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구자경 LG명예회장 설립 연암대에 토지 기부
올 선친 탄생 100주년 맞아
농업에 애정 컸던 철학 기려
학교 인근 300억대 땅 기부
연암대, 야구장 8개 크기 땅에
스마트팜 온실 30개 구축하기로
“청년 농업인에 희망 전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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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능 희성그룹 회장 [사진 = 연합뉴스] |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이 고(故) 구자경 LG 명예회장이 설립한 연암대에 야구장 8개 크기의 토지를 기부했다.
부친의 농업인재 육성 철학 계승 차원에서다.
연암대는 농축산 특성화 대학이다.
7일 재계에 따르면 LG연암학원은 지난달 29일 이사회에서 희성전자로부터의 천안 연암대 인근 토지 2만6000평(8만6580.5㎡) 기부 안건을 의결했다.
야구장 8개 규모로, 추정 평가액은 약 300억원에 달한다.
구 회장은 희성전자 지분 42.1%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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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능 희성그룹 회장 |
구 회장의 이번 기부는 지난달 24일 탄생 100주년을 맞은 부친에 대한 존경과 헌정의 의미가 담겼다는 것이 재계의 평가다.
재계 관계자는 “구 회장은 구 명예회장의 인재 양성 철학을 계승하고, 한국 농업의 미래를 열어 갈 청년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주기 위해 토지 기부를 결정했다”고 전했다.
연암대는 2018년 국내 최초로 스마트팜 전공을 개설했다.
이번에 확보한 토지를 활용해 약 500평(1650㎡) 규모의 스마트팜 온실 30개를 구축할 계획이다.
연암대 졸업생과 지역 청년 농업인들에게 창업 역량을 제공한다는 것이 연암대의 목표다.
연암대는 또한 이곳에 LG 계열사와 중견기업들이 개발한 최신 스마트팜 기술을 적용할 수 있는 기술연구실증단지도 조성할 예정이다.
연암대 관계자는 “대학과 기업, 청년 농업인들이 스마트팜 기술을 함께 개발하는 ‘스마트팜 클러스터’를 구축해 미래 농업 기술을 이끄는 ‘K스마트팜 허브 대학’으로 성장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구 명예회장은 농업이 국가의 근본 산업이자 생명 산업으로서 국가 발전 기반이 될 것이라고 굳게 믿었다.
그는 농업 현대화와 경쟁력 향상을 위해 첨단 기술 도입과 전문 인력 육성을 강조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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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구자경 LG 명예회장이 연암대에서 학생들과 산책을 하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모습. |
구 명예회장은 2014년 연암대 개교 40주년 기년식에서 “농축산은 생명 산업으로서 아주 중요한데, 여러 가지로 어려운 환경이다.
우리 대학이 창학 이념에 따라 농축산 분야 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교직원과 대학생들이 함께 노력해 주기 바란다”고 밝혔다.
구 명예회장은 ‘교육자’를 꿈꾸던 인물이었다.
진주사범학교 졸업 후 교편을 잡았던 그는 1950년 락희화학공업사(현
LG화학)에 합류하면서 기업인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경영자로서 성공 가도를 달렸지만, 그의 가슴속에는 늘 교육과 인재 육성에 대한 애정이 자리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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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구자경 LG 명예회장 |
구 명예회장은 1974년 농촌 발전을 이끌 인재 양성을 취지로 연암대, 1984년에는 연암공과대를 설립했다.
매주 토요일 오후 천안 연암대 교정을 둘러보며 학생들과 함께 작업복을 입고 농장에서 땀 흘리던 일화는 유명하다.
1995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이후엔 연암대 주변 농장에서 생활하며 LG연암학원 이사장으로서 업무를 챙겼다.
구 명예회장은 모교인 진주 지수초등학교에 다목적 건물인 상남관을 지어 후배들에게 선물했다.
상남은 구 명예회장의 호다.
상남관은 현재 K기업가정신센터의 기업가정신 전문 도서관으로 운영되고 있다.
구 명예회장은 슬하에 4남 2녀를 뒀다.
네 아들은 고 구본무 LG 회장, 구본능 희성 회장, 구본준 LX 회장, 구본식 LT 회장이며, 두 딸은 구훤미·구미정 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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