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데릭 고 필리핀 투자·경제 특별보좌관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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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데릭 고 필리핀 대통령실 투자·경제 특별보좌관. [사진=필리핀 대통령실 제공] |
“한국은 필리핀의 가장 중요한 경제 파트너이자 전략적 협력국입니다.
지금 같은 급변의 시기일수록 양국 간 협력은 더 절실해집니다.
”
최근 방한한 프레더릭 고 필리핀 대통령 투자·경제 특별보좌관(55)이 지난 8일 매일경제와 인터뷰에서 이렇게 강조했다.
그는 장관급인 대통령 직속 투자·경제 특별보좌관실 수장으로 투자 유치, 경제 프로젝트 실행 등 필리핀 정부의 주요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핵심 인물이다.
기업인 출신으로 언론, 관광, 은행, 부동산 등 민간 부문에서 쌓은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지난해 1월부터 투자·경제 특별보좌관으로 활동하고 있다.
필리핀 경제개발그룹(EDG)의 의장이기도 한 그는 필리핀을 아시아 최고의 투자 허브로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고 보좌관은 최근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정부가 야심차게 출범시킨 글로벌 투자 유치 이니셔티브팀의 단장으로서 전 세계를 순회하며 로드쇼를 열고 있다.
그가 이끄는 장차관 등 23명으로 구성된 대표단이 첫 번째 방문국으로 한국을 찾은 건 필리핀이 한국을 얼마나 중시하고 있는지 짐작하게 해준다.
고 보좌관은 “지난해 기준 한국은 필리핀에 두 번째로 큰 투자국, 4대 교역국이자 가장 많은 관광객이 오는 나라”라며 “이러한 수치는 필리핀이 한국과의 경제협력을 확대해야하는 이유를 뒷받침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관세 정책 여파로 국제 통상 질서가 요동치고 있는 상황과 관련해 고 보좌관은 “양국은 새로운 관세 구조 속에서도 충분히 상호 이익을 도모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한국 기업들이 전자 산업 같은 제조업 분야에서 필리핀에 생산 시설을 설립하는 것을 하나의 예로 들었다.
고 보좌관은 “재생에너지, 핵심 광물, 전기차, 반도체 등 분야에서 한국의 기술력과 필리핀의 풍부한 자원은 상호 보완적 관계를 이룰 수 있다”며 “이러한 구조적 강점을 바탕으로 협력을 한층 강화해 시너지 효과를 내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첫 순방지로 한국을 택한 것도 협력이 실질적 성과로 이어질수 있는 최적의 파트너라고 봤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필리핀은 농수산 자원뿐만 아니라 세계 2위 니켈 매장량을 비롯해 구리, 코발트, 금, 크롬 등 기타 핵심 광물 자원이 풍부하다.
또 세계 3위 수준의 지열 발전 능력으로 재생에너지에 있어서도 높은 잠재력을 갖추고 있어 새로운 ‘공급망 파트너’로 주목받고 있다.
이번 방한 기간 양국이 지난 정상회담 때 합의했던 ‘핵심 원자재 공급망’ 협력의 차질 없는 이행을 위해 적극 노력하기로 합의한 배경이기도 하다.
‘바탄 원전’ 사업과 관련해 고 보좌관은 “이번 한국 대표단과 회담에서 특히 에너지 분야 협력을 심도 있게 논의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안전하고 효율적인 한국의 원전 기술과 에너지 인프라스트럭처 경험이 필리핀의 에너지 안보 및 청정에너지 전략과 목표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며 강한 기대감을 내비쳤다.
그는 지금 필리핀이 한국에 있어 투자를 늘릴 제도적 유인이 어느때보다 크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최근 필리핀 정부가 투자 유치 촉진을 위해 공식 발표한 ‘그레이트 모어(CREATE MORE)’ 법안에 따라 해외 기업들에 좋은 투자 여건이 조성되고 있다는 것이다.
고 보좌관은 “프로젝트에 따라 최대 40년까지 소득세 감면, 세액 공제, 특별 법인세율 적용 등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며 “덕분에 지난 한 해에만 1조9000억페소(약 49조원)의 투자 유치 성과를 거뒀다”고 설명했다.
또 지난해 말 발효된 한국·필리핀 자유무역협정(FTA)을 “역사적 이정표”라고 칭하며 “제조, 관광업 등에 대한 전기요금 100% 공제, 재투자 세액 공제 등도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흔히 약점으로 거론되는 인프라에 대해서는 “현재 212개 프로젝트가 추진 중인데, 48개는 민간 투자 유치 단계에 진입한 상태” 라며 “대표적으로 루손 경제회랑은 한국 기업들에도 참여 기회가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루손 경제회랑은 미국과 일본의 지원을 받아 진행되는 글로벌 인프라 투자 이니셔티브로, 중국의 ‘일대일로’를 견제하는 전략적 의미가 있다.
고 보좌관은 “지금이야말로 양국이 더 많은 것을 창출할 시기”라며 “더 강한 파트너십과 투자로 더 큰 공동의 성공을 향해 나아가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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