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동맹국 선박구매 시사
안보 차원서 中조선업에 대응
동맹국 선박발주 법안 통과땐
美군함 건조·MRO 수주 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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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해군 함정, 창정비 위해 국내최초 한화오션 사업장 입항 [사진 = 한화오션 제공]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간) 조선업에 대해 언급하면서 우리 정부 입장에서는 조선 분야 협력이 상호관세율을 낮추기 위한 중요한 ‘지렛대’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각료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미국과) 가깝고 조선 실적이 훌륭한 다른 나라에서 선박을 구매할 수도 있다”면서 한국을 포함한 동맹국과 조선 분야에서 협력할 가능성을 열어놨다.
트럼프 대통령 발언은 패권 경쟁국인 중국의 조선업에 대응해 국가안보 차원에서 미국 조선업을 부활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다만 재건까지 시간이 걸리고 그동안에는 조선업 경쟁력을 지닌 동맹국에서 군함이나 상선을 구매할 수밖에 없는 만큼 의회에 구매 자금 승인을 얻어야 한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한국은 선박 건조 분야에서 양적으로는 중국에 밀리지만 기술적 측면까지 고려하면 세계 최고 수준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8일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와의 첫 통화에서도 한미 간 협력 분야로 조선업을 언급한 바 있다.
조현동 주미대사는 이날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산하에 신설된 조선 담당 사무국인 해양산업역량국의 이언 베닛 선임보좌관을 면담했다.
한국 정부도 한미동맹을 강화하고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부담을 덜어내는 데 조선 협력이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트럼프 1기 행정부에 몸담았던 참모도 한국의 ‘빼어난’ 조선업이 관세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내다봤다.
케이트 칼루트키에비치 전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대통령 특별보좌관·국제무역 담당 수석은 “무역 파트너와의 갈등을 잠시 멈추고 우리가 다시 (중국에) 집중하는 데 도움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미국) 힘만으로 중국을 제어할 수는 없다.
조선업을 보면 한국에는 대가(마스터 클래스)들이 있다”고 말했다.
또 “어떤 분야에서는 중국을 따라잡고 이기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며 “우리를 도와줄 파트너가 필요하다.
한국·일본과 같은 동맹국과 협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선 업계에서도 이번 발언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한미 조선 협력을 가로막는 최대 장애물은 ‘존스법’이다.
이 법은 자국 안에서 건조된 선박에 한해 국내 운용을 허용하고 있어 미국은 한국에 선박을 발주할 수 없다.
이에 미국 의회는 동맹국에서 자국 선박을 건조할 수 있게 하는 ‘미국을 위한 선박법’을 발의하는 등 여러 조치를 준비하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 군함이나 상선, 혹은 대규모 선박 유지·보수·정비(MRO) 사업을 수주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조선 업계의 ‘트럼프 효과’는 이뿐만이 아니다.
미국무역대표부(USTR)는 중국 해상 운항사에 대해 미국 항구 입항 시 최대 100만달러의 입항료 또는 선박 용량 기준으로 t당 1000달러의 수수료를 부과할 것을 제안했다.
항구세가 실제로 도입된다면 선주사들이 한국에 발주를 늘릴 가능성이 높다.
HD한국조선해양,
삼성중공업,
한화오션 등 국내 빅3 조선업체의 지난 1분기 영업이익도 대폭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3개 업체의 1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작년 대비 각각 3.1배, 2배, 2.7배로 증가할 전망이다.
트럼프 효과가 현실화하면 실적에 미치는 긍정적 효과는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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