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동구 A아파트는 2016년 입주했지만 아직도 '최종 정산'을 끝내지 못했습니다.
2022년 재건축조합 해산 이후 3년 넘게 청산 절차를 진행 중인데, 일부 조합원들은 소송으로 시간을 끄는 것 아닌지 의심하고 있습니다.
소송가액이 2억원인 상가 하자 소송에선 4년 만에 1심 '각하' 결정이 나왔습니다.
조합원 A씨는 "상가 조합원 전원 의결이 있어야 소송 당사자가 될 수 있는데, 기본적인 검토도 없이 상가관리단 명의로 소송이 제기돼 각하 결정이 나왔다"며 "시간을 끌기 위해 짜고 치는 소송이 아닌지 의심된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청산인과 임원들이 월급과 업무추진비를 매월 받고, 청산 이사회 명분으로 회의 수당을 받아 가면서 돈이 줄줄 새고 있다"고 했습니다.
그간 이런 문제가 끊임없이 반복된 것은 청산 절차로 넘어가면 민법에 의해 법원에 관리·감독 권한이 주어져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관리·감독 권한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사각지대'에선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알기 어려웠습니다.
그러나 지난해 6월 도시정비법 개정으로 지자체에 관리·감독 권한이 부여되면서 조금씩 변화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서울 서초구에서는 올해 상반기를 목표로 삼호가든 1·2차(반포리체), 서초우성2차(래미안서초에스티지S), 신반포6차(반포센트럴자이), 반포한양(신반포자이)이 청산 절차 마무리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신반포1차(아크로리버파크)는 조합 해산 이후 3년여만에 청산을 마쳤습니다.
조합 청산이 지연돼 재산권 행사에 제약이 생기고, 경제적 부담이 크다며 행정 지원을 요청하는 민원이 늘어나자 서초구는 지난해 10월 '미청산 재건축조합 청산제도'를 만들었습니다.
서초구는 관내 미청산 조합 13곳을 찾아다니며 실태 파악부터 했습니다.
청산인 자리가 아예 비어있는 곳도 있었습니다.
미청산 조합에도 애로가 있었습니다. 이들은 정비업체, 상가 조합원들과의 소송, 지방세 소송, 비상대책위원회와의 갈등을 청산 지연의 원인으로 꼽았습니다.
실태 조사 결과에 따라 미청산 조합은 관심·주의·심각 단계로 분류했습니다.
관심단계는 청산 절차가 이상 없이 추진되는 조합입니다. 조합 자율성을 보장하되 구청에서 매월 모니터링합니다.
주의단계는 조합 해산 후 3년이 지났거나, 민원이 발생하거나, 청산인이 공석인 조합입니다. 구청이 전문가 지원단 9명을 꾸려 빠른 청산이 가능하도록 자문하고 있습니다. 세금 문제가 남아 있어 청산이 어렵다고 하면 해결 방안을 자문해주는 방식입니다.
주의단계인 곳에는 매월 구청이 매월 현황 자료를 요청하고, 남은 자산이 얼마인지도 체크합니다. 미청산 조합에선 압박을 느낄 수밖에 없습니다.
심각단계는 청산인의 업무수행이 어렵다고 판단되거나 법령 의무사항을 준수하지 않는 미청산 조합으로, 구청이 직접 개입해 현장조사와 시정조치를 합니다.
이를 통해 4개 미청산 조합이 청산 완료를 앞두고 있습니다.
서초구청 관계자는 "앞으로 준공 또는 해산 이후 진행 단계를 백서로 만들거나 매뉴얼화해 청산법인 운영 규정, 임원 보수, 잔여재산 등은 어떻게 하는 게 좋다는 일종의 '모범 답안'을 제시하려 한다"고 말했습니다.
[ 이명진 기자 / pridehot@mk.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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