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드리크 에릭손 ECIPE 소장이 지난해 9월 열린 제25회 세계지식포럼에서 발언하고 있는 모습. 매경DB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상호관세 정책이 다시금 세계 무역 질서에 거센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보호무역주의의 파고가 높아질수록 미국과 긴밀히 연결된 나라들은 물론 세계 경제 전체가 불확실성의 소용돌이에 휘말릴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프레드리크 에릭손 유럽국제정치경제센터(ECIPE) 소장은 최근 매일경제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 조치가 미국에 '자충수'가 될 것으로 예측하면서도 각 무역 상대국이 성장률 둔화를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ECIPE는 유럽의 대표적 경제 싱크탱크로, 국제통상 분야에서 강점을 지닌다.

유럽연합(EU) 회원국들에 무역 정책 설계를 지원하기도 한다.

세계은행(WB)과 JP모건 등에서 이코노미스트로 활동하던 에릭손 소장이 2006년 설립했다.


에릭손 소장은 트럼프 정부의 상호관세 조치에 대해 상대국들이 보복관세로 맞대응하기보다는 미국에 대안을 지시하면서 관세율을 줄여나가며 국제 공조를 통해 미국을 제외한 새로운 무역 질서를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조치 영향을 어떻게 예상하나.
▷영향을 안 받을 수 없다.

미국과 교역이 많은 나라들은 기존 성장률 전망치를 밑돌 것이다.

다만 대다수 국가는 위기 관리를 통해 이를 버텨낼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수년에 걸쳐 미국 외 다른 나라들과의 무역 확대나 무역 구조의 변화를 통해 점차 충격을 흡수할 수 있다.


-미국 경제는 어떻게 될까.
▷이번 관세 조치는 특히 미국 경제에 큰 타격을 줄 것으로 확신한다.

보호무역주의는 대부분 관세를 도입한 나라에 더 큰 해를 끼친다.

미국 경제는 현재 매우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다.

이번 조치는 미국이 경제 운영을 상당히 엉터리로 하고 있다는 시그널을 주고 있고, 이는 미국의 경제 정책에 대한 신뢰와 미국을 안전한 투자처로 보는 인식에 의문을 제기하게 했다.


높은 재정적자와 막대한 공공부채를 가진 미국이 거시경제 여건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위험한 조치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단순히 경기 침체의 가능성을 자극하는 수준을 넘어 미국의 금융 안정성 자체에 더 큰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위험한 도박을 하고 있다.


-한국은 상당히 높은 상호관세율을 부과받았다.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미국발 금융 불안정성이 자국 경제로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 통화 정책을 포함한 경제 정책에 집중해야 한다.

또 트럼프 행정부와의 협상을 심도 있게 진행해 상호관세를 피할 수 있는 어떠한 형태의 합의가 필요하다.

미국이 새롭게 도입한 10% 기본 관세율을 낮추는 방안도 논의해 나가야 한다.

보복관세 조치로 대응해선 안 된다.

미국은 자국 경제에 스스로 타격을 주고 있다.

한국이 보복관세를 도입함으로써 더 큰 피해를 주는 방식으로 대응하는 것은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한국과 같이 미국과 양자 간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국가들은 자국 관세를 추가로 내릴 여지가 크지 않기 때문에 비관세 장벽을 완화하는 방식을 고려해볼 수 있다.


-다른 나라들이 보복관세 조치에 나설까.
▷대부분의 국가는 보복 조치를 하기 전에 협상을 시도할 것이다.

다만 90일간의 유예 기간 이후에도 관세에 대한 어떠한 완화 조치가 없으면 일부 국가는 보복에 나설 것으로 본다.

중국은 이미 보복 조치를 했고, EU는 철강과 알루미늄 관세에 대해 보복관세를 결정했으나 시행을 유보한 채 건설적인 협상을 기대하고 있다.


-협상에 따라 관세율이 축소될 여지가 있을까.
▷미국과 협상할 수 있는 어떤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가령 먼저 자국 관세를 인하하겠다는 등의 제안을 한다면 도움이 될 수 있다.

일부 국가는 미국으로부터 에너지나 무기를 더 많이 구매하겠다는 식의 직접 구매 약속을 통해 협상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주요국들이 공동 대응할 수 있는 방안이 있나.
▷아시아, 유럽, 영미권에 있는 자유시장·민주주의 국가들이 서로 무역을 확대하겠다는 의지를 빠르게 표명해야 한다.

가능하다면 이들끼리 새로운 국제 무역협정을 추진하는 방안을 권한다.

협상엔 시간이 걸리겠지만, 지금 이 시점에서 그런 신호를 보내는 것만으로도 매우 강력한 효과를 낼 수 있고 자국 경제를 보호할 수 있다.

아직 포괄적인 양자 무역협정을 체결하지 않은 국가들끼리는 더 많은 실질적인 협력이 가능하다.


-유럽의 역할이 클 것 같다.


▷유럽 경제는 미국 경제보다 훨씬 더 국제 무역에 의존한다.

그렇기 때문에 유럽은 더 주도적으로 리더십을 발휘하고, 새로운 무역협정을 위한 이니셔티브를 제시할 필요가 있다.


[연규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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