된다면 중국 전투기들의 첫 실전 공대공 격추이자 라팔 전투기의 첫 실전 손실 사례가 될 것”이라고 짚었다.


현지 매체들이 전날 인도 펀자브주에서 중국의 PL-15E 중장거리 공대공 미사일 잔해가 발견됐다고 보도한 점도 중국군 전투기의 공중전 참가 가능성을 제기하는 근거다.


PL-15E 미사일은 중국 PL-15 공대공 장거리 미사일의 수출형이다.


PL-15 미사일은 마하5 속도에 이를 수 있는 이중 펄스 고체연료 로켓엔진을 장착했고, 능동위상배열(AESA) 레이저 유도장치도 갖고 있다.

수출형의 사거리는 원모델(300㎞)보다 줄어든 145㎞다.


미사일 잔해가 발견된 지역에서 PL-15E를 탑재할 수 있는 전투기는 중국 J-10C나 중국·파키스탄 공동 개발 전투기인 JF-17C밖에 없다.


파키스탄은 중국 바깥에서 J-10C를 운용하는 유일한 국가다.

파키스탄 공군은 2020년 중국에 J-10CE 수출형 36대와 PL-15E 미사일 250발을 주문했고, 2022년에 첫 6대를 인도받은 뒤 현재 J-10C 20대를 운용 중이다.


J-10C의 첫 실전 참가는 작년 1월 이란 내 발루치 분리주의 조직 공습 때이다.

당시 J-10C는 파키스탄 공군의 다른 전투기들과 드론을 호위하는 임무를 맡아 직접 전투에 뛰어들지는 않았다.


인도는 프랑스 라팔 전투기 뿐 아니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K9 자주포 등 자유주의 진영의 무기를, 파키스탄은 중국산 무기를 주로 쓰고 있다.


NYT “인도-파키스탄 충돌에 美-中 대립 구도 작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월 워싱턴 백악관에서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 회담을 마친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FP=뉴스1]

이와 관련, 인도와 파키스탄의 무력 충돌에서 미국과 중국의 대립 요소가 부각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7일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과거 비동맹국 일원으로 러시아 무기를 주로 수입하던 인도가 최근 미국 무기를 대거 사들이고 아프가니스탄 전쟁 때 받던 미국의 막대한 무기 지원이 끊긴 파키스탄은 중국 무기를 대거 사들이는 것이 미중 대립이 부각되는 이유라고 지적했다.


이번 무력충돌 바로 직전인 지난 2019년 인도와 파키스탄이 군사 충돌을 벌였을 당시 파키스탄은 미국이 공급한 F-16 전투기로 소련제 인도 전투기를 격추했다.


냉전 시기 인도는 소련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군사 장비의 3분의 2 가량을 소련으로부터 공급받았지만 최근에는 크게 줄어들었다.


스톡홀름 국제평화연구소(SIPRI)에 따르면 2006년에서 2010년 사이 인도의 주요 무기의 약 80%를 러시아가 공급했으나 최근 4년 사이 러시아의 비중이 38%로 줄면서 미국, 프랑스, 이스라엘 등의 비중이 절반을 넘어섰다.


파키스탄은 미국과 동맹을 맺고 아프가니스탄에서 소련을 몰아내는 핵심 파트너 역할을 했다.

이를 계기로 1980년대 수십 대의 F-16 전투기 등을 지원받기로 하면서 인도에 뒤지던 공군력을 만회할 수 있었다.


미국은 특히 2001년 9.11 테러 뒤 테러와의 전쟁을 명분으로 파키스탄에 수백 억 달러 규모의 군사 지원을 했다.


그러나 테러와의 전쟁이 끝나고 파키스탄의 중요성이 줄면서 미국의 지원이 급감하자 파키스탄은 빠르게 중국으로 기울었다.

미국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인도를 파트너로 삼고 있고 중국은 인도가 미국과 가까워질수록 파키스탄에 대한 지원을 강화해왔다.


2000년대 중반까지 파키스탄 무기 구입의 38%를 차지하던 중국의 비중은 최근 4년 사이 80%까지 늘었다.

인도-파키스탄의 오랜 갈등 관계에 미중 대립 요소가 개입할 여지가 커진 셈이다.


미 국방부 출신의 한 전문가는 NYT에 “최근 10년 동안 양국의 안보 파트너가 크게 달라졌다”며 “인도-파키스탄 분쟁이 미래에 어떤 형태일지 예상해본다면 인도가 미국·유럽 플랫폼과 함께 싸우고, 파키스탄이 중국 플랫폼 위에서 싸우는 형태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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