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100만원 받을 수 있다고?”…3만명 몰려왔다, SKT 해킹 사태 집단소송

정보 유출·미흡한 대응에 국민적 분노
로펌 10여곳에 약 3만4000명 참여
배상 청구액 30만~100만원으로 다양
‘안전조치 불이행’ 등 과실 입증이 쟁점
고의·중대과실 인정시 징벌적 손해배상
SKT ‘유출 고의 없었다’ 주장 가능성도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7일 오전 서울 중구 SK텔레콤 T타워 SUPEX홀에서 SK텔레콤의 해킹 사고와 관련해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

2025.05.07. 한주형기자

국민적 불안감을 확산시킨 SK텔레콤(SKT) 유심 정보 해킹 사태에 대응하기 위한 국내 집단소송이 본격화하고 있다.

예상치 못한 유심 정보 유출과 미흡한 SKT 대응에 분노한 고객들이 하나둘씩 집단소송에 뛰어들며 전체 참여자 수가 3만명을 넘어선 것으로 파악됐다.


지금까지 개인정보 유출에 상대적으로 관대한 판결을 내려왔던 대한민국 사법부가 보이스피싱 등 개인정보를 악용하는 범죄가 급증하는 최근 상황을 고려해 이번에는 철퇴를 내릴지 관심이 쏠린다.


8일 매일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이날 기준 SKT 사태 관련 집단소송을 진행·준비 중인 로펌은 대륜·로고스·로집사·로피드·거북이·노바 등 10여 곳이다.

이들 로펌을 통한 집단소송 전체 참여자 수는 약 3만4000명에 달한다.

인원이 가장 많은 곳은 노바(1만6760명)·대륜(9136명)·로피드(7200명) 등이다.

이 외 다른 로펌들도 각 수십~수백명의 의뢰인들을 모집하고 집단소송을 준비 중이다.


가장 먼저 소송에 돌입한 로펌은 지난 2일 소장을 제출한 로고스와 거북이다.

대륜은 민사와 별개로 SKT에 대한 업무상 배임·위계공무집행 방해 등 혐의로 서울 남대문경찰서에 형사 고발장을 제출했다.


이들 로펌이 청구했거나 청구 예정인 배상 금액은 30만~100만원 선이다.

과거 국내에서 옥션 개인정보 유출 사건(2008년), KT 개인정보 유출 사건(2012년), 인터파크 개인정보 유출 사건(2016년) 등이 있었지만 당시 법원은 기업 측에 배상 책임이 없다고 판결하거나 5만~10만원에 그치는 배상금을 산정했다.


그럼에도 이번 사건을 맡은 로펌들이 이 같은 배상 청구액을 정한 이유는 단순 개인정보가 아닌 복제 가능한 유심 정보가 유출된 만큼 다른 유출 사건보다 사안의 심각성이 중대하고 피해자가 많아 적극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과거에는 이름·주민등록번호 등이 유출돼도 금전 피해로 이어지는 경우는 드물었는데 최근에는 보이스피싱·코인 사기 등 개인정보를 악용하는 신종 범죄가 증가하면서 정보 유출로 인한 피해 규모가 커졌고, 정보의 가치 역시 예전에 비해 훨씬 더 높아졌다는 것이다.


조원익 로고스 파트너변호사는 “이번 소송은 단순 개인정보 유출을 넘어 국민 신뢰를 기반으로 운영되는 통신사가 그 책임을 다했는지를 묻는 중요 분기점이 될 것”이라며 “이번 사건을 통해 기업의 개인정보 보호 의무가 단순 선언이 아닌 실질적 책임으로 작동해야 함을 분명히 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첨예한 법정 다툼이 예상되는 이번 소송에서 로펌들이 가장 집중하는 부분은 SKT가 사전에 개인정보 보호를 위한 안전의무 조치를 다했는지, 사후에 피해 회복을 위한 적극적 대응에 나섰는지 등에 대한 과실 입증이다.

만약 SKT의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인정되면 징벌적 손해배상으로 손해액의 5배 이내에서 배상금을 산정할 수 있다.


지금까지는 SKT가 정보 유출 직후 피해 사실을 알리지 않은 점, 고객들이 직접 대리점을 방문해 유심을 교체해야 하나 이마저도 물량이 없어 못하는 점, 사건 발생 19일 만에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고개를 숙이면서도 해지 위약금 면제 여부는 밝히지 않은 점 등으로 SKT를 비난하는 목소리가 높다.


SKT가 ‘개인정보 유출 고의가 없었다’고 주장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이에 대한 대응 전략도 로펌들의 주요 과제 중 하나다.

사실상 유심 정보 유출과 관련된 모든 정보를 갖고 있는 SKT가 ‘해커가 우리도 모르게 개인정보를 탈취해 우리는 과실이 없다’고 주장할 수 있는 만큼 SKT가 외부 공격에 취약한 서버 관리를 위해 어떤 노력을 해왔는지를 추궁하고 과실을 증명해내는 것이 관건이다.


이돈호 노바 대표변호사는 “기존 판례만 적용해서는 법원이 또다시 보수적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는 만큼 개인정보가 왜 보호돼야 하는지, 보호 시스템이 얼마나 개선돼야 하는지를 이번 판결에 반영시키는 것이 목표”라며 “개인정보의 가치가 과거에 비해 훨씬 높아졌다는 부분과 SKT를 장기간 이용해왔던 고객들이 포인트 등 혜택을 포기하고 통신사를 옮기는 부분도 손해로 주장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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