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의 탄핵 공세에 최상목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사퇴한 것에 대해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사진)가 "대미협상 체제가 흔들리는 것이 굉장히 부정적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아시아개발은행(ADB) 연차총회와 아세안+3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 참석을 위해 이탈리아 밀라노를 방문한 이 총재는 5일(현지시간) 기자간담회에서 "최 전 부총리 사퇴와 관련해 주요국 경제 수장들과 국제 금융계 인사들의 질문 세례를 받고 상당히 곤혹스러웠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이 총재는 특히 "(정치 불안에) 소비심리와 기업투자가 엄청난 영향을 받고 있다"면서 "어떻게 될지 모르는데 투자를 하겠나. 내수가 생각보다 안 좋다"고 우려했다.

이 총재 발언은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관세정책과 같은 대외 불확실성도 있지만 반년 가까이 지속된 국내 정치적 불확실성이 내수에 더 큰 치명상을 입혔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그는 "공직자들도 다음 정부에 누가 올지 모르는데 돈을 팍팍 쓸 수 없다"며 기대보다 더딘 정부 지출 속도를 심각한 내수 악화의 요인으로 지목했다.


이 총재는 그러나 새 정부를 향해 경제성장률 수치에만 집착한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는 "재정 지출로 성장률을 올려놓으면 그다음 해에는 마이너스 효과를 고민해야 한다"며 "경제성장률이 낮아진 것을 추경으로 메우자는 생각은 굉장히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이 총재 발언을 종합할 때 5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이 조금 더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

이 총재는 "5월 연휴 기간에 소비가 얼마나 늘어났을지가 최대 관심사"라면서 "5월 데이터를 보고 어느 정도까지 내려야 할지, 얼마나 빨리 내려야 할지 보겠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외부 변화와 시기를 보면서 금리를 낮추고 있다.

경기에 따라 충분히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한 번에 0.5%포인트 이상 인하를 의미하는 '빅컷' 가능성에 대해 이 총재는 "데이터를 보고 결정할 것"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밀라노 전경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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