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 상황에 생존 갈림길
리밸런싱·재무개선 병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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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서린사옥 [사진 = SK㈜ 제공] |
SK그룹 에너지부문 중간지주사인
SK이노베이션이 5월부터 비상경영체제를 가동한다.
최근 주력 사업 부진과 주가 하락으로 회사 차원에서 위기감이 높아지자 선제적으로 강도 높은 체질 개선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28일 재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은 5월 초 ‘비상경영’을 선포할 예정이다.
현재 내부적으로 임원 조기출근 확대, 매주 비상경영회의 개최를 비롯해 각종 회의·교육 축소 등 비용 절감을 위한 의견을 취합하고 있다.
계열사 내 임원들을 대상으로 사전 의견을 청취한 뒤 구성원들의 피드백을 반영해 비상경영을 위한 구체적인 안을 최종 확정할 예정이다.
SK 핵심 관계자는 “5월 초 연휴를 마친 뒤 7일께 전사 차원에서 위기 극복을 위한 메시지가 나올 예정”이라며 “다만 비상경영이라는 자극적인 키워드 대신 조직이 앞으로 나아가도록 동기부여를 할 수 있는 메시지를 담으려고 내부적으로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SK이노베이션이 비상경영에 나서는 것은 회사 안팎으로 커지는 위기감 때문이다.
배터리사업부인 SK온의 사업 부진 장기화가 불가피한 가운데 SK에너지, SK지오센트릭 등 정유·석유화학 사업에서도 유가 하락과 중국발 대량 공급 이슈가 덮쳤다.
이처럼 핵심 계열사의 연쇄적인 실적 부진이 우려되자 내부적으로도 분위기 쇄신과 위기의식 고취를 위한 결단을 내렸다는 평가다.
특히 위기의 중심에 있는 SK온이 지난해 7월 비상경영을 선언하며 임원 연봉 동결, 비용 절감에 나선 지 1년도 채 되지 않은 시점에서 모회사인
SK이노베이션까지 비상경영 체제로 전환하며 위기감이 에너지 계열사 전반으로 확산되는 모양새다.
SK그룹은 배터리 사업을 살리기 위해 SK엔텀과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이라는 알짜 계열사 2곳을 합병하는 등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그룹 내 알짜 에너지 계열사인 SK E&S와의 합병으로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승부수를 던진 바 있다.
SK그룹 차원에서 리밸런싱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SK그룹 핵심 성장축인 에너지사업의 부진은 그룹에도 부담이다.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자회사인 SK온은 글로벌 전기차 수요 성장 둔화와 가격 경쟁 심화로 인한 적자폭 확대가 커지고 있다.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 장기화로 실적 회복이 더뎌지면서
SK이노베이션 전체의 발목을 잡고 있다.
석유화학 계열사인 SK지오센트릭 역시 중국발 물량 공세로 인한 적자폭 확대로
SK이노베이션의 아픈 손가락이 되고 있다.
게다가 에너지사업의 핵심 축인 정유사업 계열사 SK에너지 역시 유가 하락과 이에 따른 정제마진 축소로 1분기 실적 악화가 불가피한 상태다.
특히 고금리·고환율 기조가 장기화하면서 소비 둔화가 이어졌고, 수출 시장에서는 아시아 경쟁 업체들과의 가격 경쟁에서 고전하고 있다.
이에
SK이노베이션은 비상경영 선언에 앞서 최근 유례없는 위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전방위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대규모 사업구조 재편을 통해 재무구조 개선을 일부 이룬 데 이어 최근에는 각종 핵심 자산 매각도 검토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 E&S는 도시가스 계열사의 핵심 자산인 서울 강남구 대치동 코원본사 용지 매각 절차에 돌입했다.
약 5000억원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오는 6월께 인수자를 확정한다는 방침이다.
SK이노베이션 E&S 일부 사업부에 대한 부분 매각 또는 통매각 가능성도 언급된다.
이와 더불어 중복 상장 이슈 등으로 기업공개(IPO) 추진이 어려워진 윤활유사업부 SK엔무브에 대한 사업 재편 논의도 이뤄지고 있다.
내부적으로 계열사 간 합병을 통한 재무구조 개선 논의도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IPO를 통한 기업가치 제고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SK온 3사 합병과 같은 추가적인 계열사 합병을 추진해야 한다는 뜻이다.
SK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다양한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며 “구체적으로 확정된 것은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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