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불신 못 지우는 기업인들...“경기침체 불가피” 비관론 휩싸인 美

트럼프 관세 불확실성 여전하다 판단
JP모건·델타항공·월마트 등 기업들
“해결책 안 나오면 경기침체 불가피”
가격할인 등 불황 대책 마련 ‘안간힘’

미국, 상호관세 90일간 유예 [사진 = 연합뉴스 사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을 제외한 모든 국가에 대한 상호관세를 90일 유예하면서 증시는 급등했지만, 미국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은 여전히 높은 정책 불확실성에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를 놓지 못하고 있다.


9일(현지시간) 블룸버그는 트럼프 행정부의 행보 예측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미국 기업 CEO들 사이에서 경기 침체가 불가피하다는 비관론이 팽배하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이날 상호관세 유예 방침을 밝히자 뉴욕 증시 3대 지수가 기록적인 수준으로 급반등하며 마감했다.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7.87% 올랐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와 나스닥지수도 각각 9.52%와 12.16% 급등했다.


그러나 주요 기업 CEO들은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를 떨치지 못했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CEO는 이날 폭스뉴스와 인터뷰에서 트럼프발 관세가 경기 침체를 초래해 기업들의 대규모 채무불이행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차분한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지만, 진전을 이루지 못하면 상황은 더 악화될 수도 있다”며 “사람들은 오랫동안 봐온 것보다 더 많은 신용 문제를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투자자들은 경기 침체에 가장 취약하다고 판단한 소매업체들의 채권을 처분하고 있다.

블룸버그는 부실채권을 추적한 결과 지난주 말까지 미국 기업 부채가 올 2월 말 이후 32% 이상 급증했다고 전했다.


에드 배스천 델타항공 CEO도 이날 CNBC와 인터뷰에서 경기 침체에 대한 두려움을 밝혔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미국이 경기 침체에 빠질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던 배스천 CEO는 상황이 바뀌었다고 인정했다.


그는 “우리는 마치 경기 침체에 들어가는 것처럼 행동하고 있다”며 “현재 상황이 곧바로 해결되지 않으면 경기 침체에 빠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세계 최대 소매업체인 월마트도 관세 영향으로 소비자들이 지출을 줄이자 경기 침체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존 데이비드 레이니 월마트 최고재무책임자(CFO)는 “불확실성이 커지고 소비자 심리가 하락해 매주, 솔직히 말하면 매일 판매 변동성이 더 커지고 있다”며 “새로운 관세 환경이 회사 운영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미국 오리건주 포틀랜드에 본사를 둔 의류업체 팔로마클로딩의 마이크 로치 공동 창업자는 “경기 침체는 이미 시작됐다”고 밝혔다.

그는 올해 매출이 지난해 동기 대비 11% 하락해 신규 채용 축소를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기업들은 관세에 따른 가격 상승을 예상해 제품 가격을 동결하거나 대규모 할인에 나서면서 경기 침체 위기에서 벗어나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


포드는 미국의 자동차 관세 발효 시점인 지난 3일부터 2024년과 2025년 생산한 모든 새 차를 오는 6월 2일까지 직원 할인가에 구매할 수 있는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스텔란티스 역시 이달 30일까지 지프, 램 등 인기 차종을 포함한 2024년형 모델에 직원 할인가를 적용해 판매한다.


월마트는 경기 악화에 대비해 대규모 매장을 더 늘려 가격을 낮춤으로써 시장 점유율을 늘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월마트는 이 같은 방법을 동원해도 올해 매출이 여전히 3~4%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시장에서는 월마트의 점유율 확대 전략이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에어프랑스·KLM그룹은 경기 침체 우려에 따라 여행 수요가 줄어들면서 일반석이 비는 경우가 늘어나자 일반석 가격 조정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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