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비전 검사로 FC-BGA 양품 여부를 결정짓는 자동광학검사(AOI)에 투입된 로봇. LG이노텍

먼지를 허용하지 않는 정제된 공기, 자동화 설비에서 일정한 간격으로 울리는 '삐' 소리가 고요한 공간을 채운다.

지난 17일 찾은 경북 구미 LG이노텍 '플립칩 볼그리드 어레이(FC-BGA)' 생산공장 '드림 팩토리'는 사람이 아닌 설비와 로봇으로 가동되는 사실상 무인공장이었다.

축구장 3개 규모의 넓은 공간은 조용했지만 설비들은 일정 리듬에 맞춰 쉼 없이 움직이고 있었다.


이곳에서는 사람 손이 한 번도 닿지 않은 반도체 기판이 하루에 수십만 개씩 생산된다.

설비는 스스로 작업 조건을 불러오고 제품은 로봇이 옮긴다.

LG이노텍이 깐깐한 글로벌 고객 기준에 맞춰 구현한 무인 스마트팩토리의 진면목이다.


FC-BGA는 반도체 칩을 메인보드에 연결하는 고성능 기판이다.

칩이 뇌라면, FC-BGA는 신호와 전력을 전달하는 척수이자 데이터가 흐르는 전자 혈관망이다.


LG이노텍은 2022년 고부가가치 반도체 기판 시장 확대를 겨냥해 FC-BGA 사업에 처음 진출했다.

데이터 처리량 증가와 인공지능(AI) 수요 확대로 고성능 기판 수요가 빠르게 늘어나는 시장 변화를 보고 FC-BGA를 2030년까지 '조 단위 매출' 사업으로 육성하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드림 팩토리가 '무인화'를 표방한건 이 제품의 까다로운 특징 때문이다.

FC-BGA는 고속 연산을 수행하는 중앙처리장치(CPU)·그래픽처리장치(GPU) 등에 탑재돼 초정밀성과 신뢰성이 요구된다.


초미세먼지 한 입자, 숨결에 실린 수분조차 불량 요인이 될 수 있다.

작업자는 방진복과 두 겹의 장갑, 마스크, 위생모를 착용한 채 클린룸에 입장하지만 공정에는 직접 개입하지 않는다.

그래서 대부분 생산라인에는 사람이 없다.


공장 내부에서는 여러 대 자율이동로봇(AMR)이 자재를 나른다.

실시간 생산 스케줄(RTS)에 따라 주문이 내려오면 설비가 원자재 바코드를 자동으로 인식하고 공정 레시피 시스템(RMS)을 통해 작업 조건을 설정해 기판을 만들어 낸다.


현재 드림 팩토리에선 북미 빅테크 고객사 PC용 FC-BGA를 양산한다.

LG이노텍은 올해 글로벌 톱5 고객사 중 한 곳을 추가 확보했으며 2026년부터 서버용 FC-BGA 시장에 진입할 계획이다.


[구미 박소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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